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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부부 경제권…누가 가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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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16.11.18 10:04
수정2016.11.18 10:04

■ 경제 와이드 이슈& - 손우철 키움에셋플래너 전문위원

실제 들어온 상담을 토대로 재무설계를 살펴보자.

◇ 자녀 교육비 줄이고 노후준비 해야할까?

정도의 차이는 물론 있겠지만, 부부 간에 돈에 대해서 일치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 이는 각자가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내가 맞고, 당신은 틀렸다는 식으로 접근을 하게 되면 오히려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재무설계 관점에서 부부가 돈에 대해서 이견이 생기고, 다툼이 생기는 것은 가정의 재무구조에도 매우 큰 리스크가 된다.

부부 관계가 좋지 않으면 아무래도 부부가 돈을 모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기보다 새는 돈들이 생기게 된다. 유흥비로 돈을 쓰거나 충동적인 쇼핑을 하는 경우들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가정의 건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부부 가 돈에 대해서 원만하게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 부부가 돈에 대해서 서로 대화하기 어려운 이유는?

사람들은 누구나 돈에 대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 이건 이미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의 영향이나, 누군가의 조언이나, 나의 경험치로 인해서 돈이라는 건 이런거야라는 생각을 이미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서,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한테 '너는 커서 절대 주식투자 하지마라'는 얘기를 끊임없이 들으면서 자란 청년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반대로 부모님이 한 100만원이라도 주면서 '너가 투자하고 싶은 주식을 잘 골라서 투자해봐라'라면서 주식투자를 권유하는 분위기에서 자란 청년도 있을것이다.

이 두명의 투자에 대한 마인드가 같을까?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형성되어온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돈에 대한 가치관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것을 이론적으로 머니 스크립트라고 한다.

◇ 머니 스크립트란?

미국의 심리학 박사이자 심리치료사인 브래드 클론쯔가 주창한 것이다. 한 개인이 돈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신념체계를 머니 스크립트라고 한다. 머니 스크립트는 연극배우가 마치 대본을 달달 외워서 연습하다보니 너무 자연스럽게 연극을 하는 것처럼 돈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라는 개념이다. 이는 우리가 재정적인 행동을 수행할 때 지침서 역할을 하고, 대개 어렸을 때 개발이 됐다. 가족 내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고, 전형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배우고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어렸을 때 '너 행복한줄 알어, 집 있고 학교 다닐 수 있으면 됐지.' 이런 얘기 들으신 분들이 그대로 자녀분들에게 똑같은 얘기를 한다. 너 행복한줄 알어 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메시지들이 때로는 매우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 재무설계, 심리적인 부분 캐치가 필요?

맞다. 상담하다면 정말 다양한 분들을 만나게 된다. 돈이 생기면 생기는대로 써버리는 사람이 있다. 돈이 생기면 그걸 못 참고 대출까지 받아서 뭔가 사는 분들이 있다. 모아놓은 돈이 많지 않은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없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것들을 옳고 그름의 문제에서 보면 수정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재무상담 과정에서 그런 식으로 접근을 하게 되면 상담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돈을 많이 벌지만 그만큼 돈을 많이 써버려서 돈을 모으지 못하는 미혼 남자가 있다고 가정해보겠다. 제가 그정도 사실만 알고, 지금 그렇게 돈을 다 써버리면 안된다. 앞으로 결혼도 해야하고, 집도 사야하고, 노후자금도 필요한데 적어도 급여서 30%는 저축해보자라고 얘기하면 그분이 제말을 순순히 따라서 저축할까? 잔소리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그 분이 왜 그렇게 지출성향이 높을 수 밖에 없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상담 과정에 질문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이 가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 아내는 자녀교육·남편은 보험가입 원해…해결 방안은?

저는 심리상담사는 아니다. 재무적인 부분에 집중을 하는 재무상담사다. 이를 위해서 과거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돈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재무상담이라고 하면 대박인 상품을 찍어주는걸로 알고계신 분들이 많은데, 그게 아니라 돈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합리적인 돈 관리 방법을 같이 고민해주는 것이 재무상담이다.

그래서 이런 질문들을 많이 하게 된다. 부모님은 어떤 분이셨는지, 돈에 대한 어떤 원칙을 가지고 있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학교다닐 때가 결혼 이후에 돈에 대한 에피소드 중에 생각나는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부모님은 지금 어떤 모습이시고, 본인이 부모님을 닮고 싶은지, 그렇지 않은지, 이런 질문들을 하다보면 그분이 가지고 있는 돈에 대한 생각을 알수가 있어서 재무상담에 도움이 된다.

사실 아내분의 말에서 남편 분이 왜 그렇게 보험에 가입하시려 하시는지 저는 좀 이해가 된다. 남편 분은 어렸을 때의 경험 때문에 혹시나 모를 본인의 유고 상황에 대비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신 것 같다. 그런데, 아내 분은 보험에 대해 막연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계신 것 같다. 이것도 부모님의 영향이나 본인의 경험에 의해 형성되 온 것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합리적인 보험 가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초등생 1학년에 교육비 100만원 지출…평가는?

초등학교 1학년인데 평균적으로 보면 다른 가정 대비 과하게 지출하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재무상담 할 때 건드리면 부작용이 나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들이 헌금과 교육비다. 이건 신념과 관계된 부분이라 그렇다. 아내 분과 같이 자녀 교육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돈 쓰는걸 아까워 하지 않는 분들을 보면 몇 가지 공통점들이 보인다.

그 중에 대표적인 케이스가 본인이 어렸을 때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것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경우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나는 어렸을 때 제대로 교육을 못받았지만, 내 아이만큼은 제대로 키울거야'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이러한 교육비 지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형성되어진 관념이기 때문에 아무리 옆에서 교육비가 과하다고 지적하더라도 변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남편 분께서 불만이 있으시더라도 아내 분을 이해하면서 대화할 필요가 있다. 아내 분께서도 본인 스스로 내가 왜 그렇게 교육에 집착하는지를 돌아보실 필요가 있다. 그래야 가정의 재정적인 부분도 안정을 찾아갈 수 있다.

◇ '지출 관점' 다른 부부…해결 방안은?

일단 남편과 아내 분 모두 내가 왜 돈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근본적으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그 이후 부부가 대화를 해서 재무목표 우선 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

남편 분의 입장에서는 주소득원에 대한 사망보장과 퇴직 후 노후자금 마련이 주요한 재무목표이고, 아내 분의 입장에서는 현재의 교육비 지출과 단기적인 어학연수, 미래의 대학 학자금일 것이다. 부부 간의 대화를 통해서 어떤 재무목표를 중요 재무목표로 선정할 것인지를 정한다면, 매월 얼마를 저축해야할지가 결정될 것이다.

◇ 저출 여력 많지 않은 30대 부부…이대로 괜찮나?

현재 상황으로 보면 저축여력은 많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자녀 교육비와 관련해서 남편 분이 적극적으로 도와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내의 교육에 대한 생각을 이해해주면서, 방법적인 측면에서 학습지나 학원을 줄일 수 있는 형태의 지원이 필요하다. 아내 분께서도 지금 당장 교육비로 돈을 과하게 지출하면 나중의 결정적인 순간에 교육비 지원을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일정액을 꾸준히 장기 저축하려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상담을 하다보면 부부 간 대화가 늘어나고, 사이가 좋아지면 과거보다 돈을 아껴서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으로 바뀌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 부부도 꼭 그렇게 되시길 바란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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