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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경제코드] 신맬서스주의의 부활?…계급제 모순 반대한 삐딱한 시선 ‘킹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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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19.03.05 16:47
수정2019.03.06 19:01

■ 박병률의 영화 속 경제코드

- 작품명 : 킹스맨
- 감독 : 매튜 본

[인구론의 부활, 그리고 미래]

'킹스맨'은 정부도, 영국정부도 모르는 비밀조직이죠.

거대 통신사 회장인 발렌타인은 ‘가이아 이론’의 신봉자입니다.

가이아 이론은 1978년 영국 과학자인 제임스 러브록이 '지구상의 생명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라는 저서를 통해 제안한 건데요.

여기서 가이아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이고, ‘가이아 이론’은 지구를 살아 있는 생명체로 봅니다.

즉, 지구온난화나 환경파괴와 같은 문제를 그대로 방치했을 때는 지구가 죽을 수 있다고 본 겁니다.

'킹스맨' 속 발렌타인 회장은 지구가 골병이 들어가는 이유를 바이러스, 즉 인구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발렌타인 회장은 자신이 나서서 바이러스를 죽여 지구를 살리기로 합니다.

그래서 세계각국의 유력 정치인, 부자, 지식인 등을 지하세계로 빼돌리고 필요없는 인간들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도록 유도합니다.

네 영화 '킹스맨'을 관통하는 코드, 바로 ‘신맬서스주의’입니다.

1972년, 한권의 책이 발표됩니다.

로마클럽의 경제학자 및 기업인들이 쓴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의 일종인데요.

이 책에선, 인구증가와 급속한 공업화로 인해 지구의 식량과 자원이 고갈되고 환경이 파괴돼 인류는 100년 안에 성장의 한계에 도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성장의 한계’는 서문을 보면 “연못에 수련이 자라고 있다. 수련이 하루에 두 배로 늘어나는데 29일째 되는 날 연못의 반이 수련으로 덮였다. 아직 반이 남았다고 태연할 것인가. 연못이 수련으로 뒤덮이는 날은 바로 내일이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용어도 이 책에서 처음 제시됐습니다.

이 책은 전 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습니다.

그리고, 스톡홀름 유엔 인간환경회의는 ‘인간환경선언’을 채택하면서 범세계적인 환경보호와 자원관리에 들어갑니다.

죽었던 것 같은 인구론은 ‘신맬서스주의’로 부활한 것입니다.

맬서스주의가 단지 식량 부족문제를 경고했다면 신맬서스주의는 석유, 원자재, 에너지 같은 천연자원이 고갈될 수 있다는 것까지 확대시킨 이론입니다.

기술의 진보는 지구와 인류의 멸망을 약간 지체시킬 뿐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라고도 주장했습니다.

이 책이 발간된 뒤 비록 지구의 미래와 기술의 기여도를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1970년대 이후 환경오염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증폭시키는 데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반대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맬서스의 인구론이 서민이 아닌 자본가들을 위한 정책에 적용되었듯 신맬서스주의는 이미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선진국들을 위한 논리가 아니냐는 것이죠.

한 마디로, 개도국들이 인구보너스를 성장하는 것에 대해 선진국들이 견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들이 신맬서스주의를 통해 지구의 자원부족을 인구 탓으로 돌림으로써 선진국들은 자원약탈, 식량독점, 과잉소비와 같은 정치적 문제에서 면죄부를 받게 됐다고 주장합니다. 

선진국들은 18세기 이후 엄청난 자원을 쓰고 온실가스를 퍼트리며 성장했으면서 개도국이 이제 성장을 하려하니 지구온난화를 내세워 규제를 하고 있다는 것이죠

또,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구 감소가 시작되고, 유가 등 원자재가격이 폭락하는 등 인구론과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신맬서스주의가 과도하게 암울했던 것 아니냐’는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석유 생산이 정점을 찍고 줄기 시작하는 ‘피크오일(Peak Oil)’은 당초 1970년대에 올 것으로 전망됐다가 지금은 2030년 이후로 연기가 됐습니다.

자원고갈론도 과장됐을 수가 있다는 것이 개도국들의 시각입니다.

영화 '킹스맨' 속 발렌타인 회장의 ‘지구 살리기’ 프로젝트도 개도국이 보는 선진국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들끼리 서로 싸워 죽이게 만들되, 각국의 지도자와 지배계층은 제외되죠 그의 구상을 가로막는 것이 킹스맨입니다.

평민계급인 에그시가 귀족계급 경쟁자를 물리치고 요원이 된 것이나, 자신들만 살려고 했던 각국 지도자의 머리를 폭파시켜버리는 장면에서 영화의 주제가 명확하게 드러나죠.

'킹스맨'이 단순한 B급 영화가 아니라, 계급제 모순에 반대하는 삐딱한 영화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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