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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전쟁 ‘거품인가, 신기술인가’] 1. 코인, 인생 역전 ‘구세주’?

SBS Biz 김선경
입력2018.01.20 09:33
수정2018.01.20 15:46

■취재파일

▶<신현상 / 진행자>
정부가 과열 양상을 보이는 가상화폐에 대해 규제와 신기술 성장이란 ‘투 트랙 전략’을 내놨습니다.
 
가상화폐 투자자 중에는 인생 역전을 꿈꾸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정말 코인이 인생역전의 구세주일까요?

아님 신기루에 불과할까요?

지금부터 가상화폐 열풍의 원인과 그로 인한 부작용은 뭔지 살펴보겠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김선경 기자, 먼저 가상화폐가 뭔지 생소한 분들이 많을 텐데 간략하게 짚고 넘어갈까요?

▷<김선경 / 기자>
가상화폐란 은행을 통하지 않고 네트워크 상의 가상공간에서 전 세계 누구와도 직접 주고받을 수 있는 화폐를 말합니다.

개인 간에 거래이기 때문에 당연히 수수료도 없습니다.

돈이 오고 간 정보가 담긴 게 블록인데, 이걸 참여자들 사이에서 계속 업데이트하면서 사슬화 시키고 분산시켜서 보관합니다. 

이게 바로 가상화폐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인데요.

한마디로 공공 거래 장부인 셈이죠.
 
거래 정보가 여러 곳에 분산돼 있어 위조나 변조, 해킹이 어려워서 혁신적인 재테크 수단이자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기술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해킹 위험도 수수료도 없다니 정말 혁신적이네요.

그런데 왜들 그렇게 위험하다고 하는 겁니까?

▷<이호준 / 기자>
가격 급등락이 크지만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가상화폐 중에 하나인 비트코인을 보면 요 며칠 거래소 폐지 등의 악재에 가격이 20~30%씩 폭락했습니다.

주식시장은 가격이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세엔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죠.

하지만 가상화폐는 규제를 받지 않아 급등락 장세에도 속수무책이고 게다가 마감 시간이 있는 주식과 달리 24시간 돌아갑니다.
   
그래서 24시간 컴퓨터와 스마트 폰 화면만 바라보는 일명 ‘비트코인 폐인, 비트코인 좀비’ 라는 유행어가 등장했을 정돕니다.
                     
규제를 받지 않아 문제가 생겨 피해를 봐도 구제받을 방법도 거의 없습니다.

요즘, 금융당국 수장이 강조하듯 손해가 놔도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 책임입니다.
                       
▶<신현상 / 진행자>
그렇군요.

가상화폐 열기가 뜨거워지자 정부가 화들짝 놀라서 규제책을 내놨는데, 얼마나 열기가 뜨겁길래 그런가요?

▷<김선경 / 기자>
국내 가상화폐 투자자는 3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고, 하루 거래대금도 각 거래소별로 6조 원을 호가했었습니다.

2009년 1월 탄생한 1비트코인이 지난해 초엔 100만원을 오르내리더니, 연말에 2,000만원을 넘어섰습니다.

정말, 가격이 빛의 속도로 오른 셈이죠.
  
그 중심엔 대한민국이 있었습니다.

세계 상위 15개 거래소 중 3곳이 한국에 있고, 한국에서 전 세계 전체 거래량의 1/5이 거래되고 있는데요.

이런 투자 과열로 국내 시세가 세계 시세보다 30% 이상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자 CNN이 ‘김치 프리미엄’이라며 꼬집기도 했죠.

▶<신현상 / 진행자>
이호준 기자,

우리나라만 웃돈을 주고 거래를 한다는 건데, 이렇게 거래를 할 정도로 과열 양상을 빚고 있는 원인은 뭐로 봐야 할까요?

▷<이호준 / 기자>
네. 바로 고수익 때문입니다.

앞서 김선경 기자도 말했듯이 대표적인 가상화폐 중 하나인 비트코인은 1비트코인 가격이 1년 사이에 2,000%가 넘게 올랐습니다.

요즘처럼 은행이자가 2~3%인 시대에 비트코인을 갖고 1년 동안 가만히 앉아서 20배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죠.

실제로 가상화폐 투자자를 만나 봤는데요.

급등락을 거듭해도 최근 수익률이 100%를 기록했다며 부족한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가상화폐 투자에 나섰다고 합니다.

재미가 쏠쏠해 군대 간 동생도 돈을 맡길 정도라고 합니다.

[서동원 / 20대 직장인 : (제가 하는 일이) 일의 난이도에 비해서 대우가 좋은 편은 아닙니다. (가상화폐 투자를) 부수입으로 생각해 시작했습니다. 탈출구라고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원해서 하고 싶은 일을 돈 걱정 없이 할 수 있게 도와줄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신현상 / 진행자>
뒤늦게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든 사람들도 많은데, 가상화폐 사이트에 넘쳐나는 성공 후일담도 열풍의 한 원인이라죠?

▷<김선경 / 기자>
인터넷 카페에 가보면 비트코인 관련 글 넘쳐납니다.

저도 한번 찾아봤더니 돈 벌어서 회사를 그만뒀다더라 같은 성공사례들을 찾을 수 있었는데요.

물론 소위 대박 난 사람들은 수익률이 좋았던 초기에 투자한 사람들이죠.

이런 성공담이 가상화폐 투자를 부추기고 특히 모바일이나 인터넷 공간에 익숙한 20·30대들이 몰리고 있는 건데요.
 
여기엔 취업,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로 불리는 청년세대들의 힘겨운 현실도 한몫을 했다는 지적입니다.

[최배근 /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젊은 세대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이 굉장히 없는 상황에서 기존 자산들에는 (청년들이)배제가 되어있지만 가상화폐를 통해 새로운 부를 만드는 것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깔려있다 보니까 (투자를 하는 거죠.)]

▶<신현상 / 진행자>
지금의 가상화폐 이상 열기가 돌이켜 보면 2000년대 초반 벤처버블을 닮았다는 지적들도 있어요.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할까요?

어떻습니까?

▷<김선경 / 기자>
네. 가상화폐가 지닌 ‘두 가지 얼굴’, 4차 산업혁명의 기폭제가 될 신기술과 거품이란 어두운 그늘이 공존하고 있는데요.

지금의 이상 과열 현상은 20년 전, 이른바 '닷컴 버블'을 연상시킵니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인터넷 기업들의 주가가 동시다발적으로 치솟으면서 투기, 투매 현상이 일어났던 걸 말하는데요.

주가가 폭등한 벤처기업들의 무기는 기술이었죠.

실체가 없던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대다수의 개미 투자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는데요.

지금의 가상화폐 투기 열풍이 이때랑 비슷하다는 겁니다.
                       
[최배근 /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우리 투자 생태계가 굉장히 취약합니다. 한 가지 투자기회가 발생했을 때 쏠림현상이 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1990년대 말에 우리나라에서 소위 ‘묻지마 벤처투자’ 라든가 코스닥 투자, 과잉 투기열기,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서 거품이 꺼졌을 때 생기는 문제들은 (가상화폐 투자와) 닮은꼴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죠.]

▶<신현상 / 진행자>
사실 가장 우려가 되는 게 이른바 ‘묻지마 투자’인데 그로 인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잖아요?

▷<이호준 / 기자>
네. 가상화폐의 최대 장점이 보안에 강하다는 건데 반대로 가상화폐 거래소는 해킹에 취약한 상황입니다.

최근 국내 중소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이 해킹 피해로 문을 닫았습니다.

지난해 두 차례 해킹 공격을 받아서 그 피해액만 200억 원이 넘지만요.
       
피해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아 투자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거래소 해킹 피해자 : 저는 비트코인 2개 샀어요. 하나당 2200만원이 넘었어요. 그러니까 4천만 원이 넘죠. 유빗이라는 거래소를 12월 19일(거래중지 당일) 새벽에 들어갔어요. 지금 사는 게 사는 게 아닙니다.]

또 한탕주의를 노린 다단계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가짜 가상화폐를 내세워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피해자를 끌어 모았습니다.

대부분 가상화폐 지식이 부족한 장년층이나 가정주부들이 피해를 입었는데요.
 
앞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투자자 보호 장치가 없다는 겁니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현행법상 금융업이 아닌 통신판매업으로 분류돼서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이런 위험 때문에 큰 피해를 보고 빠져 나오는 투자자들도 있지만 여전히 버티는 투자자들도 많은데요.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계속 들고 있으면 수익이 난다'는 의미의 ‘존버’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고요.

이런 현상,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호준 / 기자>
비트코인은 채굴을 통해 얻는 독특한 구조입니다.

그리고 총량이 2100만 비트코인으로 제한돼 있고 이미 80% 정도 채굴이 이뤄졌습니다.

이렇게 유통량이 제한돼 있다 보니 귀해지고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보이는 거죠.

‘내가 보유한 코인도 언제 가는 오를 것이다’라는 기대감에 당장 손해를 봤어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겁니다.
      
하지만 앞으로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화폐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또 전문가들은 지난해처럼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속단하기엔 무리라는 지적입니다.

▶<신현상 / 진행자>
또 다른 폐해 중 하나가 바로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외국인, 특히 중국의 환치기 시장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던데요?

▷<김선경 / 기자>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가 외국인, 특히 중국인의 ‘비트코인 환전소’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지난해 9월부터 중국 정부가 가상화폐의 위안화 출금을 금지하자 중국인들이 한국 가상화폐 거래소를 출금 장소로 이용하고 있는 겁니다.
  
중국인들이 국내 거래소에 비트코인을 옮긴뒤 매도해 원화로 받은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및 달러화로 바꾸거나, 서울 대림동 등지의 환치기 상인을 이용해 중국 현지에서 위안화나 달러화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지난해 11월 현직 경찰관이 서울 대림동 등에 불법 환전소를 차려놓고 비트코인을 이용해 중국 위안화 120억 원어치를 원화를 바꿔 대신 송금해주고 수수료를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일까지 생겼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 중 30% 이상이 중국에서 흘러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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