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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경제보복…위기를 기회로] 1. 안일한 대응이 화 키웠다?

SBS Biz 정지환
입력2019.07.20 08:50
수정2019.07.20 08:50

■ 취재파일

▶[신현상 / 앵커]
일본이 최근 한일 실무자 첫 회담에서 우리나라를 수출 심사 우대국가, 화이트리스트에서 완전히 빼겠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최악의 상황으로 몰린 건 정부의 뒷북 대응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기자들과 얘길 나눠보겠습니다.

김현우 기자, 먼저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배경,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때문인 거죠?

▷[김현우 / 기자]
네, 작년에 대법원이 미쓰비시 중공업에게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하라고 판결한 후, 일본의 경제 보복 이야기가 계속 나왔습니다.

아소 일본 부총리가 지난 3월에는 일본 기업이 피해를 입게 되면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한 적도 있습니다.

일본이 수출 규제안을 발표했을 때도, 신뢰 관계 훼손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배상 판결로 신뢰가 훼손됐다는 뜻으로 해석됐습니다.

[아베 / 일본 총리 (지난 3일 일본 기자클럽 주최 당대표 토론회) :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서로 청구권을 포기했습니다. 징용문제는 역사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국가의 약속입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동안은 우대조치를 취할 수 없습니다.]

그 후 일본 정부가 안보 문제 때문이라고 말을 바꿨지만, 강제징용 배상은 계속 언급됐습니다.

지난 7일 TV토론에서 아베 총리는 우리나라가 강제징용 피해자 약속을 지키지 않아, 대북 무역 제재를 지키는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습니다.
      
▶[신현상 / 앵커]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압류자산 매각이 진행되면 어떤 추가 보복이 가해질지 궁금한데요.

이 부분은 뒤에서 다시 짚어보기로 하고요, 지난해 10월 첫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의 보복행위는 예상이 됐던 거잖아요?

결국 지금의 이 사태는 우리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아요?

▷[김현우 / 기자]
네. 우리 정부가 일본이 수출 규제를 시행하기 전 외교적으로 갈등을 푸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은 보수 우파와 기업이 지지 기반입니다.

1965년 한일협정에서 강제징용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는 일본 정부 기존 입장이 무너지고, 일본 기업의 자산 압류로 이어지는 대법원 판결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대법원 판결을 무효로 만들기 위해 양자협의, 중재위 구성 등을 계속 요구했는데요.

우리 정부는 여기에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삼권 분립 원칙을 고수하며 대안조차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양국 기업이 자발적으로 출연금을 내는 방안을 대법원 판결이 난지 7개월이 지난 지난달 제시했는데요.

국내에서도 정부가 일본에서 G20이 열리기 직전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신현상 / 앵커]
알겠습니다.

그래서 정부도 이 부분에 예민한 것 같습니다.

김상조 정책실장이 우리 정부도 예상을 하고 있었단 말을 해서 국무총리로부터 돌직구 경고를 받기도 했어요?

▷[정지환 / 기자]
네, 김상조 실장은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발표 후 언론사 간부 오찬 간담회에서 정부 책임론을 의식한 발언을 했습니다.

“우리가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수입해야 하는 소재나 부품을 골라내니 긴 리스트가 나왔다.

일본 정부가 발표한 세 가지 수출 제한 품목은 우리가 가장 아프다고 느낄 1~3번까지를 딱 짚은 것이다“라며 정부도 일본의 수출 규제를 예상하고 있었다고 했는데요.

이 말이 오히려 알고도 당한 게 아니냐는 논란을 불렀습니다.
                        
결국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책실장으로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다”며 돌직구 경고를 날린 것이죠.  
             
    
▶[신현상 / 앵커]
우리 정부,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 WTO 제소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을 두고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요?

▷[정지환 / 기자]
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WTO 제소를 검토하고 있는데요.

정부가 일본과 대화로 풀려고 하기 보다 일본의 규제가 시작되자마자 WTO에 제소카드부터 꺼냈다는 겁니다.

WTO 제소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동안 경제적인 피해가 크기 때문에 성급했다는 것이죠.
 
하지만 명백한 근거 없이 북한과 관련된 안보를 이유로 수출을 규제하는 일본을 압박하기엔 WTO 제소가 적절하다는 반대 목소리도 높습니다.
   
▶[신현상 / 앵커]
그래서 WTO 제소보다 미국이 중재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 역시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김현우 / 기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도 미국의 주요 동맹국입니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의 경제 전쟁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우리나라를 지지해주길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미국 IT산업도 타격을 입기 때문에 미국이 중재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 차질로 미국 기업들이 얻는 이익도 크다는 반론도 있어서 미국이 중재에 나설지는 불투명합니다.
                      
[오대원 / 경기대 대학원 글로벌 비즈니스학과 교수 : 한국의 삼성이나 SK가 이런 대량생산의 반도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건데, 차도살인이죠. 일본이라는 칼을 빌려서 한국을 손봐주는 것으로 미국기업의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는 기회라면 미국이 이걸 조장하지는 않지만 기회를 즐길 수는 있죠.]

▶[신현상 / 앵커]
알겠습니다. 이런 일본의 경제보복에 자발적인 일본산 불매운동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나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왜 그런 겁니까?

▷[정지환 / 기자]
네,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전남도청 행사장을 찾은 자리에서 배 12척으로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을 언급했습니다.

[문재인 / 대통령 (지난 12일 전남도청 블루이코노미 경제 비전 선포식) : 전남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호국정신이 서린 곳입니다. 전남의 주민들이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12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습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일본의 수출 규제 시행 후 첫 한일 과장급 실무회담에서 한국을 홀대했다는 말을 전해들은 뒤 한 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SNS에 동학농민혁명을 기리는 ‘죽창가’를 공유했고요.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직후 미국을 방문했던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국채보상운동과 금 모으기로 위기를 극복했듯이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를 이겨내자고 주문했는데요.

일각에선 정부 당국자들의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허윤 /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 정부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오히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 국민도 자극하지 않고, 일본 정부도 자극하지 않는 가운데 외교력을 발휘해서 이 문제를 협상의 테이블로 결국은 가져가야 되고 전략적으로 잘 준비하는 그런 것이 가장 중요한 상황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신현상 / 앵커]
하지만 반일감정을 자극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도 있어요?

▷[김현우 / 기자]
예시를 들겠습니다.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한 후, 히틀러는 영국에 휴전을 제의했습니다.

거부하면 영국은 독일과의 전쟁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는데요.

처칠 수상은 국민들을 향해 신이 준 온 힘을 다해 폭정과 흉악한 범죄에 맞서 전쟁을 하자며 독려합니다.

하지만 처칠이 협상을 해야 되는 상황에서 반 독일 감정을 자극했다고 남아있지 않습니다.

문 대통령이 이순신 장군의 사례를 든 건, 일본과 경제 전쟁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국민 지지를 호소했다는 분석입니다.
 
[최진 /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 : (배 12척 발언은) 대일 관계에 있어서 절대로 물러서지 않고 한판 하겠다는 것, 또 하나는 여러 가지 외교 문제에 있어서는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고 모든 걸 걸고 국가적 입장을 관철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발로라고 봅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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