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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삼성, '신경영' 선언 24년

SBS Biz 송태희
입력2017.06.07 20:30
수정2017.06.07 20:46

<앵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하면서 한 얘기죠?

삼성이 신경영 선언을 한지 오늘로 꼭 24년이 됐는데요.

그동안 삼성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아직도 여전히 과거의 성공 방식에 안주해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삼성 신경영, 그 이후를 짚어 보겠습니다.

송태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송 기자, 삼성 입장에서는 오늘이 정말 뜻깊은 기념일일텐데...지금 상황이 상황인 만큼 잔치집처럼 즐거워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을것 같아요?

<기자>
삼성은 매년 오늘 신경영 기념식을 진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이 회장이 입원하면서 별다른 행사를 열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도 아무런 행사를 열지 않았습니다.

그룹 수뇌부는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그리고 새정부 조직과 인선, 정책 향방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이 임명되느냐, 또 임명되면 어떻게 경제 환경이 변할 지 내부적으로 긴장하는 모습입니다.   

결국 '다 바꾸라'는 신경영의 문구 - 결국 혁신을 강조한 것인데. 현재 삼성그룹의 모습은 변화와 혁신보다는 현재를 추스르기에 바쁜 상황이다, 이렇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앞서 마누라와 자식빼고 다 바꿔라 라고한 이 건희 회장의 유명한 발언 얘기하긴 했습니다만, 신경영 선언 당시 어떤 내용이 얘기가 됐는지, 그리고 이후 어떤 성과를 냈는지 궁금하네요?

<기자>
1993년 이건희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삼성 임직원의 파격적인 자기 변화를 주문했습니다.

"입체적 사고를 하라"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라는 유명한 말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삼성은 이때부터 글로벌 회사로 변신을 시도합니다.

신경영 선포 이후 삼성전자는 20년동안 매출 13배, 수출규모 15배, 이익 49배가 느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앵커>
신경영, 말 그대로 경영을 새롭게 하겠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 선언 전후로 삼성의 경영에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기자>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은 일본식 관리로 기업을 운영했습니다.
      
국내 내수 시장 중심이었죠.
    
이건희 회장은 여기에, 그러니까 일본식 관리 경영에 글로벌리즘을 신경영선언을 통해 또다른 축으로 설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삼성의 변화는 시대 상황과 맞춰 현대차, LG, SK 등 대기업은 물론 우리 중견기업에게도 영향을 줬습니다.

우리의 많은 기업들이 1990년대 후반 이후 싼 가격 뿐 아니라 품질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성과를 내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앵커>
송기자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운 지 3년정도 돼가는데요.

그러면서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을 이끌어오고 있잖아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은 아버지 때의 삼성과 또 다를 것 같은데요?

<기자>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내세웠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뉴삼성'을 화두로 제시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뉴삼성은 글로벌리즘을 더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바이오, 사물인터넷 등을 새로운 성장 영역으로 선정하고 그룹을 다시 디자인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경영 방식도 미국식 경영 색채를 더 분명히 했는데요.

내부적으로 조직원 상하간 호칭을 없앤는 등 변화를 주었고요.
    
구글, 아마존과 같은 기업처럼 미래가 유망한 기업-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해 과감한 M&A에 나섰습니다.
    
실제로 지난 1년 사이 삼성의 국내 계열사는 3개사 늘어난 데 그쳤지만 해외 계열사는 172개사 늘었습니다.
    
여기에는 지난 3월 마무리된 자동차 전자장비업체 하만과 80개 계열사도 포함됩니다. 

<앵커>
그런데 지금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뉴삼성'에 제동이 걸렸다는 지적도 있던데요?

<기자>
표면적으로 보면 삼성은 순탄한 경영실적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특수 덕분에 호실적을 내고 있고 주가도 고공행진입니다.
      
하지만 전자, 물산, 생명 부분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됐던 그룹 체계 변화 등 미래지향적인 큰 변화는 없습니다. 

그룹 최고 의사결정자인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 상황을 주요인으로 꼽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재판이 8월말쯤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그 결과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만 계열사 자율 경영이 강화되는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본격적인 변화는 이재용 부회장 출소 이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앞으로 삼성의 변화 좀더 지켜봐야 겠군요. 송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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