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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의 미래] 아이들의 문화적 감성을 키워줄 속리산 도깨비 이야기

SBS Biz 온라인 뉴스팀
입력2018.03.22 16:00
수정2018.03.22 16:00

당신이 몰랐던 지역문화 - 보은문화원

어릴 때, 이야기 듣기를 좋아했다. 할머니 무릎을 베고 할머니의 입담에 따라 달라지는 옛날이야기를 들으면서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곤 했다. 지금이야 동화책도 많고 각종 미디어가 발달하여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를 마음만 먹으면 보고 들을 수 있다. 그러나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듣는 이야기의 낭만과 상상의 세계를 펼치는 재미는 덜해진 듯하다. 

옛날이야기 중, 귀가 솔깃해지는 이야기는 귀신이나 도깨비 이야기였다. 무속에서는 사람이나 생물이 죽었을 때 이 세상에 한이 남아 있는 경우 귀신이 된다고 말한다. 즉 이승에 남겨진 인연을 끊지 못해 하늘에 가지 못하기 때문에 악하게 변하여 살아있는 자들을 괴롭힌다는 것이다. 반면 도깨비는 빗자루나 부지깽이(아궁이에 불을 땔 때 쓰는 막대기), 깨진 그릇, 짚신 등 오래 사용한 낡은 물건에 혼이 깃들어서 생긴다고 전한다. 설화조사를 다니다보면 제보자 중에 무덤가나 낡은 초가집에서 도깨비불을 보았다고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 어디를 가나 도깨비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민담에서 ‘도깨비방망이’, ‘혹부리 영감’, ‘도깨비감투’ 등은 도깨비를 소재로 한 대표적인 이야기들이다. 도깨비는 역사적으로 그 기원을 찾기가 어렵다. 중국 귀면문(鬼面文)의 일종인 도철문에서 생겨났다는 설도 있고 남북조시대 벽화에 나타난 형상물에서 유래를 찾기도 한다. 한국의 경우는 「삼국유사」와 「용재총화」, 「조선왕조실록」, 「용천담적기」의 기록에 도깨비와 관련된 내용이 모두 ‘귀(鬼)’로 표기되어 있다. 특히 삼국시대의 귀면와(鬼面瓦, 도깨비 얼굴을 새겨 장식한 기와로 도깨비기와라고 부른다.)는 악귀를 쫓는 ‘벽사의례’의 의미를 담아 건축의 자재로 사용되었다. 대체로 사찰의 석탑조각이나 건축, 공예품, 전설, 설화에서 액을 물리치는 수호신의 역할을 한다. 도깨비의 특징은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하며 밉지 않은 심술을 부리거나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점이다.

충청북도 속리산국립공원에 가면 정이품송을 만날 수 있는 ‘솔향공원’과 ‘도깨비공원’이 있다. 이곳에서 열리는 도깨비축제는 2008년에 시작됐다. 보은문화원에서는 속리산 도깨비이야기와 설화를 소재로 아이들에게 친숙한 도깨비 점토인형을 만들어 3D애니메이션을 제작하였다. 앞으로 마당극이나 인형극 제작, 도깨비의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 개발 등 다양한 활용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미 뱀파이어와 포켓몬, 디지몬 등에 친숙해진 우리의 아이들이 보은에서 만나게 될 도깨비이야기로 문화적 감성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기를 희망한다.

서정화(한양대학교 문화재연구소 전문위원, 박물관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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