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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취재파일] 이재용 부회장의 '두 가지 판다 경영'

SBS Biz 신욱
입력2016.05.03 14:18
수정2016.06.09 15:23

최근 삼성에버랜드는 두 명의 신입사원을 맞이하며 대규모 축하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중국이 선물로 준 '아이바오'와 '러바오'라는 이름의 자이언트 판다 한쌍입니다. 동물이 명예 사원증을 받은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중국 보아오포럼 참석 만찬에서 "삼성은 최고의 기술을 이용해 최신식 설비를 지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판다를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이 약속을 지키려는 듯 에버랜드가 이 두 명예사원에게 들인 공이 여간 극진하지 않습니다.

두 판다는 지난 3월 입국 이후 수습기간으로 50일 동안 적응 기간을 가졌습니다. 이들 판다가 머무는 '판다월드'는 에버랜드 동물원 입구 7000제곱미터 부지에 연면적 3300제곱미터의 2층 구조로 조성됐습니다. 내부는 삼성전자의 최첨단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돼 세계 최고 수준의 판다 체험 공간으로 꾸며졌습니다. 삼성 SUHD TV 36대를 360도로 이어 붙여 실감나는 판다 영상물을 제공하고, 스마트 터치스크린을 설치했습니다. 가상현실 기기인 기어VR을 착용해 판다를 체험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최첨단 시설을 꾸미는데 200억원을 들였으니 가히 파격적이라고 할 만합니다.

이런 삼성에버랜드의 움직임을 놓고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판다 경영'이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시작됐지만, 다소 진지하게 풀어보면 '필요한 곳에 삼성의 노하우를 집중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합니다.

삼성그룹 내외부에서는 '또 다른 판다경영'이 여전히 화두입니다. 2년여 전부터 이재용 부회장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삼성그룹 사업구조개편과 자산매각을 뜻합니다. 돈을 벌더라도 비주력사업은 팔고, 미래전략사업에 집중한다는 의미의 '판다 경영'입니다. 

삼성은 2013년 12월 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부문을 양수한 것을 시작으로 방산과 화학 계열사 매각 등 모두 15차례의 사업 재편을 진행했습니다. 최근에도 삼성 태평로 빌딩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고,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호암아트홀 매각추진설도 흘러나왔습니다. 삼성 계열사인 제일기획은 해외광고회사와 매각협상이 진행 중입니다. 계열사 사옥 재배치에 따라서 태평로에 몰려 있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증권은 오는 7월 서초사옥으로 이전할 예정입니다. 태평로 본관에서 금융계열사들을 담당해 온 TF ‘금융일류화위원회’도 이번에 서초 사옥 39층으로 함께 이전하며 삼성 미래전략실로 합쳐집니다.

삼성카드도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도 있는데, 삼성카드는 태평로 본관에 남는 대신 최근 사업부 분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카드사업 본업 외에 라이프 사업 부문이 분사 대상이라고 합니다. 마케팅 서비스와 여행, 쇼핑의 분사가 우선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이 이에 반발하고 있어서 추진은 더딘 상황이라고 합니다. 앞서 삼성카드는 2013년 콜센터 조직을 삼성카드 고객서비스로 분사한 바 있습니다. 

에버랜드는 이번 판다월드 개관으로 인한 경제 유발 효과가 입장객 기준으로 30만 명이상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특히, 판다를 찾는 수요로 인해 중화권 관광객도 지난해보다 50% 이상 증가하는 등 우리나라 관광산업 발전에도 상당부분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삼성은 방산과 석유화학사업을 정리한 대신, 바이오사업 등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기존 사업구조를 유지하는데 급급하다가는 빠르게 바뀌고 있는 글로벌 경쟁상황에 대응하지 못해 도태할 수 있다는 게,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이 '판다 경영'에 나선 이유입니다.  

오는 10일은 이건희 회장이 갑작스럽게 입원한지 만 2년이 되는 날입니다. 일각의 우려와 불안을 불식시키고 이재용 부회장의 '판다 경영'이 새로운 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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