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단독] ‘구멍숭숭’ 비과세 금융상품…기재부, 유사상품군으로 통합 가닥

SBS Biz 정인아
입력2019.07.16 20:03
수정2019.07.16 21:16

[앵커]

금융상품 중에 비과세 상품이라는 게 있죠.

세금 혜택으로 서민들 목돈 마련하라고 만들어진 건데, 이게 엉뚱하게 만 65세 이상 고액 자산가의 배를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여러 상품을 중복 가입할 수 있어서 생긴 현상인데, 정부가 비과세 상품을 축소하거나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인아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농협 조합원으로 출자금 1000만원을 내고 매년 배당금으로 30만원을 받는다면 이 배당에 대한 세금은 얼마일까요?

결론은 한푼도 내지 않습니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농협, 수협 등 상호금융 조합원은 배당소득세 14%가 면제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회원이 농협·수협에서 판매한 예적금 상품에 가입하면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 14%를 면제받고, 지방세 1.4%만 내면 됩니다.

뿐만 아니라, 조합원이면서 만 65세 이상 어르신이라면 비과세 종합저축, 장기저축성 보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ISA 등 비과세 특례 상품에 추가로 가입해 각 상품별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중복 가입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지난해 기준 2개 이상의 비과세 금융상품에 가입한 중복가입자 수는 전체 가입자 수의 15.2% 정도였는데, 중복가입자들이 비과세 금융상품을 통해 얻은 금융소득은 전체 금융소득의 35.8%를 차지했습니다.

[윤성만 / 서울과기대 경영학 교수 : 어떤 사람들은 16개까지 가입돼있는 사람도 있고요. 결국은 (비과세 금융상품) 갯수만 많이 늘리다보니까 고액자산가나 고소득자들이 혜택을 보는거예요.]

서민들을 위한 비과세 상품이 65세 이상 자산가들의 재산증식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기획재정부가 총 9개에 달하는 비과세 금융상품을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장영규 / 기획재정부 금융세제과장 : 지금 납세자간 형평성 제고를 위해서 금융소득에 대해서는 비과세 감면을 계속 축소하는 방향으로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기재부는 우선 가입대상자가 겹치는 상품군끼리 묶어 통합한 뒤, 상품별로 가입조건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세제혜택을 축소하는 것을 검토 중입니다.

SBSCNBC 정인아입니다.    

[앵커]

앞서 보신 비과세 금융상품은 보통 정해진 한도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상품을 동시에 가입했다는 건 곧 한도를 넘길 정도의 여윳돈을 굴릴만한 자금력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는 거겠죠.

앞서 단독 보도한 정인아 기자와 좀 더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정 기자, 우선 이 비과세 금융상품의 취지는 서민들을 위한 거란 말이죠.

그런데 오히려 자산가가 세금 혜택을 받았다는 건데, 구체적인 혜택 규모가 얼마나 됩니까?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이 보고서를 내놨는데요,

비과세 금융상품 하나에 가입하면 대략 1인당 약 10만8000원 정도의 세금을 감면받았습니다.

반면 중복가입자는 이보다 네 배 이상 더 많은 49만5000원 가량을 감면받고 있었습니다.

4개의 상품에 가입한 중복가입자의 경우, 128만원 이상의 세금을 감면받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만 65세 이상 고액자산가 중에는 9개 이상의 비과세 금융상품에 중복으로 가입해 세금감면 혜택을 누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중복가입을 허용하게 된 이유는 뭔가요?

[기자]

기재부는 취약계층별로 비과세 금융상품을 산발적으로 만들다보니 가입 대상자가 중복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중복가입을 막겠다는 정부의 의지에는 공감이 되는데요.

총 9개의 상품들을 어떻게 통합한다는 건가요?

[기자]

기재부는 가입 대상자가 겹치는 상품끼리 묶어서 통합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개별 상품의 일몰기한이 다가올 때마다 상품을 없애거나 가입조건을 바꾸는 식으로 상품 수를 줄이겠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비슷한 상품끼리 묶은 뒤, 세금감면은 상품군 별로 각각 혜택을 주는 방식이 유력합니다.

[앵커]

언제쯤 통합이 완료될까요?

[기자]

통합 시기에 대해 기재부는 "중장기적으로 봐야할 일"이라고 답했습니다.

9개 상품별로 일몰기한도 제각각이고, 보통 한 상품의 조세특례 기한이 3년 이상으로 설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통합 원칙을 반영하고 장기적으로 통합을 모색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정인아 기자, 잘 들었습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정인아다른기사
한화 '경영 승계' 속도…장남 김동관, 부회장 승진
'빈 박스' 배송한 쿠팡, 뒤늦게 사전예약 혜택 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