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졸업특수 사라져'…중국산 밀려오고, 스마트폰이 더 좋아
SBS Biz
입력2016.02.04 08:34
수정2016.02.04 08:34
꽃시장에 '학교졸업 대목 특수'가 사라져 화훼농가가 울상을 짓고 있다.
입춘(立春)을 하루 앞둔 3일 경남 김해시 영남화훼공판장에는 '2016년 졸업예정일'이라고 쓴 인쇄물이 곳곳에 놓여 눈길을 끌었다.
이 인쇄물에는 전국 대학과 초·중·고교 졸업 날짜가 상세하게 담겼다.
졸업 시즌 안내문으로 만든 것인데, 상인들은 이상하리만큼 관심을 두지 않았다.
상인들은 "화훼업계에서 졸업 시즌 특수는 이미 사라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공판장 경매에 올려진 꽃 물량도 3만여단으로 평상시와 큰 차이가 없었다.
◇ 생화보다 조화, 조화보다 용돈이나 스마트폰 졸업 시즌인 데도 출하 물량이 많지 않은 것은 졸업생들이 들고 사진을 찍는 생화 꽃다발이 잘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3일 경남 창원지역 한 고교 졸업식장 입구에서 판매된 꽃은 조화가 90%를 차지했다.
생화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고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조화 대부분은 중국산이다.
꽃집을 운영하는 김모(51)씨는 "금방 시들어버리는 생화보다 사탕이나 초콜릿 등으로 예쁘게 꾸민 조화가 훨씬 잘 팔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생화가 '구색'으로 전락한 것이다.
최근에는 친환경 비누에다 향기 나는 조화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소비 방식이 그만큼 빨리 변하고 있다.
졸업선물 문화도 달라졌다.
꽃보다는 용돈이나 노트북, 스마트폰 선물이 더 인기다.
◇ 생육부진·생산비 부담 화훼농가 '울상' 꽃 소비가 급감하자 화훼농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경남 김해·전북 임실과 함께 국내 3대 꽃 재배지로 꼽히는 충북 진천에서 8년째 장미농장을 운영하는 송모(35)씨는 요즘 한숨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한 달간 이어진 '가을장마'로 햇볕을 제대로 쬐지 못한 장미가 생육부진으로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지역 농가들은 생산량이 예년보다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불어닥친 한파가 더 큰 시련을 안겼다.
비닐하우스 난방에 예년보다 20%나 많은 전기료를 부담하고도 생육 적정온도를 유지할 수 없었다는 게 송씨의 설명이다.
송씨는 "작년만 하더라도 한 그루에서 3송이까지 장미를 수확했는데, 올해는 그루당 2송이 수확도 어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근 또다른 화훼농 김모(55)씨도 "장미는 섭씨 20도에서 가장 잘 자라는데, 전기료 때문에 섭씨 17도 이상 유지하기가 힘들다"며 "수지타산을 맞추려면 무작정 난방기를 돌릴수도 없지 않으냐"고 토로했다.
화훼농가 작황 부진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3일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 화훼공판장에서는 이맘때 가장 인기있는 장미(비탈)가 묶음당 8천149원에 경매됐다.
지난해 11월 5천597원보다 45.6%나 오른 것이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던 화훼농가의 일본 수출도 극심한 엔저 현상으로 지난해부터 끊어지면서 아예 꽃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도 증가하는 추세다.
경기 고양서 3천300㎡ 비닐하우스 5채에서 장미를 재배하는 정수영 고양시장미연구회장은 "엔저 현상으로 일본에 수출을 해도 전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생산 비용은 상승하고 소비는 줄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부터 난방용 면세유 공급이 중단되면서 생 비용 부담도 커지자 화훼 농사를 접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
◇ 저가 중국산 봇물…화환 재사용 '타격' 중국산 꽃 수입도 화훼농가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서 월등히 앞선 중국산 꽃 수입이 늘면서 국내 화훼농가는 점차 설 땅을 잃고 있다.
김해지역 화훼 농민 이모(49)씨는 "도매시장에서 국내산 장미 한단 값이 9천∼1만원이면 중국산은 3천∼4천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산 꽃 품질도 요즘엔 국산 못지 않다.
꽃 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서 값싼 중국산이 밀려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다.
시장 기반을 잃은 국내 화훼농가들이 재배기술을 중국에 전수해 주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3단 화환 재사용 폐단 등 화훼 업계 자정 노력도 절실하다.
꽃집 상인은 "원가가 6만원인 3단 화환을 5만∼5만5천원에 판매한다는 광고는 일부 꽃을 조화로 사용하고 재사용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박원철 영남화훼원예농협 과장은 "국내 생산과 소비시장 왜곡은 결국 국내 화훼산업 붕괴로 이어진다"며 "경쟁력을 갖춘 생산과 바람직한 소비문화 회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입춘(立春)을 하루 앞둔 3일 경남 김해시 영남화훼공판장에는 '2016년 졸업예정일'이라고 쓴 인쇄물이 곳곳에 놓여 눈길을 끌었다.
이 인쇄물에는 전국 대학과 초·중·고교 졸업 날짜가 상세하게 담겼다.
졸업 시즌 안내문으로 만든 것인데, 상인들은 이상하리만큼 관심을 두지 않았다.
상인들은 "화훼업계에서 졸업 시즌 특수는 이미 사라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공판장 경매에 올려진 꽃 물량도 3만여단으로 평상시와 큰 차이가 없었다.
◇ 생화보다 조화, 조화보다 용돈이나 스마트폰 졸업 시즌인 데도 출하 물량이 많지 않은 것은 졸업생들이 들고 사진을 찍는 생화 꽃다발이 잘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3일 경남 창원지역 한 고교 졸업식장 입구에서 판매된 꽃은 조화가 90%를 차지했다.
생화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고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조화 대부분은 중국산이다.
꽃집을 운영하는 김모(51)씨는 "금방 시들어버리는 생화보다 사탕이나 초콜릿 등으로 예쁘게 꾸민 조화가 훨씬 잘 팔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생화가 '구색'으로 전락한 것이다.
최근에는 친환경 비누에다 향기 나는 조화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소비 방식이 그만큼 빨리 변하고 있다.
졸업선물 문화도 달라졌다.
꽃보다는 용돈이나 노트북, 스마트폰 선물이 더 인기다.
◇ 생육부진·생산비 부담 화훼농가 '울상' 꽃 소비가 급감하자 화훼농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경남 김해·전북 임실과 함께 국내 3대 꽃 재배지로 꼽히는 충북 진천에서 8년째 장미농장을 운영하는 송모(35)씨는 요즘 한숨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한 달간 이어진 '가을장마'로 햇볕을 제대로 쬐지 못한 장미가 생육부진으로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지역 농가들은 생산량이 예년보다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불어닥친 한파가 더 큰 시련을 안겼다.
비닐하우스 난방에 예년보다 20%나 많은 전기료를 부담하고도 생육 적정온도를 유지할 수 없었다는 게 송씨의 설명이다.
송씨는 "작년만 하더라도 한 그루에서 3송이까지 장미를 수확했는데, 올해는 그루당 2송이 수확도 어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근 또다른 화훼농 김모(55)씨도 "장미는 섭씨 20도에서 가장 잘 자라는데, 전기료 때문에 섭씨 17도 이상 유지하기가 힘들다"며 "수지타산을 맞추려면 무작정 난방기를 돌릴수도 없지 않으냐"고 토로했다.
화훼농가 작황 부진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3일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 화훼공판장에서는 이맘때 가장 인기있는 장미(비탈)가 묶음당 8천149원에 경매됐다.
지난해 11월 5천597원보다 45.6%나 오른 것이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던 화훼농가의 일본 수출도 극심한 엔저 현상으로 지난해부터 끊어지면서 아예 꽃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도 증가하는 추세다.
경기 고양서 3천300㎡ 비닐하우스 5채에서 장미를 재배하는 정수영 고양시장미연구회장은 "엔저 현상으로 일본에 수출을 해도 전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생산 비용은 상승하고 소비는 줄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부터 난방용 면세유 공급이 중단되면서 생 비용 부담도 커지자 화훼 농사를 접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
◇ 저가 중국산 봇물…화환 재사용 '타격' 중국산 꽃 수입도 화훼농가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서 월등히 앞선 중국산 꽃 수입이 늘면서 국내 화훼농가는 점차 설 땅을 잃고 있다.
김해지역 화훼 농민 이모(49)씨는 "도매시장에서 국내산 장미 한단 값이 9천∼1만원이면 중국산은 3천∼4천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산 꽃 품질도 요즘엔 국산 못지 않다.
꽃 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서 값싼 중국산이 밀려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다.
시장 기반을 잃은 국내 화훼농가들이 재배기술을 중국에 전수해 주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3단 화환 재사용 폐단 등 화훼 업계 자정 노력도 절실하다.
꽃집 상인은 "원가가 6만원인 3단 화환을 5만∼5만5천원에 판매한다는 광고는 일부 꽃을 조화로 사용하고 재사용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박원철 영남화훼원예농협 과장은 "국내 생산과 소비시장 왜곡은 결국 국내 화훼산업 붕괴로 이어진다"며 "경쟁력을 갖춘 생산과 바람직한 소비문화 회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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