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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로 수명 단축 느껴”…국가기후환경회의 국민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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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19.06.09 20:24
수정2019.06.09 20:24

"환기하고 싶어서 창문을 열면 1∼2시간 만에 마룻바닥에 검은 먼지가 깔려요. 집값 떨어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수명 단축되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인천시 서구에 살며 택시 기사로 일하는 김영환 씨는 9일 쓰레기 매립지와 화력발전소 등으로 인해 대기오염이 심각한 거주지 실태를 이같이 토로했다.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이날 오후 KBS에서 국민 약 300명과 전문가 패널 6명,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조명래 환경부 장관 등이 참석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회는 KBS를 통해 전국으로 생방송 됐다.

참석자들은 미세먼지로 인한 일상 속 괴로움을 생생하게 털어놨다.

고등학교 2학년생인 서수현 양은 "체육 시간 운동장에서 (수업을 하면) 입안이 거칠고 눈이 따가운 느낌이 든다"며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부모님이 (거리에서) 떡볶이도 못 먹게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도봉구에 사는 시인 박승연 씨는 "장독대 위에 뿌연 먼지가 쌓인다"며 "건강을 위해 야채를 키워서 먹는데, 중금속 먼지 때문에 몸에 오히려 해롭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제과점을 운영하는 유성원 씨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유동인구가 줄어 점포를 방문하는 고객까지 줄어든다"며 "주변 노점 상인의 경우 심할 때는 매출의 50%까지 하락한다고 한다"고 전했다.

토론회에서는 5월 29일부터 6월 3일까지 전국 17개 시·도의 만 19세 이상 국민 2천602명을 대상으로 KBS가 실시한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응답자의 87.1%는 미세먼지로 인해 불편하다고, 75.1%는 건강 피해를 본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미세먼지 발생지와 관련해서는 80.3%가 '중국 등 국외', 19.7%가 '국내'라고 응답했다.

가장 효과적인 대책으로는 '중국과의 외교적 공조를 통한 해결'이라는 답변이 54.4%로 가장 많고,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가동률 조정'(19.2%), '인공강우 등 신기술을 통한 해결'(10.2%), '석탄 화력발전소 운행 중단'(7.7%) 등이 뒤를 이었다.

토론회에서 참석자즐은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정책 방안도 제시했다.

주부 김연진 씨는 "경유차 생산을 최소화하고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달라"며 "대중교통 활성화 대책도 세워달라"고 주문했다.

대학생 장연준 씨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났을 때 노후 경유차 운행이 금지되는 것과 관련해 "노후 경유차를 운전하는 분들은 대부분 영세 자영업자로, 운행을 금지하면 생업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며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산업계를 대표해 토론회에 나온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경기가 장기간 침체하고 경쟁국인 중국 부상으로 시장에 어려움이 많은데, 국내 노동·환경 정책이 동시다발적으로 규제로 다가오니 힘들다"고 토로했다.

전문가 패널들은 국민 의견을 경청한 뒤 각자 조언을 보탰다.

김도훈 서강대 교수는 "장기적으로 원자력 발전을 줄여야 하는 건 누구나 공감하지만, 미세먼지 문제를 단기적으로 해결하려면 원전 비율을 조금 높이고 석탄화력발전을 줄이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는 "우리 모두 미세먼지 피해자인 동시에 (미세먼지 발생에) 직간접으로 기여하고 있다"며 "불가피하게 전기요금이 올라가더라도 미세먼지를 해결하려면 재생에너지를 개발해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논의된 내용은 국가기후환경회의 전문위원회 분석·검토, 정부·지방자치단체·산업계 협의체 의견 수렴, 국민여론조사 등을 거쳐 의제로 확정된다.

이후 국민정책참여단 숙의와 제2차 국민대토론회를 통해 최종 검토된 뒤 국가기후환경회의 심의를 거쳐 9월 중 정부에 공식 제안된다.

반 위원장은 "아주 담대하고 과감한 정책을 내놓겠다"며 "열심히 노력하면 미세먼지 문제를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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