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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초대형 조선사] 3. ‘기업결합심사’ 관문 통과도 숙제

SBS Biz 윤지혜
입력2019.06.08 09:20
수정2019.06.08 09:20

■ 취재파일

▶[신현상 / 진행자]
진통 끝에 법인 분할의 장벽은 넘었지만 대우조선을 인수하려면 가장 큰 관문인 기업결합 심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공정거래위원회 뿐 아니라 경쟁 국가들의 심의를 통과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하는데요.

왜 그런지 알아보겠습니다.
 
윤 기자, 두 회사가 합쳐지게 되면 세계시장 점유율은 얼마나 되나요?

▷[윤지혜 / 기자]
네, 지난해 기준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의 수주잔량은 각각 13.9%, 7.3%였습니다.

1, 2위를 합하면 전 세계 시장 점유율 21.2%가 됩니다.

3위인 일본 조선소와 큰 격차로 압도적 1위가 되면서 초대형 조선사가 탄생하는 겁니다.

▶[신현상 / 진행자]
그렇군요.

이처럼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합병하면 시장지배력이 높아지는 만큼 독과점 심사를 받아야 한다면서요?

▷[김현우 / 기자]
네, 현대중공업은 이번 달에 기업결합 심사신고서를 공정위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기업 경쟁력뿐만 아니라 독점, 협력업체 등 다양한 부분을 고려하는 공정위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공정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정용건 / 사회연대포럼 집행위원장 : 부실한 기업 정리하는 과정에서 예외적인 조항으로 승인한 사례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적자가 나고 있고 대우조선은 최근 2년 동안 흑자가 났고 올해 1/4분기도 1900억 원 정도 이익이 났습니다. 그래서 부실기업 인수라는 그런 네임을 붙이기도 힘든 상황이고 그래서 사실은 국내 공정위 승인도 사실은 쉽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공정위가 두 회사의 합병으로 얻는 이득이 과점으로 인한 피해보다 크다고 판단하면, 합병을 승인할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지난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두 회사의 합병이 독일 지멘스와 프랑스 알스톰의 철도사업 합병처럼 거부될 수 있다는 우려에, 두 합병은 성격이 다르다며 긍정적인 신호를 내보낸 적이 있습니다.

[김연학 /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국내에서는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이번에 현대중공업의 인수가 불가피하다고 저는 조율이 됐다고 봐서 국내 결합심사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신현상 / 진행자]
그런데 국내도 국내지만 사실 해외 심사가 훨씬 까다롭다면서요?

▷[윤지혜 / 기자]
네, 국내 기업 간 합병이라고 해도 해외 거래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올리면 해외 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도 받아야 하는데요.

중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최소 10개국의 결합심사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가장 난항이 예상되는 곳은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의 본거지 덴마크 등이 있는 유럽연합입니다.

[김연학 /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만일에 한국의 업체들이 인수를 해가지고 경영의 효율성을 높여서 조선의 단가를 올리게 되면 해운사들 입장에서 보면 나중에 선가가 올라가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유럽 경쟁 당국에서는 이걸 불허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봅니다.)]

▶[신현상 / 진행자]
만약 해외에서 독과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윤지혜 / 기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거래가 무산될 수 있습니다.

각 나라의 기업결합심사 기준과 조치가 다를 수 있는데요.

해당국가에서 허가를 아예 안 해줄 수도 있고 행태적 조치, 즉 공급 가격을 낮추라든지, 독과점 우려가 있는 사업분야를 따로 떼서 팔라고 권고할 수 있습니다.

EU의 선박 주문은 전 세계의 절반가량을 차지합니다.

그 때문에 EU의 기업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제재를 따르지 않으면 해당 지역에 사업을 못하는 것이니까 의미가 없는 거죠.

그런데 눈여겨볼 점은 이 거래가 무산돼도 현대중공업은 남는 장사라는 겁니다. 

이미 법인 분할이 이뤄졌기 때문에 정기선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가 훨씬 수월해졌기 때문이죠. 

▶[신현상 / 진행자]
그렇다면 이번 인수합병에는 다른 국가들의 입김도 작용한다는 이야기인데요.

우리 정부가 사전에 이런 상황을 충분히 예측하고 있었겠죠? 

▷[윤지혜 / 기자]
물론 정부나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결정했을 때 제일 먼저 해외 당국에 기업결합심사 통과 여부를 확인했을 겁니다.

어느정도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기 때문에 매각을 추진한 것인데요.

과거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도 현대중공업이 뛰어들었는데 사는 입장에서도 이런 절차에 대해 충분히 법률의견을 물어 진행을 했습니다.

문제는 통과여부를 장담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아직 이 두 조선사의 합병은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인데요.

전문가들에 따르면 실제 심사가 시작되면 유럽연합을 비롯해 다른 해외 당국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또 전부 수용하는 게 아니라 일부만 수용할 지 변수가 많다고 봤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대화나 타협은 없고 극단만 남았다"

현대중공업와 대우조선해양의 노사 갈등을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예상한 대로 두 회사의 합병을 반대하는 노조의 반발이 너무 거셉니다.

주요 경쟁 국가들의 기업결합심사도 순탄치 않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야할 방향은 정해져 있습니다.

한국 조선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다시 경영일선으로 복귀한 권오갑 현대중공업 지주 부회장이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이 흔들릴 때마다 소방수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가 또 한번 현대중공업의 난제를 극복할 구원투수로 나섰습니다.

안으로는 노조의 반발과 밖으로는 경쟁당국과의 견제를 헤쳐나갈 어떤 묘수를 내놓을지 그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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