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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초대형 조선사] 2. “특혜 매각” vs “조선업 경쟁력 강화”

SBS Biz 윤지혜
입력2019.06.08 09:13
수정2019.06.08 09:13

■ 취재파일

▶[신현상 / 진행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를 두고 특혜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노조는 정부가 현대중공업과 대주주인 정몽준 전 회장에게 헐값에 매각했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 차원에서 필요했다는 반론도 있는데요.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지 이야기를 나눠보죠. 

정부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국내 조선업의 부활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지혜 / 기자]
네, 세계 1위를 자랑하던 조선업계는 2010년대 들어 악화된 업황에 큰 타격을 받았죠.

특히, 대우조선에는 지난 20년 동안 10조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경영 정상화가 원활하지 못했고 언제까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들고 있을 수 만은 없었습니다.

지난 3월,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과 매각 본계약을 맺을 당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이유를 밝혔는데요.

이 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이동걸 / KDB산업은행 회장 (지난 3월 9일 기자회견) : 지금의 적기를 놓치면, 우리 조선업도 과거 일본 조선업이 겪은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대우조선이 워크아웃을 졸업하고도 주인도 없이 산업은행 계열사로 있으면서 부작용이 많았죠?

▷[김현우 / 기자]
네, 그렇습니다.

책임감 없는 경영진으로 인해 회사가 무너질 뻔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 감사원 조사에서 최소 1조5천억원의 손실을 감춘 분식회계가 드러났었는데요.

예상하지 못한 대규모 손실에 대우조선은 파산 위기를 맞았고, 결국 정부가 3조원 가까운 적자금을 추가 투입했습니다.

또 분식회계 사실을 알면서도 청와대가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하고, 사장이 연임 로비를 시도하는 등 정치권과 유착도 심했습니다.

공적자금을 받으면서 직원들에게 천억원이 넘는 성과급을 지급했고 직원이 200억원을 횡령하는 등 내부 기강도 엉망이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그랬군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얻게 되는 기대효과는 어느 정도로 예상되나요?

▷[김현우 / 기자]
두 회사가 합병하면 LNG선박에서 수익이 크게 증가한다는 전망이 있습니다.

시장 조사업체 베셀즈밸류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서 세계 최고의 LNG선박 건조업체 위치는 더 확고해질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덕분에 협상력이 강해지는 현대중공업은 LNG선박 수주 금액을 높일 수 있고, 지난 5년 동안 발생한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증권업계도 새로운 합병회사가 규모의 경제로 경쟁에서 유리해지고, 조선업황이 살아나면 더 많은 프리미엄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그런데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을 매각하지 못했을 경우 파장을 고려하면, 특혜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는 것이 적절했다는 평가도 있잖아요?

▷[윤지혜 / 기자]
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조선업에 다시 장기 불황이 닥칠 것을 우려했는데요.

회생 가능성이 불투명한 대우조선이 또 다시 위기를 맞았을 때 더 이상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과거 지난 2017년 대우조선 지원 여부를 결정할 당시 금융위원회는 “대우조선이 도산하면 국가적으로 볼 수 있는 피해가 59조 원”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중소 조선 기자재 업체들의 연쇄 도산과 대량 실업 사태가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우조선 매각은 필요했다는 지적입니다.

[김연학 /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대우조선해양이란 회사가 12년간 산업은행의 자회사로서 공기업 형태로 있으면서 얼마나 방만한 경영을 하고 국민의 혈세가 10조 원 이상 들어갔는데, 그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오너가 경영하는 그런 체제를 만들어 줘야 하겠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했다고 봅니다.]

▶[신현상 / 진행자]
그러니까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도모하는 동시에 조선업황을 살리기 위해서도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가 필요했었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런데 노조는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는데 왜 특혜라는 겁니까?

▷[김현우 / 기자]
첫 번째 이유는 헐값 매각 의혹입니다.

산업은행이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에 넘기는 대우조선 보유지분 56%의 시가 총액이 1조8천억원을 넘습니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2조원을 넘게 됩니다.

앞에서 설명드렸지만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에 현금을 받는 대신 신설되는 한국조선해양 주식과 교환해 2대 주주가 되기로 했습니다.

현대중공업 측은 인수 후에 유상증자로 1조5천억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유상증자를 하면 주식 지분 가치가 하락하지만, 이 자금의 용도는 계열사가 된 대우조선의 부채 상환이기 때문에, 재무구조에서 현대중공업 측은 큰 손해가 없습니다.

현대중공업, 더 정확하게는 현대중공업지주의 대주주인 정몽준 전 회장이 단돈 1원도 쓰지 않고 대우조선을 가져가는 셈입니다.

▶[신현상 / 진행자]
그렇군요.

가격도 가격이지만, 인수대상자로 현대중공업을 꼭 짚어 지목한 방식도 문제라는 지적이에요?

▷[김현우 / 기자]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인수자로 현대중공업을 선정하는 방식도 이례적이었습니다.

그동안 산업은행의 기업 매각 방식은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기업을 우선하는 공개 입찰이었습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매각도 공개입찰을 준비 중이고 대우건설, 금호타이어 등도 공개입찰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대우조선은 미리 인수자를 정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조선업 개편이 시급해 매각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였다고 하지만, 현대중공업을 인수자로 결정한 이유 등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알겠습니다.

여기에다 노조는 현대중공업 분할이 정몽준 전 회장의 아들 정기선씨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죠?

▷[윤지혜 / 기자]
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이끄는 선박 유지 보수업체인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데요.

현재 국회에 상정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걸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로 현대중공업지주가 보유 중인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지분을 한국조선해양에 매각하면 손자회사가 되면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등 배당도 늘어나 경영권 승계 자금 확보에도 유리해지면서 특혜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정용건 / 사회연대포럼 집행위원장 : 지금 결국은 3세 (경영권) 승계가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빌미로 쉽게 이뤄지는 이런 구조입니다. 자기들은 돈 하나도 안 들이고, 대우조선이라는 구조조정이 잘된 회사 하나를 인수하고, 공정위에 일감 몰아주기 대상이 되는 이 회사(현대글로벌서비스)도 지주회사로 편입이 되면서 이것(규제)도 빠져나갈 수 있고….]

▶[신현상 / 진행자]
정부는 현대중공업의 몸집을 부풀리는 게 조선업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오히려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시각도 있지요?

▷[김현우 / 기자]
네, 초대형 조선업체 효과는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산업은행은 이번 합병으로 국내 업체간 저가 수주 출혈경쟁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는데요.

조선업 전문가들은 저가 수주경쟁의 원인은 인건비가 낮은 중국 등 해외 업체들과 경쟁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중국 조선업체들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곧 LNG선박 수주에서도 저가 수주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조선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친환경 선박 같은 차세대 선박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데 더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홍성인 /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 2050년에는 (CO2를)50%까지 감축해야 하는 (국제해사기구)이행 로드맵이 나와 있습니다. 이런 (환경 기술) 역량 강화는 경쟁 업체와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현상 / 진행자]
이런 지적을 뒷받침하는 것이 일본 사례인데요.

실제로 일본 조선업이 쇠락한 원인으로 기술 개발을 소홀히 한 점도 꼽히고 있지요?

▷[김현우 / 기자]
네, 1980년대 오일쇼크로 선박 수주가 줄고, 한국 업체와 저가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자 일본 정부는 조선사들을 합병해 선박 공급을 줄였습니다.

또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선박 설계 표준을 만들었는데요.

이 때문에 일본 조선사는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 할 필요가 없어져버렸습니다.

결국 국내 조선사 기술이 앞서기 시작하면서 세계 1위였던 일본 조선업은 현재 3위로 추락했는데요.

기술 격차로 인해 일본 조선업체들은 LNG선 수주를 우리나라 업체의 10분의 1 정도 밖에 하지 못하고, 중국 업체들에게 대형 유조선 수주까지 뺏기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 일본 2위 조선업체 재팬 마린 유나이티드의 치바 코타로 사장이 “조선업에 밝은 화제가 없다”고 한탄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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