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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정태수, 외환위기의 악몽…] 3. 정태수, ‘국가부도’ 방아쇠 당기다

SBS Biz 김현우
입력2019.06.29 09:08
수정2019.06.29 09:08

■ 취재파일

▶[신현상 / 앵커]


한보그룹은 한때 재계 14위를 차지할 정도로 사세가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불법과 탈법으로 이룬 고속 성장은 IMF 외환위기라는 국가 부도사태를 촉발시킨 한보 사태를 야기시켰습니다. 

한보 사태가 우리 경제에 남긴 파장과 오점, 짚어보겠습니다.

권 기자, 결국 이 한보 부도 사태가 국가 부도의 위기까지 몰고간 구제금융에 불을 지른 거죠?



▷[권세욱 / 기자]
네, 1997년 1월 한보철강 부도를 시작으로 22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순위 14인 한보그룹이 무너졌습니다.

뒤이어 재계 26위이던 삼미와 재계 8위이던 기아 등이 쓰러졌습니다.

대기업의 부도는 지역 경제도 황폐화시켰습니다.

한보철강이 있던 충남 당진은 170개가 넘는 중소업체들이 타격을 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 대외신용도가 가파르게 떨어져 큰 손실을 입게 됐습니다.

결국 그해 11월 21일 김영삼 전 대통령은 IMF에 긴급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다음날 담화문을 통해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김영삼 / 전 대통령(1997년 11월 22일 담화문) :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에게 참으로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시급한 외환확보를 위해 국제통화기금의 자금지원 체제를 활용하겠습니다.]

사상 초유의 국가 부도 사태는 우리 경제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는데요.

전문가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이병훈 /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IMF(국제통화기금)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근본적인 변화가 많이 일어나는데요. 고용의 유연성이라든가 일자리 이동이 그만큼 늘어난 형태가 됐고요. 노동시장 양극화가 그 이후에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그런 문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현상 / 앵커]
당시 한보그룹이 부도가 난 표면적인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김현우 / 기자]
네, 한보그룹이 당진 제철소를 짓기 위해 빌린 대출금 등을 갚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제철소 건설은 정 전 회장이 철강 산업을 키우기 위해 추진했는데요.
                      
수서 비리 사건으로 아파트 건설 사업을 정리한 한보그룹은 새로운 주력 사업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건설 기간이 길어지고, 다른 사업들도 부진하자, 한보그룹 대출금은 5조7천억 원까지 불었습니다.

물가 상승률로만 계산하면 지금 10조 원 정도 되는 금액인데, 로비를 통한 불법 대출로 나중에 밝혀졌습니다.

결국 갚을 수 있는 한도를 넘어갔고, 97년 1월 어음 50억 원을 막지 못해 한보그룹은 부도가 났습니다.

[박상인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무리한 확장을 금융시장이라든지 다른 경제 주체들이 제어하거나 막을 수 있어야 되는데 그 작동이 안됐다는 것이고 그 이면에는 정경유착이라는 어떻게 보면 뿌리 깊은 (우리)경제의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고요. 정경유착을 통한 문어발식 무리한 경영이 결국은 기업 집단의 부도, 경제 위기의 도화선이 됐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신현상 / 앵커]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요. 

건국 이래 사상 최대 금융비리 사건으로 남은 불법 대출사건, 내막은 뭡니까?

▷[권세욱 / 기자]
한보가 받은 특혜대출이 정관계와 금융계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1997년 한보의 부도로 5조7000억원의 부실 대출이 드러났는데요.

정태수 전 회장은 이를 위해 조직적인 로비를 벌였습니다.

뇌물을 받은 인사들은 대출 청탁 등을 통해 금융권에서 대출이 원만히 이뤄지도록 지원했습니다.

이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정조사가 열렸고 당시 거물급 의원들을 포함해 30명이 넘는 의원들이 소환 조사를 받았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씨는 한보 특혜대출 비리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김동원 /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 한보의 경우는 대부분의 경우가 본래 사업성이 없는 것을 정경유착을 통해서 은행 돈을, 정책금융을 끌어들여서 부실화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국민들에게 부담을 지운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현상 / 앵커]
당시 받았던 불법 대출금 중 많은 금액이 은닉되거나 뇌물로 쓰였을 가능성도 크다고요?

▷[김현우 /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보그룹을 수사한 검찰은 한보철강의 대출금 5조 500억원 중에서 2100억원은 유용됐다고 발표했습니다.

계열사 인수와 위장 계열사 신설 등에 400억원, 영업활동지원비에 270억원, 정 전 회장 이혼 위자료에 400억원 등으로 쓰였고,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는 돈도 250억원이나 됐습니다.

이 때문에 유용된 금액 중 상당 부분이 은닉되거나 뇌물로 쓰였을 것으로 의심됩니다.

▶[신현상 / 앵커]
외환위기를 촉발시킨 한보사태의 근원지는 곯을 대로 곯은 정경유착이었습니다.

정치와 기업의 잘못된 만남이 당시 '정태수의 한보'라는 괴물을 키웠고, 결국 한국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습니다.

촛불로 탄생한 지금의 정부도 시작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만들어 낸 정경유착이었습니다.

뿌리깊은 정경유착이라는 폐해가 대통령까지 바꾼 겁니다.

지긋지긋하고 낡은 정경유착의 관행을 끊어내지 못한, 어쩌면 필연일 수밖에 없었던 결과였던 겁니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정부는 재벌개혁과 정경유착의 근절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습니다.   

한국경제를 좀먹는 정경유착의 고리, 과연 얼마나 끊어냈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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