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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워라밸’을 꿈꾸다] 2. 워라밸? 우리도 하고 싶지만...

SBS Biz 장지현
입력2018.06.30 09:46
수정2018.06.30 09:46

■ 취재파일

▶<신현상 / 진행자>
일에 치여서 야근을 밥 먹듯 하기보다 저녁 시간을 즐기는 삶…
 
이 땅의 모든 근로자들의 희망사항이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일단 근로시간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고 당장 줄어든 근로시간을 채울 사람 뽑기도 힘들다는 기업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 문제들을 짚어보죠.

먼저, 근로시간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데 고용노동부가 정한 기준은 뭔가요?

▷<장지현 / 기자>
고용노동부는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에 종속된 시간만 근로시간이라고 밝혔는데요.

특히 "여기서 말한 사용자의 지휘 감독은 명시적인 것뿐만 아니라 묵시적인 것을 포함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노동시간이 아니어도 자유로운 이용이 어렵고 사실상 지휘·감독 아래 있는 시간은 '대기시간'으로 간주해, 노동시간에 포함한다는 겁니다.

▶<신현상 / 진행자>
명시적이고 묵시적인 것을 포함한다. 그렇다 보니 이런 기준에 대한 해석과 적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죠?

▷<장지현 / 기자>
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지휘 감독 아래에 있는 시간'이라는 대원칙은 있는데요.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문제죠.

특히 근로와 비 근로의 경계선에 있는 시간은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몇몇 사례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입장을 내놓았는데 대표적인 게 '회식시간' 논란입니다.

사용자가 참석을 강요했어도 "구성원 간에 사기 진작이나 친목 도모를 강화하는 자체 회식인 경우 노동시간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는데요.
                   
사실상 직장인들은 회식을 업무의 연장으로 보고 있다는 게 문제죠.

[김연우 (가명) / 직장인 : 아무래도 막내 연차다 보니까, 제일 늦게까지 남아있어야 하고 윗분들 맞춰드리는 것도 업무의 연장인데, 솔직히 일찍 빠지기 힘들죠.]

고용노동부는 다만 노사가 합의하면 회식도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신현상 / 진행자>
정말 모호한 기준이 혼선을 빚고 있는데… 그럼 회사 업무차 출장을 갈 때는 어떻게 되나요?

▷<장지현 / 기자>
출장시간도 논란인데요.

단거리 출장 때, 예를 들면 서울에서 대구를 오간다고 했을 때 집에서 출장지로 직접 출퇴근하는 경우, 이동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바로 이동한 경우 출장이 아니라 출퇴근시간으로 인정하기 때문인데요.
              
다만 이것도 근로시간으로 인정을 하려면 노사 합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커피나 담배 타임은 모두 '대기시간'으로 근로시간으로 인정이 됩니다.

노동의 영역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했다는 건 긍정적이지만 애매한 기준 때문에 혼선이 이어지고 있는 거죠.
                 
▶<신현상 / 진행자>
이런 논란 말고도 52시간을 맞추려고 사람을 더 뽑고 싶어도 뽑지 못해서 애를 먹는 경우도 많다면서요?

▶<신현상 / 진행자>
노선버스 업계가 대표적인데요.

그동안 노선버스는 무제한 근로가 가능한 특례업종이었지만 이번에 법 개정으로 제외됐습니다.

주 52시간 근무 시행은 1년 유예됐지만 당장 7월부터 주당 근로 68시간을 지켜야합니다.   
                            
올해 뿐 아니라 내년까지 감안하면 인원 충원이 크게 필요한데 구인난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당장 7월부터 추가로 필요한 인원만 8000여 명에 달합니다.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서울시는 큰 문제가 없지만 경기도 노선버스는 구인난으로 자칫 도민들의 발이 묶일 수도 있는데요.
                           
구인난에 골머리를 앓는 경기도 노선버스 업체를 찾아가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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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를 영업권으로 삼는 한  버스 업체입니다. 

경기도 내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대우가 좋은데도 기사 분들은 하루 평균 17시간씩 근무를 해왔는데요.
                          
당장 7월부터 주간 68시간 근무로 바꾸면서 예전처럼 장시간 근로를 할 수가 없습니다.

기사 충원이 필요하지만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고민입니다.
                          
구인난의 원인은 서울에 비해 급여도 적고 근무환경도 나쁜데 근로시간 단축으로 전체 기사 수요가 늘어나면서 서울로 빠져나가는 현상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경기고속 관계자 : 저희 같은 경우는 (시급)8044원을 주고 있는데 그 인건비 갖고는 아르바이트 수준 밖에 안 되기 때문에 기사 수급에 굉장히 어려움을 겪을 겁니다. 서울보다 열악한 건 명약관화한 일인데 그걸 극복하긴 사실 힘들죠.]

기사를 못 구할 경우 비인기 노선은 운행에 차질이 예상되고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도 훼손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기고속 관계자 : (수익이 적은)노선 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나올 것이고 두 번째는 안 좋은 이야기겠지만 법을 어기면서까지 지금의 근무 형태를 유지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경기도민들의 발이 묶일 수 있다니 심각하네요.

그리고 대중교통인 버스를 모는 기사는 많은 사람들의 안전이 걸린 만큼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사람을 구하지 못할 정도라면 정말 문제 아닌가요?

▷<신윤철 /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아무리 내가 1종 면허에 수십 년 경력을 갖고 있어도 바로 노선버스를 몰기는 힘들다고 합니다.

마을버스로 시작해서 적어도 3년 이상 경력을 쌓고 시외버스 기사로 가는 코스가 암묵적인 가이드라인으로 통용됐었는데요.
                   
실제 인터뷰에 응해줬던 버스 관계자도 사고 발생 가능성을 가장 우려했습니다.

현재 환경이 열악하지만 구인난에 저 숙련자를 고용하면 사고가 날 확률도 크고 보험료만 인상돼서 회사 부담만 커지기 때문이죠.

경기도는 300인 이상 버스 사업장이 서울보다도 많고 노선도 길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은 충분히 예상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그리고 업종 특성상 근로시간이 몰리거나 겹칠 수밖에 없는 곳도 고민이 많다고요?

▷<장지현 / 기자>
네. 대표적으로 계절을 타는 업종들은 일감이 몰리는 시기가 있어 탄력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는데요. 주 52시간 근로만으로 생산량을 채우기 힘들고 추가 인력이 얼마나 필요할지 몰라서 고민인데,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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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이면 불티나게 팔리는 아이스크림.

1년 전체 매출 중 절반 이상이 시기에 나오지만 올해 빙과업계는 대목이 코앞인데도 웃지 못합니다.
        
[빙과업계 관계자 : 비성수기에 비해서 여름 생산량이 3배 정도 많고요,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주 52시간 근무를 운영해봐야 (얼마의 추가) 채용 규모가 적정한지 나올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여름이 성수기인 에어컨과 선풍기, 정수기 같은 가전제품 업체들도 당장 숙련공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가전업계 관계자 : 신규 입사자의 경우 바로 업무에 투입하기 어려워서 보통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 교육 기간이 필요합니다. 경력이 오래된 분들이 초과근무를 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선 더 좋죠.]

대기업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견기업들은 정부에서 유예 기간을 줘도 해결책이 없다고 호소합니다.

[김규태 /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전무 :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있는 것이 업종별, 지역별을 감안해서 탄력적으로 유동적으로 적용을 해야 한다, 준비해도 될 수 없는 조건을 가진 기업들이 워낙 많다는 얘기죠.]

바쁠 때 더 일하고, 업무가 적을 땐 쉴 수 있는 탄력근로제 기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그런데 이 탄력근로제를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죠? 왜 그런 겁니까?

▷<장지현 / 기자>
네. 현재 노사가 합의해서 탄력근무제를 활용할 수 있는 단위 기간은 2주와 3개월인데요.
          
경영계에선 너무 짧다며 확대를 호소를 해왔는데 얼마 전,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경제현안점검회의에서 “탄력근로제도 단위 기간 확대 등 제도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했죠.
                
하지만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확대는 근로시간 단축법을 무력화 시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수당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첫 주에 48시간을 근무하고 다음 주에 32시간을 근무한다고 하면 첫 주에 8시간을 더 근무해도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합니다.
                  
두 번째는 고용 불안인데요.

탄력근로제를 1년으로 늘리면 6개월간 집중적으로 연장 근로를 시키고 일이 적은 나머지 6개월은 사실상 임시직을 고용하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는 겁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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