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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의 미래] “떠난 이들과 함께 하는 망우역사문화공원의 푸른 미래”

SBS Biz 온라인 뉴스팀
입력2018.03.19 10:00
수정2018.03.20 15:08

당신이 몰랐던 지역문화 - 중랑문화원

망우리(忘憂里)는 서울특별시 중랑구와 경기도 구리시를 이어주는 지역이다. 산등성을 따라 흔들리는 바람을 타고 망우고개에 오르면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李成桂 1335~1408, 재위: 1392~1398)가 생각난다. 태조는 망우고개에 앉아 죽어서 자신이 누울 자리(능지, 陵地)를 살피며 동구릉(東九陵)이 명담임을 확인하고 기뻐하며 ‘고단했던 그동안의 시름을 모두 잊었다.’고 이야기했다. 그 이후, 이곳을 ‘망우리(忘憂里)’라고 부르게 되었다. <태조망우령가행도(太祖忘憂嶺駕幸圖)>는 당시의 상황을 묘사한 역사화로 화폭의 오른쪽에는 구릉산에서 아차산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망우리공원이 그려져 있다.

그동안 망우리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죽음과 묘지에 대한 두려움이 이곳에 대한 선입견을 지배했다. 일제 강점기였던 1934년부터 40년간 공동묘지로 사용되면서 수만여 기의 무덤이 생겼다. 경성으로 인구가 밀집되었던 당시에 주택공급을 위해 미아리 공동묘지를 재개발하였고 묘지를 대체할 곳으로 망우산을 선택한 것이다. 1930년대, 망우묘지에는 유명을 달리한 경성 사람들의 대부분이 묻히게 되는데, 이들 중에는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애국지사와 정치가, 예술가들이 있다.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한용운, 임시정부 의정원의원 박찬익, 사학자 문일평, 어린이운동의 창시자이며 아동문학가인 방정환. 그리고 시인 박인환, 화가 이중섭, 소설가 계용묵 등 한국의 근현대사를 꽃피우며 시대를 이끌었던 50인이 잠들어 있다. 

망우묘지가 공원으로 변화를 시작한 시기는 1990년대 중반, 60년 만에 무연고묘를 정리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1998년 공원화작업 이후에는 ‘망우리묘지공원’으로 공식 명칭이 변경됐다. 5.2km의 순환로를 정비하면서 시민과 함께 하는 ‘사색의 길’을 조성하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위해 애쓴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연보비’를 세웠다. 또한 가족들이 소풍을 즐길 수 있는 1만여 평의 나들이 공원이 숲길을 따라 만들어졌다. 지역문화를 위한 노력들은 ‘망우리공원 역사문화 숲길’을 조성하였고 한국내셔널트러스트로부터 2012년 ‘꼭 지켜야 할 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며 2015년에는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지금은 어르신들과 손잡고 걸으며 역사를 듣고 푸른 공원을 즐기며 휴식할 수 있는 중랑 시민들의 아름다운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

프랑스 파리의 페르 라세즈(Père-Lachaise) 묘지공원은 상실된 시간을 딛고 현재를 가꾸며 세계인의 관광지로 사랑받고 있다. 인간의 죽음에 대해 연구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zabeth Kubler-Ross, 1926~2004.8.)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떠나간 이가 해왔던, 그것을 하라.’고 이야기한다. 죽음은 삶과 다른 무엇이 아니다. 과거에 망우공동묘지에서 느꼈던 슬픔을 부활시켜 치유하고 적응하며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빛을 주었던 그들을 기억해 보자. 그리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할 ‘망우역사문화공원’의 푸른 앞날을 응원하며 우리 후손들도 지혜롭게 이 공원을 가꾸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서정화(한양대학교 문화재연구소 전문위원, 박물관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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