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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다죽이겠다" 보복 테러성 차량돌진…런던 '충격'(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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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17.06.19 14:24
수정2017.06.19 20:46

석달새 세 차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를 당한 영국에서 이번에는 무슬림(이슬람교도)을 노린 테러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BBC방송 등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새벽 0시20분께 런던 북부 핀스버리 파크 모스크(이슬람사원) 인근의 '무슬림복지센터'에서 발생한 차량돌진 공격으로 1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런던경찰청 닐 바수 부청장은 희생자들은 모두 무슬림이라고 밝혔다.

범인이 이용한 승합차는 한 렌터카 회사의 소유라고 일간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범인은 라마단 예배를 마치고 나오던 무슬림들을 노린 것으로 여겨진다.

압둘 라흐만은 범인이 "승합차에서 나와 달아나려고 했고 '무슬림을 다 죽이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목격자 조헤르 세레프는 "용의자가 제압됐을 때 그가 '내 할 일을 했다'고 말했다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전했다"고 말했다.

아트만이라는 이름의 목격자는 AFP통신에 "(사람들에게 붙잡힌) 용의자가 경찰에 인계될 때 승리의 손짓을 해 보이며 기뻐했다"고 전했다.

48세 백인 남성으로 추정되는 용의자는 현장에서 주변 사람들에 의해 붙잡힌 뒤 경찰에 인계됐다.

압둘 라흐만은 "차량 밖으로 나온 운전자는 달아나려 했지만, 나와 다른 사람들이 그를 꼼짝 못 하게 한 뒤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약 20분에 걸쳐 붙잡고 있었다"며 화가 난 군중이 용의자를 때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런던경찰청은 이 사건을 '테러사건'으로 다루고 있다면서 단독범행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용의자에 대해 정신 건강 검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오전 중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영국무슬림위원회 하룬 칸 사무총장은 "지난 몇 주일, 몇 개월 동안 우리 무슬림들은 많은 '이슬람 포비아'(이슬람혐오) 공격들을 견뎠다. 이번 건은 가장 폭력적인 표명이다"며 이슬람 포비아 공격으로 규정했다.

무슬림위는 모스크들의 경계 수위를 높여달라고 요청했다.

무슬림 런던 시장인 사디크 칸은 "특정 공동체를 향한 공격인 것처럼 보이지만 맨체스터, 웨스트민스터, 런던 브리지 등의 끔찍한 공격처럼 관용과 자유, 존중 등 우리의 공동 가치들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사건이 이슬람혐오에 의한 증오범죄로 확인될 경우 영국 사회에 긴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에선 올해 3월 런던 웨스트민스터 승용차 테러(5명 사망), 5월 맨체스터 자살폭탄테러(22명 사망), 6월 런던 브리지 차량·흉기테러(7명 사망) 등이 잇따르자 무슬림들 사이에서 이슬람혐오 공격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다.

동시에 이슬람 공동체와 정치권에선 '평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현장에서 몇백m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사는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오늘 핀스버리 파크 모스크에서 열리는 예배에 참석하다.

주민들과 미디어가 평정과 희생자들에 대한 존중을 유지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우리를 갈라놓으려 하는 이들에 맞서 함께 하기를 촉구한다"며 무슬림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 이번 공격으로 영국 사회내 갈등과 분열이 깊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영국 성공회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폭력은 오직 폭력을 부를 뿐"이라고 증오를 경계했다.

영국무슬림협회는 성명을 내고 "지난 몇 년간 번지면서 이슬람혐오 공격과 우리 사회 분열, 증오의 확산 증가의 결과를 낳은 악의 이념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가 더 많은 일을 하기를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오메르 엘-함둔 대표는 "모든 무슬림이 이 끔찍한 이슬람혐오 공격 이후 경계를 더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런던 공공 임대아파트 '그렌펠 타워' 화재 참사의 희생자들과 집을 잃은 생존자들 사이에 무슬림을 포함한 이민자 가정들이 많은 가운데 이번 반(反) 이슬람 테러로 영국 사회 긴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런던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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