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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명분잃은 파업이 남긴 것] 3. 상처만 남긴 르노삼성 사태

SBS Biz 오정인
입력2019.06.15 09:02
수정2019.06.15 09:03

■ 취재파일

▶[신현상 / 앵커]
노사가 임단협에 합의는 했지만 그동안의 분규로 노사 양측은 물론이고 협력업체와 지역경제도 고통받았습니다.

7개월 가량 끌어온 노사 갈등이 남긴 상처와 후유증은 뭔지, 짚어 보겠습니다.

오정인 기자, 1년동안 끌어온 노사 갈등으로 생산 차질도 상당했습니다?

▷[오정인 /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5일 전면파업에 들어간 이후 르노삼성 생산량은 급감했습니다.

르노삼성 노조에 따르면 평소 생산량의 2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르노삼성은 1시간에 60대가량 생산을 해 왔습니다.

하루 여덟시간이면 460대, 주야로 합치면 920대 정도를 꾸준히 생산해 왔는데요.

지난 5일 전면 파업 첫날에는 40대를 생산하는 데 그쳤습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조합원 비율이 60%가 넘는 상황에서도 생산량은 기존보다 80% 가량 더 떨어진 겁니다.

출근한 근로자들이 일부 공정에 몰려 정상적인 조업이 어려웠기 때문인데요.

사측은 QM6 LPG 신차, 닛산 로그 북미 수출물량의 정상적인 생산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년간 노조는 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60여차례, 250시간 이상 부분파업을 강행해 왔습니다.

사측의 피해 규모는 2천800억 원 가량으로 추산됩니다.

▶[신현상 / 앵커]
르노삼성차의 국내 판매도 갈수록 부진한 상황이죠?

▷[오정인 / 기자]
네, 르노삼성 판매부진은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인데요.

르노삼성 판매실적을 살펴보면, 올해 3월 전체판매량은 1만3천여대로 지난해 3월보다 49% 줄어들었습니다.

4월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올해 4월에는 1만3천여대가 판매되면서
지난해 4월보다 40.6% 줄었습니다.

지난달 전체판매량은 1만4천여대로 집계됐는데, 1년전보다 11.6% 감소했습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르노삼성 전체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5%
줄었습니다.

당장 오는 9월 계약이 종료되는 닛산 로그를 대체할만한 후속물량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판매절벽'은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신현상 / 앵커]
더욱이 계속된 노사 분규로 지역경제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서주연 /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의 임단협 사태가 전면파업으로까지 악화되면서, 협력업체에서는 이미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곳들이 있다는데요.

연쇄부도에 이은 줄도산, 지역경제 붕괴 등 최악의 사태 현실화 조짐에 지역사회가 큰 우려를 보였었죠.

[ 심재운 / 부산상의 조사연구본부장 : 르노삼성차의 직접적 피해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상황이고, 지역경제가 받은 간접적인 피해가 상당하다고 봅니다.특히 협력업체의 피해는 추산할 수 없을 뿐이지 그 이상이 되지않을까... 로그물량을 대체할수 있는 물량을 받아서 협력업체들과 같이 상생할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으면... ]

[ 박인호 /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상임의장 : 노사가 서로 양보해서 지역경제를 위해서 빠른 시일내에 (르노삼성차가) 정상화 되기를 저희는 간절히 바랍니다. ]

▶[신현상 / 앵커]
아울러 협력업체들도 고사위기로 내몰렸는데요.

실제로 일감이 줄어서 구조조정을 한 곳도 있다고 합니다.  

뒤늦게나마 공장이 정상가동되면 협력업체들도 그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겠습니다?  

▷[서주연 / 기자]
협력사들은 기대 반 걱정 반인데요.

이미 공장 가동률이 바닥으로 떨어진 데다 인력 이탈이 잇따르는 탓입니다.

공정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업체들이 늘면서 그나마 이어지던 납품마저 지연되고 있습니다.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협력사들의 물량 감소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현재 대다수 협력사가 단축 근무와 휴업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불어나는 임금 부담은 직격탄인데요.

‘고용유지 지원금’ 역시 하루 손실액에도 못 미친다는 하소연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 나기원/ 르노삼성 수탁기업협의장 : 주3,4일 근무밖에 못하니까 재정적으로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고요. 엔지니어들 이탈로 인해 개발업무가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고.  2차 협력업체가 1차 협력사에 일을 반납을 해서 어려움이 가중됐었습니다. ]

▶[신현상 / 앵커]
그렇군요.

그리고 또 하나 우려스러웠던 것이 노사 분규가 계속될 경우 르노삼성 부산공장에 배정될 해외 물량을 배정받지 못할 것이란 점이었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서주연 / 기자]
사실 계속된 노사 분규때문에 내년 위탁 물량을 못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습니다.

내년 유럽 수출용과 내수시장 공략에 나설 신차 ‘XM3’ 위탁생산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공장가동률은 절반으로 떨어지고 구조조정도 불가피한 상황에 몰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타결로 확정적이지는 않지만 XM3를 부산공장에 유치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입니다.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새로나오는 XM3라는 모델이 있는데, 이 모델도 스페인 공장으로 가느냐 말이 많은 상황인데요. 이번에 합의안이 도출됐어도 전력을 다해서 XM3 신형물량을 얼마 만큼 부산공장에서 확보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부산공장이 21만대 용량을 가지고 있는데 한 50%~60% (가동)되면 그만큼 생산직 일자리가 불안해 지는거거든요. ]

▶[신현상 / 앵커]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번 르노삼성 사태의 후유증은 적지 않습니다.

많은 피해를 양산했기 때문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노사 양측이 합심해서 소위 잘 나가고 있는 쌍용차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클 것 같습니다?

▷[서주연 / 기자]
그렇습니다.

쌍용차는 긍정적인 노사 화합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2010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에서 탈퇴한 뒤 지난해까지 9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또 올해 임협 역시 교섭 절차를 밟기 전이지만 무난한 협상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원만한 노사 관계는 신차 효과와 맞물려 판매 실적 개선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쌍용차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4만7731대를 팔았습니다.

이는 전년 같은기간 4만1821대 대비 14.1% 증가한 수칩니다.

특히 내수 판매는 3개월 연속 1만 대를 돌파하면서 국내 3위 자리를 완벽하게 굳혔습니다.

내수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르노삼성, 한국GM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라는 지적입니다.

▶[신현상 / 앵커]
마지막으로 오랜 시간동안 혼란을 겪은 르노삼성이 정상화되기 까지의 과제,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서주연 / 기자]
임단협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봉합되도 르노삼성 앞에 놓인 과제는 '첩첩산중'입니다.

무엇보다 일감 절벽 해결이 시급합니다.

당장 수출 물량 확보가 비상입니다.

노사간 논란이 계속되는 사이 뚝 떨어진 내수 판매를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도 남아있습니다.

르노삼성은 이번 노사간의 갈등으로 다른 기업들에게도 많은 교훈을 남겼는데요.

세계 자동차 업계는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구조조정에 나선 지 오랩니다.

글로벌자동차 업계의 냉혹한 현실속에서 우물 안 개구리의 시각으로 대응하다가는 글로벌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날 수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할 땝니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노사 상생이 어느때 보다 중요한 상황입니다.

[ 박지순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결국 노조도 기업이 살아야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는 거고, 노동조합도 기업의 경쟁력이라던가 생존조건을 확보해야 그 다음에 교섭도 있을 수 있고, 쟁의행위도 있을 수 있다는 점, 또 대기업 노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책임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너무 지나치게 근시적인, 단기적인 이해관계에 매몰돼서 쟁의행위를 장기간 수행하는 건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업경쟁력이 저하되고 또 당연히 노동조합의 리더십에도 영향을 주게될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도 근로자들에게 1차적 피해가 미칠 수밖에 없는 그런 점을 이번 파업사태에서 우리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돼요 ]

▶[신현상 / 앵커]
노조원들이 참여하지 않는 파업은 파업의 의미도, 명분도 잃은 겁니다.  

명분이 없는 파업은 모두에게 고통만 주고, 피해만 더 키울 뿐입니다.

르노삼성차 노조가 파업을 고집하지 않고 회사와 타협점을 찾은 것은 뒤늦었지만 잘한 결정입니다.  

기업 편을 들자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가 없으면 노조도 없습니다.

노조도 노조원 없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뻔한 소리지만 노사는 대립이 아닌, 상생의 관계가 돼야 합니다.

이번 르노삼성 사태가 이런 토대를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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