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X-File] 최순실 게이트, 정경유착 고리 끊을까?
SBS Biz 이광호
입력2016.12.19 19:09
수정2016.12.20 10:04
■ CEO 취재파일
▷ <최서우 / 진행자>
최순실 게이트는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이라는 초유의 사건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진 경우입니다. 국정농단과 더불어 이번 게이트가 안고 있는 또 다른 본질은 정경유착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 된 문제다보니 과연 이번 일을 계기로 해결이 될 수 있을까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많습니다. 오늘은 정경유착 해결을 위해 거론되고 있는 구체적인 사안들을 좀 들여다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들여다 볼 문제는 전경련입니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본격적인 시발점이기도 하죠. 먼저 이달 6일 열린 재벌 총수 청문회 영상을 먼저 보실텐데, 이 날은 전경련 해체에 대해 재벌총수들이 직접 의견을 밝힌 날이기도 합니다.
과연 정경유착의 창구로 비판받는 전경련이 해체 수순을 밟고 새롭게 태어날지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그런데, 회비를 많이 내는 4대 그룹이 탈퇴를 해도 운영에는 문제가 없는지 궁금한데, 먼저 전경련의 자산은 어느 정도인가요?
▶ <서주연 / 기자>
일단 자산은 여의도 FKI빌딩을 포함해서 36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있는데요. 2014년 말 기준으로 나이스 신용분석 보고서에 따른 추산치입니다. 전경련 회관은 2013년도에 준공했는데요. 연 면적이 17만㎡에 달하는 지상 50층짜리 초고층빌딩으로 회관 건물이 전경련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볼수있습니다. 이 3600억 원의 자산 가운데 자본은 113억 6900만 원이고요. 부채가 3489억 8000만 원가량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5년 지난해에는 부채가 3296억 원으로 소폭 줄었는데요. 때문에 현재는 부채를 갚고 나면 별로 자산이 남지 않는 재무구조라는 분석입니다.
▷ <최서우 / 진행자>
만일, 4대 그룹을 시작으로 회원사들이 줄 사퇴를 하면 운영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회비가 줄어들어
운영에는 문제가 없을까요?
▶ <서주연 / 기자>
사실 전경련은 정확한 수입과 지출내역공개를 꺼리고 있습니다. 회비로 운영되는 사단법인이라는 이유때문입니다. 전경련이 해체되고 회비가 줄어들 경우 수익의 절반이 날아갈 수 있다는 분석인데요. 앞서 언급했듯 재계에선 연간 수입이 900억 원 가운데 400-500억 원을 600여개 회원사 회비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 회비 절반 정도를 5대 그룹이 부담하는데 삼성이 연 100억 원, SK와 LG도 각각 50억 원 안팎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경련 관계자 (익명) : 맞다, 틀리다...사실입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이렇게 확인을 못 드립니다.]
▷ <최서우 / 진행자>
전경련이 해체가 아닌 개혁을 한다면 어떤 형태로 바꿔야 할지 어떤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나요?
▶ <서주연 / 기자>
1973년 미국의 에드윈 풀너 박사가 창설한 보수주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처럼 공익재단으로 전환하거나 산하기관인 한국 경제연구원이나 대한상공회의소 등과 흡수통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 <최서우 / 진행자>
헤리티지 재단으로 가기 위한 걸림돌은 뭔가요?
▶ <서주연 / 기자>
헤리티지 재단처럼 개혁하려면 투명성, 공정성, 독립성을 갖춰야하는데요. 먼저 투명성 부분에서 회원사 회비로 운영되는 전경련은 사단법인이라는 이유로 정확한 수입-지출 내역 공개를 안하는 점이 문제입니다. 공정성의 경우 그동안 전경련이 많은 돈을 들여 국내외 경제현안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면서 재벌과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해왔다는 부분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공정성을 담보하려면 독립성도 확보돼야 하는데요. 재단 설립에 출연한 기업들의 입김에서 벗어나야 공정한 연구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겁니다.
▷ <최서우 / 진행자>
그래서 흡수통합 얘기가 현실적인 방안으로 거론되는 것 같은데 어떤가요?
▶ <서주연 / 기자>
최근 소식에 따르면 전경련이 쇄신안으로 한경연과 통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고려하고 있다는데요. 무조건 해체할 경우 전경련회관 등 자산에 대한 소유권 처리에 난항을 겪을 수 있고 200여명에 달하는 사무국 직원들의 처우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전경련 회관 등의 자산을 한경연으로 이관하고 이름도 새롭게 바꾸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방안으로 대한상의에 흡수통합 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요. 전경련을 대신해서 법정 단체이자 중소상공인을 포함한 가장 많은 경제단체가 가입한 대한상의가 기업집단의 대표로 나서야 한다는 겁니다. 원치않는 회원사들이 전경련을 탈퇴한 뒤에도 자신들의 권익을 대변할 단체가 위상을 갖추어야한다는 건데요.
하지만 법정단체인 대한상의는 정경유착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전경련과의 통합에 부정적인데요. 대한상의는 2013년 박용만 회장이 취임한 뒤 회원사 이익만 좇던 종전 태도에서 벗어나 국가와 사회 발전도 중시한다는 원칙을 밝히고 전경련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최서우 / 진행자>
재계 전체 차원에서 전경련이 해체나 개혁으로 검은 사슬을 끊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면, 개별 기업 차원에선 삼성과 롯데의 사령탑 컨트롤타워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데요. 먼저, 삼성의 미래전략실부터 짚어보죠. 미래전략실, 창업주 시절부터 만들어져서 이름만 달리해왔죠?
▶ <이광호 / 기자>
네, 1959년 선대 회장인 고 이병철 회장이 삼성물산에 비서실을 만든 게 시초입니다. 그러다가 1998년 IMF위기를 계기로 이 조직이 구조조정본부로 개편됐습니다. 2006년 들어서 ‘차떼기’로 흔히 알고 계신 수백억원대 대선 비자금 문제가 불거지고, 2년 뒤에 삼성 특검까지 열리면서 폐지됩니다. 그런데 2010년말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이 조직을 현재의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부활시키게 됩니다. 영향력도 다시 막강해졌죠. 그 뒤에는 모두가 알고 계신, 이재용 부회장의 폐지 발언이 등장했습니다.
이렇게 이름만 달리할 뿐, 삼성그룹 경영의 중추역할을 해왔는데 이 조직이 사장도 있고 이사회도 있는 각 계열사를 직접 통제하는 게 법적인 근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죠.
▷ <최서우 / 진행자>
이렇게 이름을 달리하면서 존재해온 이유부터 짚고 넘어가보죠. 바로 오너의 그룹 지배력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죠?
▶ <이광호 / 기자>
재벌 총수들이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수십 개 계열사 주식을 모두 50% 이상씩 가질 수는 없죠. 그 계열사 하나하나도 대기업인데요. 이재용 부회장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전, 삼성물산 주식을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삼성전자 지분도 지난 9월 말 기준 0.57%에 불과합니다.
이번 청문회에서 이 점이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했던 질의 내용입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이재용 / 삼성전자 부회장 : 당시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논의가 있을 때 국민연금 측에서 저를 보자는 요청이 있어서 실무자 몇 분들과 봤습니다.]
[박영선 / 더불어민주당의원 : 삼성물산 주식 본인이 갖고 있었습니까? 없었습니까?]
[이재용 / 삼성전자 부회장 : 제 개인적으로는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박영선 / 더불어민주당의원 :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았죠? 제일모직 주식만 가지고 있었죠?]
[이재용 / 삼성전자 부회장 : 그렇습니다.]
이렇게 총수지만 기업 지배력이 없게 되면 간접적인 지배 방식을 찾게 됩니다. 순환출자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총수는 기업 하나만 장악하고 있고, 그 기업이 다른 기업을 지배하고, 그 기업은 또 다른 기업을 지배하는 식으로 고리를 이어 나가는 간접적인 경영권 확보 방식입니다. 그런데 계열사가 수십 개에 달하는 상황에서, 연결고리 중 한 기업에만 문제가 생겨도 그 여파가 그룹 전체에 퍼지는 부작용이 생기게 됩니다.
▷ <최서우 / 진행자>
그럼, 다른 방식을 택해야 겠네요.
▶ <이광호 / 기자>
네, 순환출자가 취약한 구조 때문에 안 되면 뭐가 남느냐, 그게 바로 미전실과 같은 지원 조직입니다. 총수의 지배력과 직결된 조직이다 보니까, 이번 최순실게이트처럼 총수 일가 문제가 불거지면 늘 책임론에 휩싸이게 되는 겁니다. 재벌그룹이 이름만 달리한 미전실에 연연해하는 이유, 전문가 얘기로 정리해보죠.
[박상인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총수가 황제 경영을 하기 굉장히 편리한 도구가 된다는 것이죠. 직접적으로 미래본을 통해 전체그룹들, 계열사들을 총괄하고 조종하는 아주 편리한 비서실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런 조직들이 없어지지 않고요.]
▷ <최서우 / 진행자>
그러니까 소수의 지분으로 전체 그룹을 장악하려면 필수적이란 얘긴데 그래서 이번 최순실 사태에서도 미전실이 도마위에 올랐죠?
▶ <이광호 / 기자>
네, 그렇습니다. 최씨 모녀의 지원을 주도한 게 미래전략실이라는 건데요. 이재용 부회장은 몰랐다고 했지만 보고야 당연히 받았을 겁니다. 한두 푼도 아닌데요. 이번 청문회에서 정경유착의 창구다, 이런 강도높은 지적을 받다 보니까 이재용 부회장이 해체를 공식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이종구 / 새누리당 의원 : 미래전략실을 해체를 하겠다는 아버님의 약속을 이재용 부회장이 실천을 하세요.]
[이재용 / 삼성전자 부회장 : 제가 저희 창업자이신 선대 회장께서 만드신 것이고 저희 회장께서 유지를 해오신 것이라서 함부로…조심스럽지만 국민 여러분들께나 우리 의원님들께서 부정적인 인식이 있으시면 없애겠습니다.]
▷ <최서우 / 진행자>
일단 이재용 부회장이 미전실 없애겠다고 공언했는데 과연, 실행에 옮길지 의문을 표시하는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 <이광호 / 기자>
일단 이재용 부회장의 발언 당시에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많았습니다. 의원들이 강하게 압박하는 상황에서 말실수를 했을 수도 있다는 거였죠. 그런데, 지난 6일 열렸던 청문회 이후 2주가 지났는데 미전실 해체를 부인하는 해명성 발언이 나오지 않으면서 해체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 전망에는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등장했던 것도 배경이 됐습니다.
▷ <최서우 / 진행자>
삼성 이사회에서 나왔죠?
▶ <이광호 / 기자>
네, 삼성전자 주식을 둘로 나눠서 한 회사는 사업 전용, 한 회사는 지주회사로 분리하겠다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지주회사에 자사주들이 배정되기 때문에 삼성 총수 일가의 지분률을 높여 주는 효과가 있죠. 그렇게 공식적으로 지배구조를 안정시키게 되면, 비공식적 의사결정 라인인 미전실의 필요성이 적어진다는 전망이 가능해집니다.
또, 야당에서 지주회사로 회사를 전환할 때 자사주의 활용도를 줄이거나 지주사가 보유해야 하는 계열사 지분을 높이는 방식으로 전환을 어렵게 하는 법안을 발의해 놓고 있는 점도, 삼성이 지주사 전환을 서두르는 이유입니다.
▷ <최서우 / 진행자>
네, 롯데도 정책본부가 미전실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죠?
▶ <이광호 / 기자>
네, 2004년 10월 설립된 이후 임원만 20여명에 2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습니다. 초대 정책본부장이 지금의 신동빈 회장이기도 했고요. 그 밑에는 지금 보시는 7개 부서가 있고요. 롯데 경영사항과 관련해 정책본부가 모르는 일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룹의 예민한 일까지 조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검찰이 지난 8월, 롯데 비자금을 수사할 때도 주요 수사대상에 오르기도 했죠.
▷ <최서우 / 진행자>
롯데도 비자금 수사 후, 정책본부 축소 같은 경영쇄신안을 내놓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십니까?
▶ <이광호 / 기자>
네, 신동빈 회장이 직접 정책본부 축소를 내놓은 상황이고,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에 의뢰해서 경영쇄신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 쇄신안이 나와야 롯데그룹의 미래 모습을 알 수 있을텐데요. 전반적으로는 지주회사 전환과 책임경영 강화 등 공식적으로 언급됐던 것을 통해 전망해볼 수 있습니다.
대규모 개편이 이뤄진다면 93개 계열사를 부문별로 나눠 계열사별로 경영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룹 정책본부가 조율 정도만 한뒤 장기적으로 각 부문에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최서우 / 진행자>
앞으로 특검수사가 본격화되면 삼성과 롯데의 뇌물죄 혐의 입증에 수사력이 집중될텐데, 특검 수사 전망을 좀 해보죠. 이 기자, 특검 수사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십니까?
▶ <이광호 / 기자>
네, 박영수 특별검사는 완벽하게 준비해서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를 챙기겠다고 선언하면서 특검의 칼날은 대통령과 독대를 한 기업들의 뇌물죄 입증으로 향하게 될 겁니다. 특히, 삼성과 관련해서는 최근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에서 삼성이 최순실 씨 모녀에 지원하려던 금액이 80억 원이 아니라 200억 원대이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이 부분에 대한 조사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삼성과 함께 추가출연 요구를 받았던 롯데와 sk 등도 필요하면 총수 재소환과 압수 수색 등 고강도 수사를 예고했습니다.
▷ <최서우 / 진행자>
최근 진경준 전 검사장 뇌물죄 판결이 나왔는데 넥슨 김정주 회장이 보험성으로 줬다고 했는데도 뇌물죄 적용이 안 됐어요. 그런데 이번 재벌들은 아무런 대가가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어 이번 최순실 게이트, 뇌물죄 적용에 우려를 표하는 의견들도 있는데 어떻게 봐야할까요?
▶ <이광호 / 기자>
사실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 검찰 고위 관계자에게 선물로 아무 대가 없이 10억 원에 가까운 주식을, 그것도 상장되면 크게 오를 것이 확실시되는 주식을 줬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선뜻 납득하기 힘든 액수입니다. 그런데 이것과 최순실 게이트를 연결지어 생각하면, 법원이 기업들이 최순실에게 준 돈들을 뇌물로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완전히 없다고 말하긴 힘듭니다.
진 검사장 케이스는 아까 말씀하신 대로 주식을 건네줬던 김정주 회장이 “보험료 차원에서 준 것”이라고 진술한 상황이라, 포괄적 뇌물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당장 실질적인 대가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직무와 관련해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금품이므로 포괄적인 뇌물이라는 논리였는데, 법원에서 이를 부정한 겁니다.
재벌들은 미르나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돈을 ‘준조세’ 혹은 ‘보험금’으로 인정했습니다. 진경준 전 검사장 판례와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 대통령에게 도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 <최서우 / 진행자>
사실 과거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때 기업들은 포괄적 뇌물죄 적용을 받았는데도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여전한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으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 <이광호 / 기자>
네, 전두환과 노태우 전 대통령들은 돈은 받았지만 대가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는데도 법원은 넓은 의미의 대가성을 인정해 뇌물죄를 적용했고 총수들은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실형은 면했죠. 하지만 2012년부터 경제발전을 이유로 봐주는 조항이 사라져서 만일 이번에 뇌물죄가 적용되면 실형을 살 가능성이 높아 기업들이 긴장을 하는 건데요. 앞으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으려면 수사제도 개선과 사법 처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남근 / 참여연대 변호사 : 고위공직자 수사비리처를 만들어서 일상적으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뇌물죄 수사를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박선욱 / 가천대 법학과 교수 : 우리 형법상 뇌물죄에는 양벌 규정이 없어요. 큰 규모의 뇌물은 대부분 기업에서 제공하는 것이고 그 뇌물의 자금원도 기업의 비자금 등 기업의 자금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기업을 처벌하는 양벌 규정이 필요합니다.]
▷ <최서우 / 진행자>
정경유착. 돈과 권력의 잘못된 만남. 유착이라는 말은 의학적으로는 이렇게 정의됩니다. 원래 분리돼야 하는 생물조직이 잘못된 치료나 염증으로 붙어버린 현상. 한 마디로 잘못 엉겨붙었다는 겁니다. 유착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킵니다. 난소와 자궁 사이를 연결하는 나팔관이 유착되면 불임 가능성을 높이는 것처럼요.
정경유착 역시 시장경제 원칙을 파괴하고 시민의 무기력한 상실감을 키우면서 사회적 불임을 조장해왔습니다. 나팔관의 유착이 새생명의 탄생을 막은 것처럼 우리 사회가 새롭게 태어난 것을 2대째 대물림된 재벌청문회에도 이 나라 최고재벌은 정경유착을 끊겠냐느 질문에 즉답을 못했습니다. 정경유착이란 고질병, 치료방법을 고민하기 전에 병을 인정하는 게 먼저일겁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 <최서우 / 진행자>
최순실 게이트는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이라는 초유의 사건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진 경우입니다. 국정농단과 더불어 이번 게이트가 안고 있는 또 다른 본질은 정경유착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 된 문제다보니 과연 이번 일을 계기로 해결이 될 수 있을까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많습니다. 오늘은 정경유착 해결을 위해 거론되고 있는 구체적인 사안들을 좀 들여다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들여다 볼 문제는 전경련입니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본격적인 시발점이기도 하죠. 먼저 이달 6일 열린 재벌 총수 청문회 영상을 먼저 보실텐데, 이 날은 전경련 해체에 대해 재벌총수들이 직접 의견을 밝힌 날이기도 합니다.
과연 정경유착의 창구로 비판받는 전경련이 해체 수순을 밟고 새롭게 태어날지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그런데, 회비를 많이 내는 4대 그룹이 탈퇴를 해도 운영에는 문제가 없는지 궁금한데, 먼저 전경련의 자산은 어느 정도인가요?
▶ <서주연 / 기자>
일단 자산은 여의도 FKI빌딩을 포함해서 36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있는데요. 2014년 말 기준으로 나이스 신용분석 보고서에 따른 추산치입니다. 전경련 회관은 2013년도에 준공했는데요. 연 면적이 17만㎡에 달하는 지상 50층짜리 초고층빌딩으로 회관 건물이 전경련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볼수있습니다. 이 3600억 원의 자산 가운데 자본은 113억 6900만 원이고요. 부채가 3489억 8000만 원가량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5년 지난해에는 부채가 3296억 원으로 소폭 줄었는데요. 때문에 현재는 부채를 갚고 나면 별로 자산이 남지 않는 재무구조라는 분석입니다.
▷ <최서우 / 진행자>
만일, 4대 그룹을 시작으로 회원사들이 줄 사퇴를 하면 운영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회비가 줄어들어
운영에는 문제가 없을까요?
▶ <서주연 / 기자>
사실 전경련은 정확한 수입과 지출내역공개를 꺼리고 있습니다. 회비로 운영되는 사단법인이라는 이유때문입니다. 전경련이 해체되고 회비가 줄어들 경우 수익의 절반이 날아갈 수 있다는 분석인데요. 앞서 언급했듯 재계에선 연간 수입이 900억 원 가운데 400-500억 원을 600여개 회원사 회비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 회비 절반 정도를 5대 그룹이 부담하는데 삼성이 연 100억 원, SK와 LG도 각각 50억 원 안팎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경련 관계자 (익명) : 맞다, 틀리다...사실입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이렇게 확인을 못 드립니다.]
▷ <최서우 / 진행자>
전경련이 해체가 아닌 개혁을 한다면 어떤 형태로 바꿔야 할지 어떤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나요?
▶ <서주연 / 기자>
1973년 미국의 에드윈 풀너 박사가 창설한 보수주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처럼 공익재단으로 전환하거나 산하기관인 한국 경제연구원이나 대한상공회의소 등과 흡수통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 <최서우 / 진행자>
헤리티지 재단으로 가기 위한 걸림돌은 뭔가요?
▶ <서주연 / 기자>
헤리티지 재단처럼 개혁하려면 투명성, 공정성, 독립성을 갖춰야하는데요. 먼저 투명성 부분에서 회원사 회비로 운영되는 전경련은 사단법인이라는 이유로 정확한 수입-지출 내역 공개를 안하는 점이 문제입니다. 공정성의 경우 그동안 전경련이 많은 돈을 들여 국내외 경제현안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면서 재벌과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해왔다는 부분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공정성을 담보하려면 독립성도 확보돼야 하는데요. 재단 설립에 출연한 기업들의 입김에서 벗어나야 공정한 연구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겁니다.
▷ <최서우 / 진행자>
그래서 흡수통합 얘기가 현실적인 방안으로 거론되는 것 같은데 어떤가요?
▶ <서주연 / 기자>
최근 소식에 따르면 전경련이 쇄신안으로 한경연과 통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고려하고 있다는데요. 무조건 해체할 경우 전경련회관 등 자산에 대한 소유권 처리에 난항을 겪을 수 있고 200여명에 달하는 사무국 직원들의 처우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전경련 회관 등의 자산을 한경연으로 이관하고 이름도 새롭게 바꾸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방안으로 대한상의에 흡수통합 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요. 전경련을 대신해서 법정 단체이자 중소상공인을 포함한 가장 많은 경제단체가 가입한 대한상의가 기업집단의 대표로 나서야 한다는 겁니다. 원치않는 회원사들이 전경련을 탈퇴한 뒤에도 자신들의 권익을 대변할 단체가 위상을 갖추어야한다는 건데요.
하지만 법정단체인 대한상의는 정경유착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전경련과의 통합에 부정적인데요. 대한상의는 2013년 박용만 회장이 취임한 뒤 회원사 이익만 좇던 종전 태도에서 벗어나 국가와 사회 발전도 중시한다는 원칙을 밝히고 전경련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최서우 / 진행자>
재계 전체 차원에서 전경련이 해체나 개혁으로 검은 사슬을 끊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면, 개별 기업 차원에선 삼성과 롯데의 사령탑 컨트롤타워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데요. 먼저, 삼성의 미래전략실부터 짚어보죠. 미래전략실, 창업주 시절부터 만들어져서 이름만 달리해왔죠?
▶ <이광호 / 기자>
네, 1959년 선대 회장인 고 이병철 회장이 삼성물산에 비서실을 만든 게 시초입니다. 그러다가 1998년 IMF위기를 계기로 이 조직이 구조조정본부로 개편됐습니다. 2006년 들어서 ‘차떼기’로 흔히 알고 계신 수백억원대 대선 비자금 문제가 불거지고, 2년 뒤에 삼성 특검까지 열리면서 폐지됩니다. 그런데 2010년말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이 조직을 현재의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부활시키게 됩니다. 영향력도 다시 막강해졌죠. 그 뒤에는 모두가 알고 계신, 이재용 부회장의 폐지 발언이 등장했습니다.
이렇게 이름만 달리할 뿐, 삼성그룹 경영의 중추역할을 해왔는데 이 조직이 사장도 있고 이사회도 있는 각 계열사를 직접 통제하는 게 법적인 근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죠.
▷ <최서우 / 진행자>
이렇게 이름을 달리하면서 존재해온 이유부터 짚고 넘어가보죠. 바로 오너의 그룹 지배력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죠?
▶ <이광호 / 기자>
재벌 총수들이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수십 개 계열사 주식을 모두 50% 이상씩 가질 수는 없죠. 그 계열사 하나하나도 대기업인데요. 이재용 부회장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전, 삼성물산 주식을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삼성전자 지분도 지난 9월 말 기준 0.57%에 불과합니다.
이번 청문회에서 이 점이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했던 질의 내용입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이재용 / 삼성전자 부회장 : 당시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논의가 있을 때 국민연금 측에서 저를 보자는 요청이 있어서 실무자 몇 분들과 봤습니다.]
[박영선 / 더불어민주당의원 : 삼성물산 주식 본인이 갖고 있었습니까? 없었습니까?]
[이재용 / 삼성전자 부회장 : 제 개인적으로는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박영선 / 더불어민주당의원 :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았죠? 제일모직 주식만 가지고 있었죠?]
[이재용 / 삼성전자 부회장 : 그렇습니다.]
이렇게 총수지만 기업 지배력이 없게 되면 간접적인 지배 방식을 찾게 됩니다. 순환출자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총수는 기업 하나만 장악하고 있고, 그 기업이 다른 기업을 지배하고, 그 기업은 또 다른 기업을 지배하는 식으로 고리를 이어 나가는 간접적인 경영권 확보 방식입니다. 그런데 계열사가 수십 개에 달하는 상황에서, 연결고리 중 한 기업에만 문제가 생겨도 그 여파가 그룹 전체에 퍼지는 부작용이 생기게 됩니다.
▷ <최서우 / 진행자>
그럼, 다른 방식을 택해야 겠네요.
▶ <이광호 / 기자>
네, 순환출자가 취약한 구조 때문에 안 되면 뭐가 남느냐, 그게 바로 미전실과 같은 지원 조직입니다. 총수의 지배력과 직결된 조직이다 보니까, 이번 최순실게이트처럼 총수 일가 문제가 불거지면 늘 책임론에 휩싸이게 되는 겁니다. 재벌그룹이 이름만 달리한 미전실에 연연해하는 이유, 전문가 얘기로 정리해보죠.
[박상인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총수가 황제 경영을 하기 굉장히 편리한 도구가 된다는 것이죠. 직접적으로 미래본을 통해 전체그룹들, 계열사들을 총괄하고 조종하는 아주 편리한 비서실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런 조직들이 없어지지 않고요.]
▷ <최서우 / 진행자>
그러니까 소수의 지분으로 전체 그룹을 장악하려면 필수적이란 얘긴데 그래서 이번 최순실 사태에서도 미전실이 도마위에 올랐죠?
▶ <이광호 / 기자>
네, 그렇습니다. 최씨 모녀의 지원을 주도한 게 미래전략실이라는 건데요. 이재용 부회장은 몰랐다고 했지만 보고야 당연히 받았을 겁니다. 한두 푼도 아닌데요. 이번 청문회에서 정경유착의 창구다, 이런 강도높은 지적을 받다 보니까 이재용 부회장이 해체를 공식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이종구 / 새누리당 의원 : 미래전략실을 해체를 하겠다는 아버님의 약속을 이재용 부회장이 실천을 하세요.]
[이재용 / 삼성전자 부회장 : 제가 저희 창업자이신 선대 회장께서 만드신 것이고 저희 회장께서 유지를 해오신 것이라서 함부로…조심스럽지만 국민 여러분들께나 우리 의원님들께서 부정적인 인식이 있으시면 없애겠습니다.]
▷ <최서우 / 진행자>
일단 이재용 부회장이 미전실 없애겠다고 공언했는데 과연, 실행에 옮길지 의문을 표시하는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 <이광호 / 기자>
일단 이재용 부회장의 발언 당시에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많았습니다. 의원들이 강하게 압박하는 상황에서 말실수를 했을 수도 있다는 거였죠. 그런데, 지난 6일 열렸던 청문회 이후 2주가 지났는데 미전실 해체를 부인하는 해명성 발언이 나오지 않으면서 해체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 전망에는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등장했던 것도 배경이 됐습니다.
▷ <최서우 / 진행자>
삼성 이사회에서 나왔죠?
▶ <이광호 / 기자>
네, 삼성전자 주식을 둘로 나눠서 한 회사는 사업 전용, 한 회사는 지주회사로 분리하겠다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지주회사에 자사주들이 배정되기 때문에 삼성 총수 일가의 지분률을 높여 주는 효과가 있죠. 그렇게 공식적으로 지배구조를 안정시키게 되면, 비공식적 의사결정 라인인 미전실의 필요성이 적어진다는 전망이 가능해집니다.
또, 야당에서 지주회사로 회사를 전환할 때 자사주의 활용도를 줄이거나 지주사가 보유해야 하는 계열사 지분을 높이는 방식으로 전환을 어렵게 하는 법안을 발의해 놓고 있는 점도, 삼성이 지주사 전환을 서두르는 이유입니다.
▷ <최서우 / 진행자>
네, 롯데도 정책본부가 미전실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죠?
▶ <이광호 / 기자>
네, 2004년 10월 설립된 이후 임원만 20여명에 2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습니다. 초대 정책본부장이 지금의 신동빈 회장이기도 했고요. 그 밑에는 지금 보시는 7개 부서가 있고요. 롯데 경영사항과 관련해 정책본부가 모르는 일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룹의 예민한 일까지 조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검찰이 지난 8월, 롯데 비자금을 수사할 때도 주요 수사대상에 오르기도 했죠.
▷ <최서우 / 진행자>
롯데도 비자금 수사 후, 정책본부 축소 같은 경영쇄신안을 내놓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십니까?
▶ <이광호 / 기자>
네, 신동빈 회장이 직접 정책본부 축소를 내놓은 상황이고,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에 의뢰해서 경영쇄신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 쇄신안이 나와야 롯데그룹의 미래 모습을 알 수 있을텐데요. 전반적으로는 지주회사 전환과 책임경영 강화 등 공식적으로 언급됐던 것을 통해 전망해볼 수 있습니다.
대규모 개편이 이뤄진다면 93개 계열사를 부문별로 나눠 계열사별로 경영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룹 정책본부가 조율 정도만 한뒤 장기적으로 각 부문에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최서우 / 진행자>
앞으로 특검수사가 본격화되면 삼성과 롯데의 뇌물죄 혐의 입증에 수사력이 집중될텐데, 특검 수사 전망을 좀 해보죠. 이 기자, 특검 수사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십니까?
▶ <이광호 / 기자>
네, 박영수 특별검사는 완벽하게 준비해서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를 챙기겠다고 선언하면서 특검의 칼날은 대통령과 독대를 한 기업들의 뇌물죄 입증으로 향하게 될 겁니다. 특히, 삼성과 관련해서는 최근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에서 삼성이 최순실 씨 모녀에 지원하려던 금액이 80억 원이 아니라 200억 원대이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이 부분에 대한 조사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삼성과 함께 추가출연 요구를 받았던 롯데와 sk 등도 필요하면 총수 재소환과 압수 수색 등 고강도 수사를 예고했습니다.
▷ <최서우 / 진행자>
최근 진경준 전 검사장 뇌물죄 판결이 나왔는데 넥슨 김정주 회장이 보험성으로 줬다고 했는데도 뇌물죄 적용이 안 됐어요. 그런데 이번 재벌들은 아무런 대가가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어 이번 최순실 게이트, 뇌물죄 적용에 우려를 표하는 의견들도 있는데 어떻게 봐야할까요?
▶ <이광호 / 기자>
사실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 검찰 고위 관계자에게 선물로 아무 대가 없이 10억 원에 가까운 주식을, 그것도 상장되면 크게 오를 것이 확실시되는 주식을 줬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선뜻 납득하기 힘든 액수입니다. 그런데 이것과 최순실 게이트를 연결지어 생각하면, 법원이 기업들이 최순실에게 준 돈들을 뇌물로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완전히 없다고 말하긴 힘듭니다.
진 검사장 케이스는 아까 말씀하신 대로 주식을 건네줬던 김정주 회장이 “보험료 차원에서 준 것”이라고 진술한 상황이라, 포괄적 뇌물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당장 실질적인 대가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직무와 관련해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금품이므로 포괄적인 뇌물이라는 논리였는데, 법원에서 이를 부정한 겁니다.
재벌들은 미르나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돈을 ‘준조세’ 혹은 ‘보험금’으로 인정했습니다. 진경준 전 검사장 판례와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 대통령에게 도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 <최서우 / 진행자>
사실 과거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때 기업들은 포괄적 뇌물죄 적용을 받았는데도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여전한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으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 <이광호 / 기자>
네, 전두환과 노태우 전 대통령들은 돈은 받았지만 대가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는데도 법원은 넓은 의미의 대가성을 인정해 뇌물죄를 적용했고 총수들은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실형은 면했죠. 하지만 2012년부터 경제발전을 이유로 봐주는 조항이 사라져서 만일 이번에 뇌물죄가 적용되면 실형을 살 가능성이 높아 기업들이 긴장을 하는 건데요. 앞으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으려면 수사제도 개선과 사법 처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남근 / 참여연대 변호사 : 고위공직자 수사비리처를 만들어서 일상적으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뇌물죄 수사를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박선욱 / 가천대 법학과 교수 : 우리 형법상 뇌물죄에는 양벌 규정이 없어요. 큰 규모의 뇌물은 대부분 기업에서 제공하는 것이고 그 뇌물의 자금원도 기업의 비자금 등 기업의 자금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기업을 처벌하는 양벌 규정이 필요합니다.]
▷ <최서우 / 진행자>
정경유착. 돈과 권력의 잘못된 만남. 유착이라는 말은 의학적으로는 이렇게 정의됩니다. 원래 분리돼야 하는 생물조직이 잘못된 치료나 염증으로 붙어버린 현상. 한 마디로 잘못 엉겨붙었다는 겁니다. 유착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킵니다. 난소와 자궁 사이를 연결하는 나팔관이 유착되면 불임 가능성을 높이는 것처럼요.
정경유착 역시 시장경제 원칙을 파괴하고 시민의 무기력한 상실감을 키우면서 사회적 불임을 조장해왔습니다. 나팔관의 유착이 새생명의 탄생을 막은 것처럼 우리 사회가 새롭게 태어난 것을 2대째 대물림된 재벌청문회에도 이 나라 최고재벌은 정경유착을 끊겠냐느 질문에 즉답을 못했습니다. 정경유착이란 고질병, 치료방법을 고민하기 전에 병을 인정하는 게 먼저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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