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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취재파일] 은행권 밥그릇 챙겨내는 하영구 회장…이번엔 성과주의 도입 선봉장?

SBS Biz 김민현
입력2016.04.12 11:53
수정2016.04.12 11:56

◇ 성과주의 도입 신경전…하영구 회장, 강수 불사

지난 7일 오후 3시, 서울 명동에 위치한 은행회관. 올들어 금융권 첫 산별교섭으로 알려진 이 자리에 사측 대표단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사측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이하 금사협)와 노측인 전국금융산업노조의 임금단체협상용 대면식이 무산된 겁니다. 금융노조는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금사협 불참을 규탄한다며 "파행의 모든 책임은 사측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사측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즉각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4월 7일 일정은 노측에서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어서 참석할 의무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상호가 '합의'된 일정으로 교섭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 마디로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겁니다. 더불어 금융노조에 보낸 공문도 공개했는데, 금융노조가 이미 탈퇴한 7개 금융공기업도 교섭에 참석하라고 요구한 것을 놓고 "적절하지 않다"고 못 박았습니다.

참고로 2010년 2월 설립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주요 시중은행을 포함해 27개 기관이 가입돼 있습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대표입니다. 당초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자산관리공사 등 7개 금융공기업도 회원사였으나 지난달 31일 "성과연봉제 도입을 서두르겠다"며 탈퇴했고, 노조측은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번 갈등도 연장선상입니다. 큰 틀에선 하루빨리 성과주의를 도입해야한다는 사측과 절대 안된다는 노측 입장이 정면으로 배치되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겁니다.

노사 주장이 서로 다른 것은 일견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측이 노측을 상대로 노골적으로 날을 세우며 사실상 비난으로 맞대응 하는 대처는 드문 광경입니다. 강경노선과 마찰을 불사하고서라도 성과주의 도입을 밀어부치겠다는 계산이 읽힙니다. 사측의 대표자격인 하영구 회장이 총대를 매고 성과주의 확산 '선봉장'으로 나선 셈입니다.

◇ 은행권 권익대변 적극적…업권 평가 우호적

하영구 회장은 지난 2014년 12월 은행연합회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무려 14년(2001.5~2014.11) 간 한미은행장과 한국씨티은행장을 역임하면서 '직업이 은행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던 인물입니다. 새 임무를 맡게 된지 1년 6개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은행권 평가는 다소 후합니다. 회원 금융사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소임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건데, 실제로 그는 은행 '밥그릇 챙기기'에는 탁월했습니다.

우선 보험·증권가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지급결제 허용'은 지금껏 시간 끌기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2014년 말 금융위원회가 보험사에 지급결제 허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융권 화두로 떠오르자, 하 회장은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과 시중은행장 회동을 주선했습니다. 은행장들은 한 목소리로 고유 영역인 지급결제 확대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틈만 나면 수수료 자율화도 외치고 있습니다. 신년사나 기자간담회 같은 공식 채널이 열릴 때마다 "은행 수익이 급감하고 있다"며 "턱없이 낮은 각종 수수료와 프리미엄 리스크 등을 정상화해야한다"고 강조합니다.

금융당국 깜짝 발표로 업계 안팎을 놀라게했던 일임업 ISA 허용은 최대 치적(?)으로 평가 받습니다. 연초 하 회장은 은행도 투자 일임업이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줄곧 '불가' 입장이던 금융당국이 ISA에 한해 문을 열어주면서 모양새가 좋게 됐습니다.

◇ 광범위한 네트워크 '강점'…全금융권 발전 기여 기대

하영구 회장은 경기고-서울대로 이어지는 일명 '금수저' 학벌을 가지고 있습니다. 탄탄한 금융당국와 정치권 인맥은 풍부한 현장 경험과 함께 최대 강점으로 꼽힙니다. 업계 이해관계 걸릴 때마다 유리한 쪽으로 판세를 이끌 수 있는 데는 '금수저 네트워크'가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배경이야 어찌됐건 건건이 목청을 높여주는 하 회장의 활약을 은행권은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일부에서는 업계 특성과 현실을 잘 이해하고 유연한 민간출신이 더 낫다는 '선호'까지 생기고 있습니다.

전국은행연합회는 최근 30년 만에 기업이미지(CI)를 바꿨습니다. 임직원은 수차례 토론을 거쳐 '은행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가는 금융리더'라는 새로운 비전도 정했습니다.

이제 절반의 임기가 남았습니다.
새 비전처럼 하회장의 풍부한 현장경험과 네트워크로 금융권 전체의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가는 '리더'이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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