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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불매운동 비웃던 유니클로, 한국 소비자를 너무 쉽게 봤다

SBS Biz 조슬기
입력2019.07.23 09:36
수정2019.07.23 09:45

"매출에 일정 부분 영향이 있습니다. 영향이 당연히 없을 수는 없습니다만, (중략) 그 영향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오카자키 다케시가 지난 11일 실적 발표 현장에서 한 말입니다.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영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인데, "영향이 오래가지 않을 것" 이 한마디가 불매운동을 부채질하는 촉매제가 됐죠.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국 소비자를 우습게 봤다는 여론이 격화됐고, 일부 소비자는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보이콧 재팬' 푯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유니클로 대신 한국 패스트패션 브랜드 제품을 이용하자는 제안도 줄을 이었습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성공한 적도 없고 오래가지도 않을 것"이라는 일본 언론과 기업인들의 발언이 결국 '가지도 않고 사지도 않겠다'는 보이콧 재팬 열기에 기름을 부은 셈입니다.

본사 임원의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이를 비판하는 기사들이 쏟아져서일까요? 유니클로의 한국 운영사인 FRL코리아는 정확히 닷새 뒤인 16일 일부 언론을 통해 사과와 함께 해명에 나섰는데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고객을 위한 노력을 묵묵히 해나가겠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부족한 표현으로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문제는 이 해명이 일본 본사의 공식 입장인지 FRL코리아가 상황을 부랴부랴 수습하기 위해 내놓은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던 데다, 한국과 일본 웹사이트 어디에도 공식 사과문은 없었다는 겁니다. 급기야 사과의 진정성 논란을 넘어 사과 여부를 가리기 위한 팩트체크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사과의 내용도 형식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유니클로 측의 입장 표명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불매운동 폄훼 발언 논란에 이어 '반쪽 사과' 논란까지 커지자 유니클로는 결국 22일 다시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이번에는 한국과 일본 공식 홈페이지에 모두 사과문이 게재됐습니다. 

유니클로는 "그룹 실적 발표 중 있었던 임원의 설명에 부족한 점이 있었고, 한국 고객들에게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는데요. 특히, '불매운동 영향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발언은 '오래가지 않기를 바란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한일 양사의 공동 명의로 발표된 이번 사과문은 일본 본사의 의중이 적극 반영됐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두 번째 사과는 진정성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일단 유니클로 측은 이번 사과에 일본 본사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의 의중이 담겼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한국 내에서 일고 있는 유니클로 불매운동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는 설명인데요. 회사 임원의 발언이 알려졌을 당시 좀 더 명확하고 직접적인 사과가 있었다면 상황은 다소 나아졌겠지만 지금은 사과의 형식과 내용은 물론,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번이나 사과한 건 한국 소비자들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기 때문일 겁니다. 인터넷과 SNS의 보편화로 소비자 경험을 공유하는 속도가 빨라졌고, 이로 인한 소비자 목소리는 갈수록 힘을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내 소비자들은 일본 제품 리스트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대체품 목록까지 공유하면서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니클로는 불매운동의 핵심 타깃입니다. 영향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든, 기대하든, 소비자들의 시선이 예전같지 않을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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