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레터' 속 경제이야기는
SBS Biz
입력2017.01.06 11:32
수정2017.01.09 11:28
■ 경제와이드 이슈& '이슈&라이프' -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매주 금요일, 저희도 기다려지는 순선데요. 영화에서 찾아보는 경제 이야기 경향신문 박병률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오늘의 영화는 '러브레터'입니다. 러브레터에는 어떤 경제 이야기가 숨어있을까요.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오늘은 <러브레터>다.
오겡끼데스까하면 더 잘 기억나는 영화죠? 이와이 ?지 감독의 <러브레터>다. 영화속 주인공인 여주인공이 설산을 향해 두 손을 모아 간절히 외치는 장면인데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1999년 개봉됐으니까 벌써 17년 된 영화다. 2000년대 초반 일본영화가 국내에서 큰 붐을 일으켰는데 이와이 ?지 감독은 당시 선두주자였다.
◇영화 내용은?
연인 후지이가 죽은 지 2년째. 추모식에 약혼녀였던 히로코가 참석한다. 히로코는 우연히 후지이의 중학교 졸업앨범을 보고는 그 주소로 편지를 보낸다. 그리워서다. 그랬더니 며칠 뒤 답장이 온다.
천국에서 온 편지일까. 알고 보니 후지이의 중학교 시절 같은 이름을 쓰던 여자 동창이 있었다. 그녀의 주소였다.
히로코는 편지를 통해 여자 후지이에게 자신의 연인에 대한 추억을 얘기해달라고 부탁한다. 여자 후지이는 남자 후지이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면서 두 사람 간 잊고 있었던 감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14년 전 차마 전하지 못한.
◇영화속에서 보는 경제이야기는?
히로코는 왜 후지이를 잊지 못할까. 그녀는 “너무 아름다운 추억이 가득하다”면서도 “그런데도 아직 아쉬운 게 많다”고 말한다.
새 남자친구가 생겻지만 그 친구앞에서도 후지이 얘기를 할 정도다. 히로코가 후지이를 잊지 못하는 것은 그와의 사랑이 완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프로포즈는 했지만 결혼은 하지 못했다. 사람에게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나 마치지 못한 일을 쉽게 마음속에서 지우지 못하는 심리가 있다. 이를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라고 한다.
◇자이가르닉 효과, 이를 발견하게 된 게 사연이 있다고?
블루마 자이가르닉은 식당에 앉아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니 웨이터들은 수많은 손님들로부터 주문을 받은 뒤 이를 주방에 전달했다.
잠시 뒤 자신에게 음식을 날라준 웨이터에게 “조금 전 옆 테이블에서 주문한 음식이 무엇이었느냐”고 물으니 웨이터는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잘 외웠는데 한순간에 기억이 안 난다니…. 자이가르닉은 의문을 머릿속에 넣어두다 실험을 했다.
한 그룹은 일을 끝내도록 하고, 다른 그룹은 일을 끝내지 못하도록 방해를 했다.
조사를 해보니 방해를 받아 일을 마치지 못한 쪽에서 자신들이 수행한 업무를 더 잘 기억했다.
그래서 이런 현상을 자이가르닉효과라고 이름붙였다.
◇끝내지 못한 것에 대한 집착, 왜 그럴까?
어떤 일을 마치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게 되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긴장상태가 계속된다. 속된 말로 계속 찝찝한 기분이 든다.
틀린 시험문제가 더 잘 기억나고,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이 더 기억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심리학적으로 사람은 본능적으로 시작한 일에 대해서는 끝내고 싶어 한다고 한다.
◇자이가르닉 효과를 이용한 마케팅도 있나?
그렇다. 마케팅이 끊임없이 적용되는 것이 드라마다.
드라마는 중요한 장면에서 끊는다. 시청자들은 그 다음 내용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다음 회를 기다리게 된다.
이른바 ‘To be continued’다. 티저 형식의 광고도 비슷한 패턴을 따른다.
‘누나 사랑해’ 이런 식으로 정보를 다 공개하지 않고 궁금증을 읽으키거나 드라마형태로 다음회에 계속..이렇게 마치는 광고다.
◇젊은 나이에 갑자기 요절한 분들에 그리워하는 심리가 더많은데 비슷한 것?
그렇다. 세상을 등진 뮤지션이나 배우들에 대해 특별한 그리움을 갖고 있는 팬들이 많다.
유재하, 김광석, 김현석이 그랬고, 제임스 딘, 장국영이 그렇다.
이들이 가진 천재성을 세상에 다 풀어놓기도 전에 생을 마무리한 데 대한 아쉬움에 이들을 쉽게 마음에서 지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인이 가장 추앙하는 대통령인 링컨과 J.F. 케네디,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장수인 이순신 장군도 삶이 마무리되지 못하고 끝나버린 데 대한 아쉬움이 분명 있다.
멀리 볼 것이 없이 가족도 마찬가지일거다.
갑자기 교통사고나 예상치 못한 일로 이별을 해버리면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두고 그리워하게 된다.
망자에 대한 우리나라 관습을 보면 49제 이런 게 있는데 이것도 망자를 보내는 절차를 완전히 끝내기 위한 일종의 자이가르닉효과 없애기로 봐도 될 것 같다.
◇자이가르닉 효과는 투자판단에서도 중요할 것 같다.
그렇다.경제가 이런 심리적 요소에 주목하는 것은 심리가 투자판단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 종목샀으면 돈을 벌었을텐데...하는 생각이 있으면 그 뒤에도 미련이 남아서 자꾸 그종목을 보게 된다.
그러다보면 새로운 종목에 대한 기회를 잃게 된다.
자이가르닉 효과를 특히 경계해야 할 사람들이 조직의 리더나 팀장이다.
실패한 프로젝트나 투자를 잊지 못하고 머릿속에 남겨두다 보면 현명한 판단이나 결정을 내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뭔가 완결시켜야되겠다는 집착은 때로 불필요한 투자를 결정하는 수도 있다.
◇영화 속에서 히로코는 자이가르닉 효과를 어떻게 극복하나?
히로코의 새 남자친구인 아키바는 히로코에게 후지이가 죽었던 산으로 가보자고 한다. 그녀를 그곳으로 데려가는 이유는 후지이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미련을 버리라는 얘기다.
즉 자이가르닉 효과를 치유하라는 얘기다.
히로코, 과연 그렇게 됐을까. 영화는 끝을 보여주지 않는다.
<앵커>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경향신문 박병률 기자였습니다.
매주 금요일, 저희도 기다려지는 순선데요. 영화에서 찾아보는 경제 이야기 경향신문 박병률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오늘의 영화는 '러브레터'입니다. 러브레터에는 어떤 경제 이야기가 숨어있을까요.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오늘은 <러브레터>다.
오겡끼데스까하면 더 잘 기억나는 영화죠? 이와이 ?지 감독의 <러브레터>다. 영화속 주인공인 여주인공이 설산을 향해 두 손을 모아 간절히 외치는 장면인데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1999년 개봉됐으니까 벌써 17년 된 영화다. 2000년대 초반 일본영화가 국내에서 큰 붐을 일으켰는데 이와이 ?지 감독은 당시 선두주자였다.
◇영화 내용은?
연인 후지이가 죽은 지 2년째. 추모식에 약혼녀였던 히로코가 참석한다. 히로코는 우연히 후지이의 중학교 졸업앨범을 보고는 그 주소로 편지를 보낸다. 그리워서다. 그랬더니 며칠 뒤 답장이 온다.
천국에서 온 편지일까. 알고 보니 후지이의 중학교 시절 같은 이름을 쓰던 여자 동창이 있었다. 그녀의 주소였다.
히로코는 편지를 통해 여자 후지이에게 자신의 연인에 대한 추억을 얘기해달라고 부탁한다. 여자 후지이는 남자 후지이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면서 두 사람 간 잊고 있었던 감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14년 전 차마 전하지 못한.
◇영화속에서 보는 경제이야기는?
히로코는 왜 후지이를 잊지 못할까. 그녀는 “너무 아름다운 추억이 가득하다”면서도 “그런데도 아직 아쉬운 게 많다”고 말한다.
새 남자친구가 생겻지만 그 친구앞에서도 후지이 얘기를 할 정도다. 히로코가 후지이를 잊지 못하는 것은 그와의 사랑이 완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프로포즈는 했지만 결혼은 하지 못했다. 사람에게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나 마치지 못한 일을 쉽게 마음속에서 지우지 못하는 심리가 있다. 이를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라고 한다.
◇자이가르닉 효과, 이를 발견하게 된 게 사연이 있다고?
블루마 자이가르닉은 식당에 앉아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니 웨이터들은 수많은 손님들로부터 주문을 받은 뒤 이를 주방에 전달했다.
잠시 뒤 자신에게 음식을 날라준 웨이터에게 “조금 전 옆 테이블에서 주문한 음식이 무엇이었느냐”고 물으니 웨이터는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잘 외웠는데 한순간에 기억이 안 난다니…. 자이가르닉은 의문을 머릿속에 넣어두다 실험을 했다.
한 그룹은 일을 끝내도록 하고, 다른 그룹은 일을 끝내지 못하도록 방해를 했다.
조사를 해보니 방해를 받아 일을 마치지 못한 쪽에서 자신들이 수행한 업무를 더 잘 기억했다.
그래서 이런 현상을 자이가르닉효과라고 이름붙였다.
◇끝내지 못한 것에 대한 집착, 왜 그럴까?
어떤 일을 마치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게 되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긴장상태가 계속된다. 속된 말로 계속 찝찝한 기분이 든다.
틀린 시험문제가 더 잘 기억나고,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이 더 기억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심리학적으로 사람은 본능적으로 시작한 일에 대해서는 끝내고 싶어 한다고 한다.
◇자이가르닉 효과를 이용한 마케팅도 있나?
그렇다. 마케팅이 끊임없이 적용되는 것이 드라마다.
드라마는 중요한 장면에서 끊는다. 시청자들은 그 다음 내용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다음 회를 기다리게 된다.
이른바 ‘To be continued’다. 티저 형식의 광고도 비슷한 패턴을 따른다.
‘누나 사랑해’ 이런 식으로 정보를 다 공개하지 않고 궁금증을 읽으키거나 드라마형태로 다음회에 계속..이렇게 마치는 광고다.
◇젊은 나이에 갑자기 요절한 분들에 그리워하는 심리가 더많은데 비슷한 것?
그렇다. 세상을 등진 뮤지션이나 배우들에 대해 특별한 그리움을 갖고 있는 팬들이 많다.
유재하, 김광석, 김현석이 그랬고, 제임스 딘, 장국영이 그렇다.
이들이 가진 천재성을 세상에 다 풀어놓기도 전에 생을 마무리한 데 대한 아쉬움에 이들을 쉽게 마음에서 지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인이 가장 추앙하는 대통령인 링컨과 J.F. 케네디,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장수인 이순신 장군도 삶이 마무리되지 못하고 끝나버린 데 대한 아쉬움이 분명 있다.
멀리 볼 것이 없이 가족도 마찬가지일거다.
갑자기 교통사고나 예상치 못한 일로 이별을 해버리면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두고 그리워하게 된다.
망자에 대한 우리나라 관습을 보면 49제 이런 게 있는데 이것도 망자를 보내는 절차를 완전히 끝내기 위한 일종의 자이가르닉효과 없애기로 봐도 될 것 같다.
◇자이가르닉 효과는 투자판단에서도 중요할 것 같다.
그렇다.경제가 이런 심리적 요소에 주목하는 것은 심리가 투자판단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 종목샀으면 돈을 벌었을텐데...하는 생각이 있으면 그 뒤에도 미련이 남아서 자꾸 그종목을 보게 된다.
그러다보면 새로운 종목에 대한 기회를 잃게 된다.
자이가르닉 효과를 특히 경계해야 할 사람들이 조직의 리더나 팀장이다.
실패한 프로젝트나 투자를 잊지 못하고 머릿속에 남겨두다 보면 현명한 판단이나 결정을 내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뭔가 완결시켜야되겠다는 집착은 때로 불필요한 투자를 결정하는 수도 있다.
◇영화 속에서 히로코는 자이가르닉 효과를 어떻게 극복하나?
히로코의 새 남자친구인 아키바는 히로코에게 후지이가 죽었던 산으로 가보자고 한다. 그녀를 그곳으로 데려가는 이유는 후지이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미련을 버리라는 얘기다.
즉 자이가르닉 효과를 치유하라는 얘기다.
히로코, 과연 그렇게 됐을까. 영화는 끝을 보여주지 않는다.
<앵커>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경향신문 박병률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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