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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서 간단히 한 끼 해결…'편도족' 증가 이유는?

SBS Biz 김영교
입력2017.05.16 11:49
수정2017.05.16 13:24

■ 경제와이드 백브리핑 시시각각 'why' - 이선정 에듀머니 대표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이른바 ‘편도족’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때문인지 편의점 매출도 지난 몇 년 간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는데요. 트렌드로만 보기에는 경기 불황의 뒷면이 씁쓸하기도 합니다. 이선정 에듀머니 대표와 함께 사항 짚어보겠습니다.



Q1. 요즘 기존 젊은층에서 중장년층까지 편의점 도시락을 애용하는 추세이다 보니, ‘편도족’이란 신조어까지 생겼는데, 이밖에도 비슷한 현상으로 생겨난 용어들이 많죠?

최근엔 드라마 제목으로도 사용되어서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이나 혼자 밥 먹는 혼밥이란 말이 낯설지 않으실 겁니다. 혼자 밥을 먹는 혼밥이 늘면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으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는 편도족도 늘고 있습니다.

편의점 도시락이 인기인 이유 중의 하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렇게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건강을 위해 걷기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을 가리켜 워런치족(Walunch, 걷기 Walking와 점심Lunch의 합성어)라고 합니다.

다이어트와 체력관리에 관심 있는 직장인들의 새로운 건강관리 트렌드로, 사무실밀집지역에서는 정장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걷는 직장인들을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1인가구가 증가하다 보니 나홀로 소비를 가리키는 싱글슈머나, 소용량, 소포장으로 낱개 포장된 제품을 선호하는 ‘알봉족’, 자신을 위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고 지출하는 ‘포미족’과 같이 변화된 소비트렌드를 반영하는 신조어도 있습니다.

또, 젊은층이나 1인가구의 생활 소비 공간으로 편의점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아침에 직장보다 편의점에 먼저 들려 아침대용식이나 편의점의 드립커피로 하루를 시작하는 편출족(편의점으로 출근하는 사람)이나 퇴근할 때 편의점에 들려 간단한 먹거리와 생활용품을 사가는 편퇴족(편의점으로 퇴근하는 사람)이라는 용어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Q2. 편의점 도시락 이용은 얼마나 늘어난 겁니까?

도시락문화가 발달한 일본의 경우도 버블붕괴 이후 식비조차 부담스러운 계층이 늘면서 편도족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우리의 경우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편의점 도시락시장이 본격화돼, 2008년 이후 40배 이상 규모가 증가했습니다.

현재 도시락시장규모는 2조5천억대로 추산됩니다. 특히 2010년을 기점으로 이른바 가성비, 즉 가격은 저렴하면서 구성이나 맛, 양이 좋다는 호평이 이어지면서 편의점 효자상품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최근에는 도시락이 편의점 매출성장을 견인하고 있는데, 2016년 편의점 3사의 전년대비 도시락 매출 상승률은 평균 168.8% 로, 2015년의 69. 3%의 두 배 이상 급팽창 했습니다.

Q3. 이 때문인지 편의점 업체들도 자체 제품연구소를 마련해 상품화 전략도 달리 세우는 것 같아요, 어떻습니까?

초기 도시락의 인기요인은 저렴한 가격에 비해 구성이 알차고 푸짐하다였는데, 수요가 늘면서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는 엄마 손맛이나 집 밥에 초점을 맞춰 혼자 밥 먹을 때 잘 챙겨먹기 어려운 나물, 밑반찬을 중심으로 두거나, 7첩/11첩과 같이 다양한 가짓수를 강조하기도 합니다. 유명 요리 연구가를 내세워 퓨전음식이나 계절마다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기도 하고, 전국의 유명 먹거리를 내세운 지역명물도시락도 출시되었습니다.

다이어트에 관심을 많은 계층을 위해 닭 가슴살이나 샐러드, 곤약처럼 열량은 낮고 영양이나 포만감은 높은 식품으로 구성된 제품이나, 건강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장어나 오리 같은 재료를 활용한 보양도시락, 밥과 반찬을 분리해서 취향에 맞게 밥 종류나 용량을 선택할 수도 있고, 매장에서 직접 밥을 지어 퍼주는 즉석도시락까지 나왔습니다.

도시락은 비교적 제품수명이 짧아 보통 4개월이면 제품이 바뀌게 되는데, 1년 이상 장수하는 인기 제품의 양이나 구성을 업그레이드해서 출시하기도 합니다. 밥소물리에를 두고 밥맛을 연구하는 등 예전에 간단히 한 끼 때우는 싼 먹거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구성과 맛, 품질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편의점 도시락의 주요 소비층이 나홀로족이다 보니, 1인 소비자의 특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신제품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Q4. 결국 편도족 급증에는 1인 가구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겠네요?

네, 그렇습니다. 2016년 1인가구가 전체 가구의 27.2%로 4인 가족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는 점점 심화될 전망인데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2015~45년)에 따르면, 2045년이면 1인가구가 809만 8천 가구로 전체의 36.3%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가족 중심의 소비에서 개인 중심의 소비로 변화하면서 이른바 1인 가구가 소비의 중심이 되는 ‘솔로이코노미’가 본격화 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1인가구의 소비지출 규모는 2020년에 120조로 전체소비의 16% 가량을 차지할 전망입니다. 가장 많은 지출 분야는 역시 외식으로 최근 설문조사결과 1인 가구 지출비중 중 외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74%로 가장 높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적인 요인도 작용한다. 장바구니 물가가 계속 높아지는 상황에서 비싼 식재료를 사봤자 버리는 것이 더 많아 차라리 사 먹는 게 싸다는 생각과, 점점 가벼워지는 주머니 사정 때문에 가장 쉽게 줄일 수 있는 식비부터 아끼는 것입니다. 때문에 편의점 도시락 인기를 디플레이션 시대 진입 징표로 보기도 합니다.

Q5. 청년들의 상황이 반영된 사회적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생각되는데, 어떻습니까?

경제적인 요인과 함께 점심시간을 아껴 자기계발에 활용 하거나 점심을 먹으며 회의를 진행하는 점심회의처럼 시간에 쫓기고 경쟁에 치이는 직장인들의 상황도 도시락 시장이 성장하는 배경으로 꼽힙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특히 젊은 층에서 도시락 소비가 많은 것을 두고, 불황과 청년실업, 싱글족 증가, OECD 국가 중 가장 긴 근로시간과 가장 짧은 수면시간 같은 여러 사회 문제들을 가장 심각하게 겪고 있는 대도시 청년들의 상황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게 편의점 도시락이라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40대 이상의 세대들이 밥이나 술을 먹으며 관계를 맺고 취미활동을 같이 하며 친분을 쌓아갔다면, 편의점 도시락의 주소비층인 2~30대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 마시는 것 뿐 만 아니라, 혼자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가고, 집에서 혼자 운동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경제적 부담이 적을 뿐만 아니라 개인주의적이고 자신의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것으로 이전세대와 사교의 방식이 달라진 것입니다.

Q6. 물론 ‘편도족’의 증가가 어느 정도 사회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지만, 씁쓸한 단면은 감출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불황과 청년실업, 일자리 불안 등의 경제적 부담감으로 인해 젊은 세대는 연애를 안 하고 결혼도 피하고 아이도 안 낳고, 또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로  독신 노인가구가 증가하면서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가족관계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나 결혼제도에 대한 회의 등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새로운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기보다는 계속 악화되는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해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소극적인 적응방식인 셈입니다. 최근 유통관련 통계를 보면 편의점 매출이 대형마트 매출을 넘어섰는데, 대형마트로 대표되던 가족 중심의 대량소비에서 편의점으로 대표되는 개인중심 소비로 전환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구 구조의 변화와 함께 구매력이 낮은 청년과 노인가구의 증가는 소비규모를 줄이고 싼 제품만 소비함으로써 경기불황을 심화시키고 장기적으로 소비시장 축소와 저성장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단기간에  변화될 수 없기 때문에, 경기상황이 회복되더라도, 과거의 대량 소비가 아닌 개개인의 선호와 욕구를 반영한 다품종 소량 소비나 문화, 교육, 취미 여가와 같은 경험과 역량을 키우는 질적인 소비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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