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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표시 없는 ‘케이크’…의무표시 법안, 국회 계류 중

SBS Biz 이시은
입력2017.12.13 20:17
수정2017.12.21 16:57

<엥커>
연말을 맞아 가족 친지간 모임을 위해 제과점에서 케이크 구매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그런데 한번쯤 유통기한 표시가 있는지 확인해보셨나요?

어느 제과점에서 구입하셨느냐에 따라 표시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없는 경우는 믿고 먹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시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제과점입니다.

케이크 유통기한을 확인할 수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제과점 직원 : (유통기한 확인 가능해요?) 당일 생산하는 거예요. 보여드릴게 따로없어요. (그럼 확인이 어렵나요?) 네, 보여줄 게 없어요.]

이처럼 유통기한을 매장 진열대나 케이크에 표시하지 않는 제과점은 이 곳 말고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연말 급증하는 수요를 감안하면, 미리 만들어둔 케이크인지, 당일 제작한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장원경 / 서울시 내발산동 : 유통기한이 없으면 혹시나 탈이 났을 때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까, 소비자한테는 불안한 게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통기한 표시를 하지 않았더라도 불법은 아닙니다.

현행법상 제과점은 식품을 전문으로 유통하는 업체로 분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유통기한을 반드시 알려야 하는 의무는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케이크 유통기한 표시는 제각각입니다.

대다수 제과점들은 제작일자나 유통기한을 표시하지 않고, 프랜차이즈 제빵 브랜드들도 공장에서 생산되는 케이크들만 유통기한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제과점주들은 유통기한 표시가 필요하냐는 입장입니다.

[문해영 / 제과점 점주 : (식당에서) 일반 음식을 판매하는 거나 제과제빵을 하거나 별 차이가 없는 거거든요. 제대로 된 규제가 나오기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케이크의 유통기한 표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은 지난해 11월 발의된 뒤, 1년 넘게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언제 만든 건지, 먹어도 안전한 건지, 알 수 없는 소비자들은 올해도 제과점 양심에 맡겨진 케이크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SBSCNBC 이시은입니다. 

<앵커>
보신 것처럼 케이크 유통기한 표시가 없는 경우가 많아 연말 소비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요.

취재기자로부터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이시은 기자, 제과점 말, 믿어도 될지 모르겠어요?

<기자>
앞서 보셨듯이 대부분의 제과점들이 "오늘 만들었다", "빠르게 팔려 나가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말을 합니다.

그런데 연말만 되면 식품위생 당국의 현장 점검에서 적발되는 제과점들이 속출합니다.

적발 이유만 봐도, 유통기한을 어긴 건수가 매년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금 보신 자료가 공장에서 생산된 프랜차이즈 업체 제품만 단속한 결과라는 겁니다.

일반 제과점, 이른바 '동네 빵집'에서 판매되는 케이크는 관련 법이 없어 단속망에서 벗어나있는 실정입니다.

결국 제과점들의 말을 믿고 사는 수밖에 없는데요.

케이크의 신선도는 소비자가 육안으로 확인하기가 힘들죠.

제가 제과점을 직접 방문해서 케이크를 살펴보려 했는데요.

대부분이 제품 손상을 이유로 진열대에서 꺼내는 걸 매우 꺼려해, 구매 후 뜯어 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문가에게 케이크의 신선도가 얼마나 유지되는지를 물어봤는데요.

들어보시죠.

[최서은 / 서울연희실용전문학교 호텔조리전공 교수 : 제조하면서부터 하루 이틀 내에 다 드시는 게 가장 좋아요. 일주일 정도 되면 냉장고에서도 크랙이 보이거든요. 굉장히 푸석푸석하고 크림이 마르는 게 보여요.]

<앵커>
케이크 유통기한 표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는 됐는데, 국회 소위도 통과못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가장 큰 이유는 형평성 논란이 있기 때문인데요.

제과점 업계는 법안을 도입하려면 다른 식품접객업인 분식업이나 식당도 다 같이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현실적으로 사전에 음식을 만들어 진열대에 보관했다 파는 곳은 제과점이 유일하기 때문에, 업종간 갈등 소지가 있다는 얘깁니다.

또 다른 문제는 제과점주들에게 늘어날 절차상의 부담입니다.

식약처에서 ‘유통기한 표시’인가를 받으려면 식약처장이 지정한 시험기관에서 제품 실험을 받고, 각종 서류를 작성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렇게 등록이 되면 위반에 대한 처벌 규정이 매우 엄격한데, 영세 업자들의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는 점도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이유입니다.

[김영애 / 변호사 : 유통기한 같은 건 허위표시되면 형사처벌되고 영업정지되고 제재가 있지 않습니까, 사소한 위반이나 잘못으로도 영업정지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업체들에게 어렵습니다.)]

앞서 전해드린 것처럼, 제과점 유통기한 표시 의무화 법안은 지난해 11월 이후 아직까지 국회 보건복지위 소위에 계류 중인데요,

이런 법안들은 주로 연말에 주목을 받았다가 관심이 흩어지면 논의 역시 줄어드는 경우가 많아  법제화까지는 쉽지않아 보입니다.

<앵커>
네, 이시은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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