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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복귀’ 경영권 갈등, 봉합? 시작?] 1. 돌아온 조현민, 경영권 갈등 끝났다?

SBS Biz 김성훈
입력2019.06.22 08:54
수정2019.06.22 08:58

■ 취재파일 

▶[신현상 / 진행자]
온 국민의 공분을 샀던 물컵 갑질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돌아왔습니다. 

그녀의 귀환을 두고 한진가 3남매의 경영권 승계를 바라보는 시각도 엇갈리고 있는데요.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할지 기자들과 얘길 나눠보겠습니다.

김성훈 기자, 조현민 전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14개월 만에 돌아온 거죠?

▷[김성훈 / 기자]
네, 지난해 4월, 물컵 갑질로 짐을 싼지 1년 2개월 만에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전무와 정석기업의 부사장으로 복귀했습니다.

[한진그룹 관계자 : 형제간 화합을 토대로 그룹 경영에 참여해 사회공헌 활동과 신사업 개발을 담당할 예정입니다.]

조 전무의 직책은 한진그룹의 신사업 개발과 사회공헌 등 그룹 마케팅 업무를 총괄하는 최고 마케팅 책임자입니다.

▶[신현상 / 진행자]
네, 그야말로, 소리 소문 없이 깜짝 복귀인데요. 본격적인 얘기에 앞서 시민들 반응부터 확인해볼까요?

[30대 직장인 :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지만 다른 경로를 통해서 좀 텀(시간)을 두고, 또 다시 복귀하는 경우가 워낙 많았었기 때문에 (경영복귀는)예상했던 일인데, 텀(시간)이 좀 짧았던 게 기가 막히긴 했어요.]

[최현지 / 영등포구 양평동 : 다시 (경영에)복귀하는 게 아무렇지 않은지 몰라도 진심 어린 사과가 먼저 선행이 되고 복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진아 / 경기도 안산시 본오동 : 한 두 번이 아니잖아요. 갑질을 한 게… 자기가 한 말(물러나겠다고)에 책임을 졌으면 좋겠어요.]

[40대 직장인 : 반성기간도 너무 짧았고요. 인성도 안 돼 있는 사람이 경영 일선에 선다는 것 자체가 저는 또 하나의 갑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신현상 / 진행자]
예상은 했지만 보신 것처럼 조현민 전무의 경영 복귀가 시기상조다…. 또 다른 갑질이다며 대부분 부정적인데요. 

한진 측 입장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김성훈 / 기자]
네, 한진그룹은 조현민 전무의 복귀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진 특수 폭행 혐의와 업무 방해 혐의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폭행 혐의도 피해자와의 합의로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됐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조 전무의 경영 복귀는 전적으로 "가족들과 협력해서 회사를 이끌어달라"는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유언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형제간에 힘을 모아 그룹을 이끌라는 고 조양호 회장의 뜻을 따랐다는 건데요.

하지만 경영권 승계를 둘러싸고 3남매간 갈등설이 불거졌었잖아요?

왜 이런 얘기가 나온 겁니까?

▷[정윤형 / 기자]
네, 지난 4월, 고 조양호 회장의 장례가 끝난 지 1주일 만에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회장에 취임하면서 경영권 승계가 원만하게 이루어지는 듯 했습니다.

당시 한진그룹은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도 동의했다고 설명했는데요,

그런데 지난 5월 공정위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발표가 연기되면서 갈등설이 불거졌습니다.

한진그룹이 차기 동일인, 즉 그룹총수 변경신청서 마감시한을 넘기자 공정위는 발표를 닷새 연기한다고 밝혔습니다.

한진은 공정위의 동일인 지정 발표를 이틀 앞두고, 관련 서류를 제출 했지만 조 회장이 동일인이 됐을 경우를 가정하고 변동되는 내용을 담은 서류만 제출했습니다.

결국 공정위가 조원태 회장을 한진그룹 동일인으로 지정 하면서 갈등설은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그런데 조현민 전무가 복귀를 한 건 오빠 조원태 회장이 동의를 하지 않으면 불가능 했을텐데요.

그래서 조현민의 경영 복귀로 남매간에 갈등이 해소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고요?

▷[정윤형 / 기자]
네, 한진가 삼 남매의 갈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방증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 3일 국제항공운송협회 연차총회 직후 상속 문제와 관련해 갈등설을 인정하면서 조만간 갈등이 해소될 것이란 입장을 밝혔는데요.

당시, 조 회장의 얘길 들어 보시죠.

[조원태 / 한진그룹 회장 (지난 3일 국제항공운송협회 연차총회 브리핑) : 가족들과 많이 협의하고 있고, 합의가 완료됐다고 말씀은 못 드리지만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 회장이 이런 말을 하고 일주일 뒤 조현민 전무가 경영에 복귀했는데요.

그래서 조 전무가 경영에 복귀하는 조건으로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을 보장하는 등 남매 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 보는 겁니다.

▶[신현상 / 진행자]
결국 조원태 회장이 조현민의 빠른 경영복귀를 결정한 건 KCGI 공세로부터 경영권 방어 때문이란 평가가 우세합니다. 

먼저 지분 구조가 어떻길래 그런가요?

▷[김성훈 / 기자]
네, 그런 분석이 지배적인데요.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 구조를 보면 고 조양호 전 회장의 보유 지분이 가장 많습니다.

최근까지 지분을 늘린 KCGI는 16%에 달해 그 뒤를 잇고 있는데요, 반면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조현민 세 남매의 지분은 2.3%대에 불과합니다.
 
▶[신현상 / 진행자]
이런 상황에서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 상속이 마무리되면 한진칼의 지분 구조는 어떻게 달라지는 겁니까?

▷[김성훈 / 기자]
네, 고 조양호 전 회장이 상속과 관련해 별다른 유언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경우 민법에서 정한대로 지분 상속이 이뤄지는데 비율은 배우자는 1.5, 자녀는 1입니다.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상속받을 경우 한진칼 지분이 없는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5.95%가 세 남매에게는 각각 4%가량씩 돌아가 지분이 6%대로 늘어납니다.

결국, 온 가족이 뭉쳐야만 KCGI의 공세로부터 경영권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 방어 목적의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조현민 전무의 경영복귀를 허용했다는 겁니다.

전문가 얘길 들어보시죠.

[김연학 / 서강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아마도 그 모친의 중재하에 3남매가 차기 (경영권)승계 구도라든지 재산분할 구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묵계가 된 것 같고요. 외부의 부정적(경영복귀 비판)인건 순간이고 자기들 경영권을 공고히 해야 하는 이득이 더 크다고 가족회의에서 판단이 됐다, 그래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게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조현민 전무의 경영 복귀로 남매간 경영권 갈등은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입니다.
 
▶[신현상 / 진행자]
하지만 한편에서는 조현민의 경영복귀는 오빠 조원태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분석이 있는데요.

갈등이 끝난 게 아니라 또 다른 갈등의 시작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요?

▷[정윤형 / 기자]
일단은 KCGI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힘을 모았을 뿐이라는 건데요,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조현민 전무가 때 이른 복귀에 나선 건 본인뿐만 아니라 조현아 전 부사장이 조원태 회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따라서 갈등의 봉합이 아닌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는 겁니다.

[박주근 / CEO스코어 대표 : (오빠한테)지분만 몰아주다 보면, 자기의 지분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기 어려우니까 권리를 찾기 위한 것도 있고, 또 하나는 경영진에 있어야 오빠지만 경영의 독단에 대한 견제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도 복귀를 하는 큰 이유 중 하나라고 봐야죠.]

[박상인 /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 만약에 오빠한테 일단 지분을 다 몰아주고, 그리고 나서 나중에 지분이나 계열 분리를 나누자는 그런 식의 합의가 이뤄졌다면 빨리 복귀할 이유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이 되고요. 그런 의미에서 갈등의 소지는 여전히 있다는 것이고요.]

▶[신현상 / 진행자]
3남매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서 어머니 이명희 씨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이런 말도 나와요?

▷[정윤형 / 기자]
네, 앞서 얘기가 나왔듯이 세 남매의 한진칼 지분이 비슷한 상황에서 모친인 이명희 전 이사장이 물려받을 지분 5.95%가 누구에게 향할 것인가에 따라 세 남매의 그룹 내 영향력이 달라집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제로 이명희 전 이사장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긴 힘들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주근 / CEO스코어 대표 : 한진 일가가 경영권 방어를 하기 위해서는 이명희 전 이사장이 어느 한 사람에게 지분을 몰아준다고 경영권 방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네 사람의 지분을 합쳐야만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보면 캐스팅보트(결정권)를 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죠.]

▶[신현상 / 진행자]
앞서 남매간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혹시 나중에 3남매의 상속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한진 3남매의 아버지 세대도 상속 분쟁으로 내홍을 겪었어요?

▷[김성훈 / 기자]
네, 맞습니다.

고 조양호 전 회장이 부친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이른바 ‘형제의 난’이 일어났습니다. 

유산분배를 두고 차남인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 회장과 4남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선친의 유언장이 조작됐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인데요.

형제간 상속 다툼은 결국 소송전까지 가서야 마무리 됐고 계열분리 수순을 밟았습니다.

한진 3남매도 아버지 세대처럼 갈등 끝에 계열분리 수순을 밟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 같군요.

이번 조현민의 복귀를 두고 반발이 거센데요.

특히 진에어 노조는 조현민 전무가 우회적으로 진에어를 경영하려는 꼼수라며 경영복귀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면서요?

▷[김성훈 / 기자]
네, 조 전무는 물컵 갑질 논란으로 지난해 4월, 진에어 부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는데요.

국내 항공법상 외국인은 국적항공사의 등기임원을 맡을 수 없는데 미국 국적인 조 전무가 6년 동안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진에어는 면허취소 위기에 몰렸습니다.
       
결국 신규 운수권과 항공기 도입이 제한되는 경영확대 금지조치를 받아야 했는데요.
    
노조는 조 전무가 국적 때문에 진에어로의 경영 복귀가 여의치 않자, 최대주주인 한진칼을 통해 우회적으로 경영에 개입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특히 조현민의 복귀가 신규 운수권 제한 등 아직 제재가 풀리지 않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런 우려도 나오죠?

▷[김성훈 / 기자]
네, 진에어는 제재 조치로 1년 가까이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았습니다.

진에어는 올해 2월 몽골, 싱가포르나 지난달 중국 노선 운수권 배분 과정에서 배제됐습니다.

제주항공 등 경쟁사들이 알짜노선을 확보하거나 새 항공기를 도입하는 모습과 대비됩니다.
   
진에어 노조는 조현민 전무의 경영복귀가 제재 조치 해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며 경영 퇴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박상모 / 진에어 노조위원장 : 이 사태에 대해서 근본적인 원인 제공을 했던 사람인데 그 사람이 제재가 풀리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갑작스럽게 복귀하는 것은 저희로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고요. 한진칼 지주회사로의 (경영)복귀는 철회되어야 함이 마땅하다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신현상 / 진행자]
조현민의 경영 복귀에 반발하는 건 2대 주주인 KCGI도 마찬가지죠?

▷[정윤형 / 기자]
네, KCGI는 지난 12일 조현민 전무의 경영복귀에 대해 입장을 내놓았는데요.

“물컵 갑질로 주가폭락 등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진에어 사태를 수습하기 전, 경영복귀는 책임 경영 원칙에 위배”라며 깊은 유감을 표했습니다.

진에어와 정석기업에서 거액의 퇴직금 등을 받아간 사실을 거론하며 이번 복귀가 거액의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꼼수냐며 날을 세웠습니다.
 
이어 한진칼 이사회에 조 전무를 재선임하게 된 배경과 보수 등을 묻는 서한을 보낸다고 덧붙였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경영권에도 도전하고 있는 KCGI로서는 여론을 이용하기 딱 좋은 상황일 겁니다.

이런 KCGI의 주장에 대한 한진 측 입장은 뭔가요?

▷[정윤형 / 기자]
한진 측은 먼저 물컵 갑질로 주가가 폭락했다는 비판에 대해 유가 하락 등 대외적인 요인 때문이었다고 반박했고요.
   
또 조 전무에 대한 퇴직금 등 보수 지급과 한진칼 임원 선임은 사규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조 전무가 “검증된 마케팅 전문가로 그룹의 매출 증대와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 “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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