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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명분잃은 파업이 남긴 것] 2. 노조, 외면당한 파업에 ‘백기’

SBS Biz 오정인
입력2019.06.15 08:59
수정2019.06.15 09:03

■ 취재파일

▶[신현상 / 앵커]
노사가 극적인 합의를 이뤄낸 것은 노조의 파업 철회가 결정적이었습니다.

노조가 돌연 파업을 철회한 것은 노조원들의 지지를 잃었기 때문인데요.

르노삼성차 파업은 왜 노조원들에게 외면당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서 기자, 한치의 양보도 없을 것 같던 노조가 파업을 일주일만에 전격 철회한 배경은 뭘까요?

▷[서주연 / 기자]

무엇보다 회사가 꺼내든 부분 직장폐쇄와 노조에 대한 거액의 손해배상 카드가 노조에게 큰 압박으로 다가온 것으로 해석됩니다.

부분 직장폐쇄는 사측의 초강수로 볼 수 있는데요.

사측은 12일부터 전면파업에 참가하는 근로자들은 사업장에 아예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이러면서 노조원들 사이에는 직장폐쇄 다음에는 실제 직장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퍼졌습니다.

노사가 공멸만은 막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에 극적 결정을 이뤄냈다는 분석입니다.

[ 노조 인터뷰 : 너무 강하게 나갔던 거고요. 사실상 지금까지의 노조가 보여주지 못한 동력 활용해서라도 회사의 조합원들 상대로 하는 걸 두고만 볼 순 없었다... 조합원을 위한 파업이 될 수밖에 없는 거고. 조합원이 힘들다고 하면, 사실상 조합원에 무리가 간다면, 전면 파업도 어느정도 기간을 두고 정리하는 해야되는 게 맞지만... ]

▶[신현상 / 앵커]
그렇군요.

하지만 가장 큰 철회 이유는 파업을 계속해 나갈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파업에 등돌리는 노조원들이 많았다면서요?

▷[오정인 /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6월 임단협이 시작된 이후부터 1년간 노사 갈등이 이어진 데 대한 노조원들의 피로감이 컸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또 노조 집행부의 강경노선에 대한 노조원들의 불만도 요인으로 작용됐습니다.

지난 1주일간 전면 파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부산공장 노조원들은 “현장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무엇을 위한 파업을 하고 있는 것이냐" 등의 불만섞인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설상가상으로 1년간 이어진 노사 갈등에 공장 가동시간이 줄어들면서 조합원들의 임금이 영향을 받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이 회사의 존폐 여부와 직결되자 노조의 전면 파업 선언에도 불구하고 많은 노조원들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신현상 / 앵커]
그렇군요. 아울러 노조 집행부의 무리한 요구도 노조원들이 이탈한 원인으로 지적됐어요?

▷[서주연 / 기자]
이처럼 ‘전면파업'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저조했던 파업 참여율은 노조 집행부의 강경 노선에 대한 조합원들의 거부감이 작용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집행부가 노조원들에게 전면 파업에 동참할 것을 강요하자 명분 없는 파업을 한다는 비난으로 이어졌습니다.

또, 공장 가동시간이 줄어들면서 조합원들의 임금이 영향을 받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앞서 임단협 재교섭이  무산됐던것은 노조 집행부가 자초한 부분이 컸다는 평인데요.

법적으로나 내부 규정상으로나 사측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들을 내걸었다는 지적입니다.

▶[신현상 / 앵커]
앞서 사측은 전면파업에 맞서 직장폐쇄라는 초강수를 뒀어요?

▷[오정인 / 기자]
르노삼성이 지난 12일부터 부산공장 야간 근무조 운영을 중단하는 부분 직장폐쇄에 들어갔습니다.

현행 2교대로 운영되던 근무체제를 주간조만 운영되는 1교대로 전환하겠다고 한겁니다.

앞서 지난 10일 르노삼성은 노조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지만, 노조는 별다른 답변을 내지 않았습니다.

▶[신현상 / 앵커]
결국 사측이 직장폐쇄라는 카드와 거액의 손해배상을 요구키로 한 강경대응이  먹혔다고 봐야죠?

▷[오정인 / 기자]
네, 르노삼성 노조는 결국 전면파업에 돌입한 지 7일만에 사측의 초강수 카드에 결국 파업을 철회했습니다.

극으로 치닫던 노사 갈등이 일단락된 건데요.

노조 조합원 60% 이상, 3명 중 2명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아 노조 내부적으로도 동력이 약해진 가운데 사측이 부분 직장폐쇄 등 강경대응에 나서자 사실상 '백기투항'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 김용진 /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 일단은 기본적으로 동력을 상실했잖아요. 파업이라는 게 동력을 상실하면 참여해주는 사람들이 참여를 안 하는 상황에서 계속 끌고 갈 수 없는 거고요. ]

▶[신현상 / 앵커]
그렇군요.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다 보니 같은 노조원끼리라도 갈등이 많았겠어요?

▷[오정인 / 기자]
네, 지난해부터 노조가 부분파업을 이어오면서 임금 실수령액이 줄어드는 등 노조원들 간 내부 갈등이 빚어지기 시작했는데요.

여기에 생산물량이 줄어들면서 협력업체들까지 함께 고사할 위기에 처하게 됐습니다.

이런 가운데도 노조 집행부는 사태를 해결하거나 풀어볼 의지없이 파업만을 강요하면서 노조 집행부와 조합원들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전문가 의견 들어보겠습니다.

[ 이항구 /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최근 노조 특징인데, 다른 업체들도 그런 움직임이 있어요. 1세대, 2세대로 나눌 수 있는데 젊은층, 2세대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미래가) 굉장히 불투명한데,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합리적인 선에서 타협을 하자고 주장하는 세력들이 있어요. 결과적으로 노노갈등이라고 비춰지는 거죠. ]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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