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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 메이커' 속 경제학…밴드왜건효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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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16.11.18 09:52
수정2016.11.18 09:52

■ 경제와이드 이슈& '이슈&라이프' -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얼마전 미국 대선이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승리를 거두면서 이변을 연출했다. 따라서 미 대선과 관련된 영화, 그리고 경제 이야기를 골랐다. 조지클루니가 감독을 맡았던 영화, 2011년에 나온 정치스릴러 <킹메이커>다. 

◇ '킹메이커'에서 볼 수 있는 경제이야기는?

미국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진보와 보수로 상징되는 양대 정당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막상 대선때 보면 양당의 정책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 이번 미 대선은 트럼프가 차이를 극대화하면서 두 후보간 차별화가 확실히 됐지만, 이번 선거가 예외적인 것이고, 통상적으로 그렇다. 지난 우리 대선때도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면서 좌클릭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진보 보수가 확연한데 왜 선거때는 비슷한 정치, 사회, 경제 공약이 나올까. 경제학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풀어봤는데 '중위투표자 정리' 라고 한다.

◇ 중위투표자 정리란?

중위투표자 정리란 정치경제학에서 연구한 내용인데, '진보와 보수는 결국 가운데서 만난다'로 요약된다.

해수욕장 해변에 아이스크림을 파는 두 사람 A, B가 이 있다. 해변의 길이는 4㎞다. 왼쪽 끝 2㎞-왼쪽 1㎞-중간(0㎞)-오른쪽 1㎞-오른쪽 끝 2㎞로 돼 있다 치자. A씨는 왼쪽 끝 2㎞에, B씨는 오른쪽 끝 2㎞에 있다. 소비자는 가까운 가게로 간다. 그렇다면 가운데를 기준으로 왼쪽에 있는 피서객은 A씨에게, 오른쪽에 있는 피서객은 B씨에게 갈 것이다. 가운데(0㎞) 있는 소비자는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어디로 가든 서로 가든 2㎞를 걸어야 한다.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다.

그런데 A씨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1㎞ 로 옮겼다. 이랬더니 중간에 있는 피서객이 A씨에게 가는 게 1㎞로 가까워졌다. B씨 가게는 여전히 2㎞를 걸어야 한다. A씨는 기존 고객(왼쪽 끝 2㎞,)에다 중간지점 고객까지 확보했다. 이를 B씨가 지켜볼 리 없다. B씨도 왼쪽으로 1㎞ 지점으로 옮기기로 했다. 두 사람의 거리는 점차 가까워진다.

진보와 보수를 기치로 내건 두 정당의 공약은 중도를 잡기 위해 결국 비슷해진다. 진보와 보수의 공약 차이가 그다지 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극단적인 정책을 내게 되면 중간진영에 있는 사람들이 이탈을 하니까 우파 정권이라면 좌파적인 정책을, 좌파정권이라면 우파적인 정책을 낸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대선 때보면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면서 분배 얘기를 많이하면서 많이 왼쪽으로 왔고 결국 정권을 얻는데 성공했다. 매 총선마다 각당이 청년정책 여성정책을 쏟아내는데, 사실 공약만 놓고 뜯어보면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 중위투표자 정리와 비슷한 다른 이론은?

이런 현상은 기업 경영에 적용할 수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아주 차별화되는 다양한 상품을 만들기보다는 많은 소비자들이 무난하게 선호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독과점이 형성돼 경쟁이 약화된 시장이라면 기업들은 더욱 더 이런 유혹에 빠지게 된다. 경쟁보다는 서로 타협할 수 있는 것이다.

독과점 시장에서 다른 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소비자 상품이 많이 생산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이 주장과 반대된다는 점에서 '역설'이 성사된다. 이를 '호텔링의 역설'이라고 한다. 경제학자 호텔링의 이름을 땄다.

◇ 대세론도 경제적으로 풀이할 수 있다?

선거때마다 각당은 대세론을 강력히 내세울 때가 있는데, 행동경제학에서 나오는 밴드왜건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밴드왜건이란 서커스나 퍼레이드 행렬의 맨앞에선 밴드들이 탄 마차가 밴드왜건이다. 밴드왜건을 본 사람들이 따라가면 그 뒷사람은 뭔가 싶어 따라간다. 남이 하니까 나도 따라하는 행위가 밴드왜건효과다. 다른 말로 편승효과라고도 한다.

즉 남들이 다 이 후보를 찍으니까, 자신도 따라 찍는다는 거다. 이런 현상은 전통적인 여야 텃밭에서 많이 일어난다. 괜히 다른 후보를 찍으면 이상할 것 같아서 특별한 신념이 없다면 그냥 다른 사람들이 찍는 것을 따라하는 것이다. 특정지역구에 유명인사가 출마했을 때도 이런 현상은 종종 일어난다. 그런 의미에서 사표방지 심리도 일종의 밴드왜건효과로 봐야할 것 같다. 당선될만한 후보를 찍는 거니까 대세를 따라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영화에서도 밴드왜건효과 적용할 수 있을까?

모리스 주지사가  모리스 주지사는 같은당 톰슨 상원 의원에게 도움을 요구하는 이유가 대의원 300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박빙의 승부에서 이 정도면 승부에 쐐기를 박을 수 있을 수준이다. 톰슨 상원의원이 자기편이 됐다는 소문이 퍼지면 투표를 망설이던 사람들이 대세론에 편승해 자신을 찍어주게 될 수 있다. 모리스는 이점을 노려서 톰슨에게 접근했고, 톰슨은 자신의 역할이 승부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거래에 들어간 것이다. 이처럼 정치를 경제로 해석하려는 시도를 정치경제학이라 부른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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