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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권력' 차은택-이미경 엇갈린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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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16.11.10 08:56
수정2016.11.10 08:56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씨가 귀국하면서 그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의 엇갈린 운명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CF감독 출신인 차씨가 현 정권에서 문화 정책과 인사를 쥐락펴락하기 시작했다는 시점과 '문화계 대모'로 불리던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미국으로 건너간 시점이 맞물리기 때문이다.

검찰은 현재 차 씨를 상대로 국정 농단 등과 관련된 의혹을 추궁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이 부회장에 대한 청와대의 퇴진 요구설에 대해서도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 씨는 2014년 8월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데 이어 작년 4월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으로 발탁됐다.

이후 그는 문화창조융합벨트사업을 주도하며 '승승장구'했다.

문화창조융합센터, K-컬처밸리 등 CJ가 참여한 사업에 대해서도 차 씨 개입 의혹이 일었다.

이미경 부회장은 2013년 말 청와대의 퇴진 압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4년 10월께 미국으로 떠났다.

CJ가 '광해' 등 이른바 '좌파 성향'의 영화 등을 선보여 '미운털'이 박혔다는 분석도 있지만, '비선 실세' 최순실 씨를 등에 업고 '문화 대통령'을 노렸던 차은택 씨가 이 부회장을 걸림돌로 여겼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작품 때문에 오해를 받지만 CJ는 '돈 되는 영화'를 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CJ는 2005년 10·26 사태를 소재로 한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을 배급하기로 했다가 논란이 되자 이를 철회하는 등 정치권의 눈치를 본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프로그램이나 영화보다는 다보스포럼 '한국의 밤' 사례처럼 이 부회장이 문화계에서 누린 지위가 문제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대중문화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부회장은 CJ E&M의 전신인 CJ엔터테인먼트와 CJ CGV, CJ 미디어 등 CJ그룹의 문화 관련 계열사의 경영을 맡아 수완을 발휘했다.

CJ는 한국 영화계의 '큰 손'으로 여러 대작에 투자했고, 1998년에는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CGV를 열었다.

엠넷 등 음악전문 채널과 콘서트 '마마'(MAMA) 등을 통해 한류의 세계화를 이끄는 등 방송, 음악, 뮤지컬 등 대중문화 전반에 힘을 미쳤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중국 푸단(復旦)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은 이 부회장은 폭넓은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영에도 적극적으로 나섰고, 해외 인맥도 화려했다.

1995년 드림웍스와 합작을 성사시키는 데에도 역할을 했다.

CJ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제프리 카젠버그 등이 설립한 드림웍스에 자본금의 30%에 해당하는 3억 달러를 투자했다.

드림웍스는 슈렉과 쿵푸팬더 등을 만든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다.

이 부회장은 개인적인 친분으로 미국 팝 음악의 거물 프로듀서 퀸시 존스, 할리우드스타 제시카 알바 등의 내한을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청와대의 압력을 받은 '피해자'라는 시선을 받고 있지만, 그 역시 한국 문화산업을 좌지우지한 권력자였다는 점에서 얄궂은 운명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때 연예계에는 '이미경 라인'을 타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이 부회장 생일 파티에 가수 비를 비롯해 이병헌, 정우성, 서인영, 백지영 등 톱스타들이 대거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2000년대 후반 각종 설문조사에서 한국 대중문화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수년간 1위에 뽑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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