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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도 없는 슬픈 안치식…세월호 ‘미수습’ 권재근씨 부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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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17.11.20 15:09
수정2017.11.20 15:09

"재근아, 재근아! 혁규야, 혁규야! 어떡하면 좋아! 어떻게 잊고 살아, 우리가…!" 20일 오전 6시 30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조용하고 담담하게 치러지던 세월호 미수습자 고(故) 권재근씨·혁규군 부자(父子)의 발인식장에서 긴 탄식이 침묵을 갈랐다.

한 유족이 애통하게 한탄하는 여성을 옆에서 부축하듯 안고 위로했다.

눈물을 참고 있던 다른 유족들은 그 소리를 듣자 다들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권씨와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인 부인 한윤지씨가 함께 찍은 영정 사진이 유족들이 있는 곳으로 앞장서 오자 그 뒤로 붉고 흰 꽃으로 장식한 권씨의 관이 뒤를 따랐다.

장정 넷이 든 관은 가벼운 듯 걸음을 옮길 때마다 좌우로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권씨 관에 이어 아들 혁규군의 영정과, 부친 관과 마찬가지로 꽃으로 장식한 작은 관이 그 뒤를 따랐다.

권씨의 관은 검은색 리무진 장의차에, 혁규군의 관은 가족들이 타는 버스에 나눠 실렸다.

상주인 권씨의 형 오복(63)씨는 "3년 7개월하고 이틀을 기다렸지만 끝내 유해를 찾지 못했다"며 "다른 유품은 넣을 수 없어 관에는 이삿짐 속에서 고른 옷가지만 넣었다"고 말했다.

권씨의 관에는 앞서 유해가 발견돼 납골당에 안치된 아내 한씨의 옷도 함께 넣었다고 오복씨는 설명했다.

권씨 세 식구는 제주도로 이사를 하려고 세월호에 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이삿짐을 실은 트럭은 올해 7월 11일 세월호 화물칸 2층 선수 부분에서 발견됐다.

두 관이 장의차와 버스에 실리자 유족들은 함께 고개를 숙여 조용히 묵념하고 차량 두 대에 나눠 탔다.

1천312일을 기다렸지만 끝내 유해를 찾지 못한 이들의 발인은 불과 10여 분 만에 마무리됐다.

권씨 부자의 안치식은 같은 날 장지인 인천시 부평동 인천가족공원 내 세월호일반인희생자 추모관에서 진행됐다.

유족은 권씨 부자의 관이 화장되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며 마지막 인사말을 건넸다.

일부 유족은 이들 부자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오열하기도 했다.

이어 유족은 유골함과 함께 세월호일반인희생자 추모관으로 이동해 간단히 제를 올린 뒤 권씨, 부인 한씨, 아들 혁규군의 유골함을 나란히 안치했다.

권씨의 형 오복씨는 "시신을 끝내 찾지 못해 고민을 많이 했지만, 수색에 나선 많은 분과 자원봉사자들에게 더는 폐를 끼칠 수 없어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며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힘써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남은 일들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를 믿고 맡기겠다"고 말했다.

(서울·인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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