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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초대형 조선사] 1. 현대중공업 분할, 주주총회는 넘었지만

SBS Biz 김현우
입력2019.06.08 09:05
수정2019.06.08 09:05

■ 취재파일

▶[신현상 / 진행자]
정부 주도로 이뤄진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는 노조의 반발이 예견됐었습니다.

예상대로 노조의 거센 반발을 뚫고 현대중공업은 주주총회를 열어 법인분할 안건을 처리했는데요.

이렇게 해서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첫 발을 뗐지만, 노조는 소송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노조가 왜 반발하는지부터 짚어보겠습니다.

김현우 기자, 먼저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 왜 필요했던 겁니까?

▷[김현우 / 기자]
현대중공업이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계약을 맺을 때, 현금 대신 물적분할로 신설되는 중간 지주사 주식을 주기로 했습니다.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을 하면 중간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인 신설 현대중공업으로 나뉘고,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등 4개 조선사를 계열사로 두게 될 예정입니다.

▶[신현상 / 진행자]
그렇군요.

그런데 분할 안건을 처리한 주주총회가 첩보전을 방불케 했다는 후문인데요.  

그래서 노조는 이 주총이 무효라고 반발하고 있다면서요?

▷[김현우 / 기자]
노조는 현대중공업이 주총 장소를 갑자기 변경한 것이 상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합니다.

현대중공업은 주총을 지난 달 31일 오전 10시 울산 한마음 회관에서 열겠다고 공시했다가, 오전 11시 10분 울산대 체육관으로 변경합니다.

장소와 시간 변경을 알린 건 오전 10시 30분, 변경된 주총이 열리기 40분 전이었습니다.

상법에서는 많은 주주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적어도 2주 전에 주총 시간과 장소를 알리도록 하고 있는데요.

노조는 회사가 주총을 날치기 처리해 주주 권한을 침해했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그야말로 기습 주총이네요. 

이런 노조 주장에 대한 사측의 입장은 뭔가요?

▷[윤지혜 / 기자]
법원에서 주총장에 파견 나온 검사인이 봤을 때,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법원에 보고 한 뒤 당일에도 주총 시간이나 장소를 바꿀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주총장을 변경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한국조선해양 관계자 : 당일 주총장은 노동조합이 불법 점거 중이었고, 정상적인 주총 진행을 위해서 여러 차례 퇴거 요청을 한 바 있습니다. 법원이 선임한 검사인도 현장에서 직접 퇴거 요청을 수차례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주총 장소를 변경하고 적법하게 진행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그런데 노조는 물적 분할을 결정하려는 주주총회를 못 열게 막았는데요. 

왜 물적 분할을 반대하는 건가요?

▷[김현우 / 기자]
노조는 물적 분할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분할 관련 공시 내용에 따르면 회사가 현대중공업과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으로 갈라지면서, 현금 자산 등은 절반씩 나누는 반면, 부채의 97%는 현대중공업이 떠안습니다.

부채 비율이 62%에서 116%로 급증하게 됩니다.

법으로 긴박한 경영상 필요할 경우 정리해고를 허용하고 있는데요.

부채비율 급증이 정리해고의 명분이 될 수 있습니다.

합병 후 중복되는 업무 인력을 구조조정 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김형균 / 현대중공업 노조 정책기획실장 : 대우조선을 인수해서 대내외 경쟁력이 높아진다, 이렇게 표현하잖아요. 기업이 슬림화돼서 인건비가 적게 들어가고 효율적인 경영이 된다는 거잖아요. 고용을 안정시키겠다는 말 하고, 효율을 높이겠다는 말 하고 모순되는 말이에요.]

▶[신현상 / 진행자]
근로자들의 위기감이 클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리고 신설되는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사무실을 서울에 두는 문제를 두고도 노조와 지역사회가 반발하고 있다고요?

▷[김현우 / 기자]
네, 노조는 경영과 연구 개발 인력이 서울로 이동하면, 울산은 생산 기지 역할만 하게 되기 때문에 구조 조정을 쉽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역 사회도 본사 이전을 반대하고 있는데요.

질 좋은 일자리와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며, 울산시장이 삭발식을 했을 정도입니다.

조선업의 특성상 연구개발 인력이 현장과 멀어지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용건 / 사회연대포럼 집행위원장 : 설계하려는 인력이나 R&D(연구개발)관련 인력들도 끊임없이 배가 제조되는 공정을 확인하면서 변경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회사 측 주장은 사실은 전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이런 노조 측 주장에 대해서 사측 입장은 뭔가요?

▷[윤지혜 / 기자]
서울에 한국조선해양 사무실을 두는 것이 구조조정을 쉽게 하기 위해서라는 노조의 우려에 대해 “법인 분할 후에도 어떠한 불이익이 없고 단체협약 승계와 고용안정 약속도 반드시 지키겠다”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중복 업무로 인한 구조조정 우려에 대해서도 부인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한국조선해양 관계자 :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자율적 책임경영 체제로 각각 운영이 될 것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기존 현대중공업에도 영업이라든지 모든 기능이 그대로 있어요. 대우조선(해양) 역시 인수되더라도 그 기능이 유지될 것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각각이 운영되는데 중복된다는 건 안 맞잖아요.]

한국조선해양을 서울에 두는 것에 대해 연구개발 인력 유치가 쉽고 수도권에 흩어져 있는 연구개발센터와 협력을 위해서라는 다소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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