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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는 왜 추락했나] 1. 박삼구 ‘과욕’에 금호 아시아나 ‘몰락’

SBS Biz 김성훈
입력2019.04.20 09:16
수정2019.04.24 13:45

■ 취재파일 

▶[신현상 / 진행자]
자금난에 시달리던 금호아시아나가 결국 아시아나항공을 팔기로 했습니다.

핵심 계열사 매각으로 금호그룹은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박삼구 전 회장의 ‘그룹 재건’ 과욕이 화를 불렀다는 평가인데요.

기자들과 함께 그 내막을 들여다보겠습니다.

본격적인 얘기에 앞서 아시아나항공의 상징인 색동날개를 접기까지의 과정을 영상으로 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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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전 회장, 대우건설 6조 4천억에 인수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 시장도 놀란 ‘통 큰’ 투자

2008년 3월, 대한통운 4조 1천억에 인수

몸집 부풀리기에 금호그룹 재계 7위 등극

그?러?나! 승자저주?

글로벌 금융위기 ‘강타’, 자금난에 그룹 휘~청!

독주에 박찬구 회장 반기, 형제간 경영권 분쟁    
 
2009년 7월, 형제, 경영 일선 동반 퇴진

[박삼구 /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그룹을 살리기 위해서 제가 그런(동반 퇴진)결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이해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2010년, 박삼구 회장 경영 복귀
      
2015년, 그룹 지주사, 금호산업 ‘재인수’ 그룹 재건, 첫발 뗐지만…

그룹 자금줄, 아시아나항공도 흔~들!      

2017년, ‘금호타이어’ 인수 선언
   
2018년 7월, 인수 자금 마련 위해 기내식 업체 변경 ‘무리수’

사상 초유의 기내식 대란

[박삼구 / 전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 : 손님들께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2019년 3월 28일, 회계보고서 파문에 아시아나기에서 내렸지만…     

2019년 4월 15일, 채권단 압박백기, 색동날개 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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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상 / 진행자]
서주연 기자, 금호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란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기까지 채권단의 압박이 강했는데요.

과거 금호타이어 매각 때와는 달리 왜 이렇게 압박 수위를 높인 걸까요?

▷[서주연 / 기자]
네, 사실 지난 금호타이어 매각 때 박삼구 전 회장이 끝까지 매각을 방해하면서 애를 먹은 전력이 있었던 것도 이유 중 하나라는 분석입니다.

일단 지난 10일 금호그룹이 금융당국에 내놓았던 아시아나항공 자구 방안은 크게 두가지인데요.

먼저, 오너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을 추가 담보로 5000억원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채권단은 추가 담보 가치는 200억 원의 수준에 불과하다고 봤고요.

두 번째로 금호 측이 3년 내에 경영 정상화를 못하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는 것이었는데요.

이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아시아나항공 자구 계획에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또, “어떻게 보면 이미 30년의 시간이 주어졌었다. 또다시 3년을 달라고 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채권단이 판단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결국 채권단이 하루 만에 초고속으로 퇴짜를 놓자 박삼구 부자가 수정 자구 안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포함시켰습니다.

금호산업 이사회도 곧바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어요?

▷[서주연 / 기자]
네, 올해 갚아야 하는 돈이 1조원이 넘지만 회계 보고서 파문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돈을 빌릴 곳이 꽉  막혀 있습니다.

당장 4월 25일이 만기인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부터 막아야 하는데 주식이나 채권 발행도 힘들고요.
  
당장 이 돈을 못 막으면 채권단이 1조 원이 넘는 차입금에 대해 조기회수에 나서게 되고 이렇게 되면 자칫 그룹 해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는데요.

때문에 박삼구 전 회장이 백기를 들고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하게 된 것이죠.

▶[신현상 / 진행자]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박삼구 전 회장의 그룹 재건이란 과욕이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지난해 기내식 대란도 그룹 재건의 한 축으로 세우려던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 마련 때문이란 얘기가 많았어요?

▷[김성훈 / 기자]
맞습니다.

성수기인 7월, 휴가철에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대란으로 홍역을 치뤘었죠. 

아시아나항공은 기존 기내식 납품 업체인 LSG와 재계약 협상 당시 그룹지주사인 금호홀딩스 채권 1600억원을 사달라고 요구했는데요.

이 업체가 거절하자 1600억 원 투자 요구를 들어준 중국 하이난 그룹 계열사와 합작해서 기내식 납품업체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이 납품업체 공장의 화재로 기내식 공급이 차질을 빚자 땜빵용 하청업체에 기내식 공급을 맡겼는데요.

이 업체가 공급 물량을 맞추지 못하면서 기내식 대란이 일었고요.

승객의 편의보다 경영권 찾기에 급급했던 박삼구 전 회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셌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승자의 저주’라고 할까요?

박삼구 전 회장의 무리수를 둔 몸집 부풀리기 때문에 오히려 그룹이 쪼그라들었다는 평가가 나오죠?

▷[김성훈 / 기자]
네, 금호그룹은 건설업체 1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사들이면서 자산 규모로 재계 7위까지 올랐는데요.

하지만, 그룹 전반이 부실해지면서 결국 야심차게 사들인 회사를 되팔았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까지 시장에 내놓게 됐죠.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그룹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인데요.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그룹 자산 규모는 현재 11조원 수준에서 4조5천억 원까지 쪼그라들 것으로 보입니다.

재계 서열도 현재 25권에서 60위권 밖으로 밀려나 중견기업으로 전락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견제를 받지 않는 황제 경영이 금호그룹의 몰락을 낳았다는 평갑니다.

[박주근 / CEO스코어 대표 : 견제할 수 있는 아무런 장치가 없기 때문에 무리한 욕심들이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 알짜회사들을 지렛대 삼아서 무리한 확장이, 그리고 개인의 사욕이 사실은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까지 왔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잠시 화제를 돌려서요.

아시아나항공 매각 발표 이후 경영정상화에 대한 기대 때문일까요?

금호그룹 관련 주가들이 큰 폭으로 올랐다면서요?

▷[서주연 /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 소식에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금호그룹 계열사 주가는 30% 안팎으로 급등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정된 지난 15일에는 가격상승제한폭(30%)까지 뛰었는데요.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7거래일 동안 무려 134.7% 급등해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도 같은 기간 두 배 가량 주가가 솟구쳤습니다.

산은의 자금 지원으로 일단 급한 불을 끄고, 새 주인을 맞으면서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그러나 인수 희망자들은 치솟는 주가가 부담스러운 상황인데요.

그만큼 인수금액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신현상 / 진행자]
박삼구 전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보낸 사과의 글이 관심을 끌기도 했어요?

▷[서주연 / 기자]
네, 그렇습니다.

박삼구 전 회장은 지난 16일 사내게시판에 “지난번 회계 사태 이후, 모든 책임을 지고 제가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회사의 자구안이 채권단에 제출됐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며 아시아나항공 매각 사실을 알렸고요.

이어서 “아시아나항공 임직원 여러분께서 받을 충격과 혼란을 생각하면... 참으로 면목 없고 민망한 마음”이라며 사과의 말을 전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알겠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전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선언 진정성에 의구심을 보이기도 한다던데요.

왜 이런 말이 나오는 겁니까?

▷[김성훈 / 기자]
과거 박 전 회장이 그룹 재건과 관련해 보였던 행보 때문인데요.

지난 2009년 박 전 회장은 그룹 경영이 위기를 맞자 경영권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넘기고 동생 박찬구 회장과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15개월 만에 경영에 복귀한 뒤 2017년에는 그룹 재건의 한축인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뛰어들었는데요.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우선매수청구권과 상표권을 무기로 산업은행이 중국 타이어업체인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팔려는 작업을 방해했습니다.

이 때문에 금호타이어 매각 작업이 1년 가까이 지연됐는데요.  

전문가의 얘길 들어보시죠.

[증권업계 관계자 : (금호타이어 매각 때) 상표권이나 이런 걸 가지고 계속 매각작업에 대해서 어떻게 보면 방해 아닌 방해를 한 거잖아요. 그런 것 때문에 저기(금호그룹)와 조금이라도 얽혀있으면 실제로 매각 과정이 제대로 진행이 될까라는 의구심을 많이 갖는 거죠.]

▶[신현상 / 진행자]
그동안 박 전 회장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놓고 채권단과 줄다리기를 했던 과정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 대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오히려 박 전 회장을 옹호했어요? 

▷[김성훈 / 기자]
네…지난 16일 이동걸 회장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삼구 전 회장의 진정성이 있다고 보고, 진정성이 있다고 믿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갖고 있다.고 밝혔고요.

또 최종구 위원장도 “아시아나를 살리기 위해, 평생 일군 기업을 매각하기로 한 결단을 존중해야 하고, 그 진정성에 추호의 의문도 없다.”며 일부 우려의 시선에 대해 선을 그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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