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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들의 연봉잔치, 이대로 좋은가] 2. ‘묻지마’ 총수 연봉, 왜?

SBS Biz 정윤형
입력2019.04.06 09:03
수정2019.04.08 16:17

■ 취재파일

▶[신현상 / 진행자]
연봉은 경영 실적에 비례해서 평가하기 마련인데요.

우리나라는 전문 경영인에겐 엄격한 잣대를 재면서도 재벌 오너 일가에는 유독 관대합니다.

재벌 오너들의 ‘묻지마 연봉’을 만드는 제도적인 허점은 무엇인지 짚어보겠습니다.

재벌 총수들의 연봉이 얼마나 높은지는 샐러리맨 연봉 킹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정 기자, 전문경영인 가운데서는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 연봉이 가장 많았다면서요?

▷[정윤형 / 기자]
네,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은 4년 연속 샐러리맨 연봉 킹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받은 연봉은 70억3400만 원인데요.

재작년 역대 최고를 기록한 243억8100만 원에 비하면 3분의 1 정도가 줄었습니다.

연봉 킹이라지만 재벌총수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돈데요.

현직 총수 가운데 고액 연봉자로 꼽히는 이재현 CJ회장은 3개 계열사에서 160억1100만 원을 받아서 권오현 회장 보다 두 배 이상이 많습니다.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인 만큼 그에 걸 맞는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신현상 / 진행자]
알겠습니다.

그리고 사회적인 물의는 빚지 않았지만 실적 악화에도 나 몰라라? 연봉을 챙긴 오너들도 있어요?

▷[김완진 / 기자]
네, 국산 위스키 업체인 골든블루 박용수 회장은 35억여 원의 연봉을 받았는데요.

국내 최대 주류업체인 하이트진로, 박문덕 회장보다 13억 원이 많습니다.

좋은 실적을 냈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지난해 골든블루는 매출은 1년 전보다 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5%나 줄었습니다.

최근 위스키 시장이 10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는 등 불황이 실적 부진으로 이어진 겁니다.

그런데도 회사 측은 “박 회장이 2011년 취임 이후 안정적인 시장 진입과 성장을 이끌었고 적극적 투자와 경쟁력 확보로 경영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며 25억 원의 성과급 지급 이유를 밝혔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던 재벌총수들이 이처럼 고액 연봉을 챙길 수 있는 이유는 뭘까요?
 
▷[김완진 / 기자]
네, 앞서 5개 계열사에서 연봉을 받은 이웅렬 코오롱 회장 사례에서 보듯, 재벌총수들은 계열사 겸직을 통해 연봉을 따로 챙기기 때문입니다.

또, 연봉을 결정하는 이사회와 사외이사가 총수 일가를 견제하기보다 거수기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실제로 시가 총액 20대 기업에서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찬성률은 1개 기업만 제외하고 100%입니다.
 
관련해서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박주근 / CEO스코어 대표 : 고액연봉도 이사회에서 결정을 하는데 그 이사회 멤버, 사내이사는 다 자기 충신이나 심복으로 자리를 채우고, 사외이사들 조차, 대부분 자기와 코드가 맞는 사람들로 앉히다 보니 자기 연봉을 결정하는 게, 셀프 연봉을 결정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견제가 안 되니, 당연히 고액연봉으로 갈 확률이 높은 거죠.]

▶[신현상 / 진행자]
그렇다면, 실적이 안 좋은데도 고액 연봉을 챙기는 경우도 이사회의 느슨한 견제 역할도 원인이지 싶어요?

▷[김완진 / 기자]
맞습니다.

앞서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도 대림코퍼레이션 한 곳에서만 100억 원이 넘는 연봉을 챙겼다고 했잖아요?

대림코퍼레이션은 비상장 기업으로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기도 해 총수 일가의 지분을 줄이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결국, 상장사보다 더 견제장치가 없다는 점이 문제인거죠

[박상인 /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 많은 연봉을 가져간다, 그건 사익편취의 수단이고, 훨씬 더 용이하죠. 상장회사보다 보는 눈도 적고, 감시, 감독할 수 있는 기제가 없기 때문에 그런 거죠.]

▶[신현상 / 진행자]
사실 고액 연봉을 받을만한 성과를 냈다면 얼마를 받아가던 문제가 없을 텐데요.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반대로 연봉이 경영실적에 대한 평가라는 측면에서 책임 경영 사례로 화제를 모은 인물들이 있는데요.

정 기자, 먼저 해외 사례로는 누구를 꼽을 수 있나요?

▷[정윤형 / 기자]
경영 실적에 책임을 지고 연봉 1달러만 받겠다고 처음 선언한 전문 경영인이 미국 크라이슬러의 리 아이아코카 회장인데요.

1970년대 말, 부도 직전의 회사를 살리기 위해 연봉 1달러를 선언하고 구조조정에 들어갔습니다.

미국의 네트워킹 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의 CEO 존 체임버스 회장, 미국의 자동차 부품업체 델파이의 스티브 밀러 회장도 경영 위기 속에 연봉 1달러만 받겠다고 했습니다.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1997년 도산 직전인 애플에 복귀하면서 연봉 1달러만 받겠다고 선언한 뒤 2011년 사망 전까지 15년 동안 연봉을 1달러를 고수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국내에서도 회사 정상화나 실적 부진을 책임지기 위해 무보수를 선언한 CEO들이 있었죠?
 
▷[정윤형 / 기자]
네,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은 1998년 주택은행장으로 취임하면서 연봉은 1원만 받고 나머지는 스톡옵션으로 받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됐었죠.

당시 경영 실적이 안 좋으면 1원짜리 봉급생활자로 전락하겠지만 성과를 거두면 명예와 부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몇년 후 스톡옵션을 행사해 110억 원을 벌었는데 이 중 절반 정도를 사회공헌기금으로 내놨습니다.

지난 2014년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도 전년도 대규모 적자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 해 보수를 회사에 반납하겠다고 선언했고요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 수감돼 경영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SK 최태원 회장도 지난 2014년 전년도 연봉 300억 원을 사회에 환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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