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강의] 공자가 말하는 인생의 가르침
SBS Biz
입력2015.12.28 14:41
수정2015.12.28 14:41
■ 인문학 특강 시즌4 '세계사를 통해 본 한국인' - 김동길 교수
CHAPTER 2. 공자가 말하는 인생이란?
공자님이 가르친 것이 우리에게 지대한 영향이 있습니다. 옛날에 우리 조상, 선비들이요. 산동성(山東省) 공자님이 태어나신 곡부가 있는 그 쪽을 향해서 발을 뻗지 않고 잤다잖아요. 그건 실례라 그 말이에요. 그런 어른이 태어나신데 발을 뻗고 자면 그게 실례 아니냐, 그런 사람들이 우리 조상들이었어요. 거기에 잘못도 있었다. 그렇지만 잘못만이 아니에요. 중국을 존중하는 것이 중국에 공자님이 태어났기 때문이에요. 공자님이 얼마나 훌륭한 분이에요. 여러분도 인생을 살면서 인생의 계단, 그런 게 있잖아요. 나이에 따라서 뭐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공자님이 우리한테 가르쳤어요.
당신을 놓고 십오이지우학(十五而志于學), '나 열하고 다섯에 배우는 일에 뜻을 두었고' 이게 무슨 말인가, 제자들이 물었어요. '선생님 너무 공부를 늦게 시작한 거 아닙니까, 열 다섯이 뭡니까?' 초등학교 들어가는 나이가 7살 8살인데, 제자가 물었더라고요. '선생님 왜 이렇게 늦으셨습니까?' 공자님 대답이 '내가 집이 너무 가난해서 공부할 틈이 없어서, 내가 이일 저 일 하면서 사는데 보탬이 되는 일을 했다. 그래서 내가 잔재주가 많아' 그러니까 손재주도 좋으셨나봐요. 그러나 그이는 열하고 다섯이 돼서야, 십오이지우학, 열하고 다섯이 돼서 배우는 일에 뜻을 두었다. 그 공자님이에요.
그리고서 15년 동안이라는 긴 세월 수양의 길을 정진해서 삼십이 됐어요. 삼십이립(三十而立) , 공자님이 우리 가르쳐주신 말씀이에요. 나이 삼십이 돼서는 立, '설 입'자예요. 내 입장이 뚜렷한 사람이 됐느니라. 의견이 있어야 돼요. 한국인의 약점이 어디에 있는가 하면요. 생각이 없기 때문에 의견이 없어요. 옥스퍼드 대학을 여러 해 전에 구경갔던 적이 있어요. 갔더니 그 안내하는 사람이 방을 가리키면서 이 방은 '이 강의실은 이게 토론장입니다.
영국의 유명한 옥스퍼드 출신의 정치인들이 여기서 토론하는 걸 배웠습니다'하는거예요. 왜 토론을 합니까? 자기 의견이 있어야 토론이 되죠. 의견도 없는 사람이 무슨 토론을 합니까? 그러니까 생각이 있어야 돼요. 그 영향이, 공자님 영향이 크다는 거예요. 다 그래도 30되면 ‘야 이제 사람 구실해야지?’ 이렇게 말하잖아요. 삼십이 그런 나이예요.
공자님이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 ,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사십이 되어서는 불혹, 혹은 유혹, 그런 말이니까 유혹에 빠지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훌륭하시잖아요. 사십이 되어서 벌써 어떤 경지에 가신 어른이 공자님이에요. 사십이불혹. 젊어서는, 20대, 30대에 더러 허랑방탕한 삶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마흔이 되어서 마음을 바로 잡으면 올바른 인생을 살 수 있다, 그게 공자님의 가르침이에요. 젊어서 좀 허랑방탕한 일이 있었어도 한 마흔이 되면은 자리를 잡고 마음을 가다듬고 살아야지요, 중요한 가르침이예요.
한국인이 그 영향을 많이 받았죠. 사십이불혹. 사십이 되면은 젊어서 좀 안 좋게 살던 사람도 딱 정신을 차려야 한다, 사람구실 해야한다, 그런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사십이라는 나이는 중요한 거죠. 미국의 유명한 대통령인 링컨이 ‘사람이 사십이 넘으면 제 얼굴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돼’ 그게 링컨이 한 유명한 말이에요. 여러분 사십 되고 거울보세요. 이 얼굴이면 되겠는가.
공자님이 순서를 얘기 하시다가 오십, 오십이지천명(五十而知天命) . 물론 뭐 요새는 오래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나 같은 사람도요, 지팡이 짚고 다니기는 하지만 여든여덟이에요. 그렇게 놀랄 건 없어요, 다 살다보면 그렇게 되는 거니까. 여든 여덟이에요. 나도요 예전에 머리도 까맣고요, 괜찮았어요. 층계를 두 개 세 개 껑충껑충 뛰어가고요, 내려올 때도 껑충껑충 몇 계단씩 뛰어서 내려오고 그랬죠. 지금처럼 지팡이 짚고 조심스럽게 하나씩, 하나씩, 그런 세상 산지 얼마 안됐어요. 사람이 그렇게 되는 거예요. 슬슬 끝내겠지만, 아니 강의는 이제 시간대로 하지만 내 인생의 무대에서 슬슬 사라질 거예요. 그렇지만 젊은 사람이 다 그렇게 되는 거예요, 젊음이 늘 갈 줄 아세요? 공자님의 이 시간, 나이 나누는 걸 가만 생각하면서 거기서 지혜를 얻으세요.
세월이 가는 것도 내가 또 일러 줄 필요가 있어요. 인생에 도요, 사계절이 있어요. 봄도 있고 여름도 있고 가을도 있고 겨울도 있고, 그런 게 인생이에요. 지금 겨울이 왔죠? 전에는 가을이었어요, 가을. 좀 쓸쓸했지 않아요? 쓸쓸한 사람 없었어요? 가을에는 쓸쓸하죠, 시인만이 쓸쓸합니까? 다 쓸쓸하죠. 농경사회는 추수 때라 기다리는지 모르지만은 이게 지금 산업사회는요, 가을에 처량합니다. 박목월이 저 내가 어느 시인한테 들은 말인데 제주도에서 옛날에, 세상 떠난 지도 오래 됐으니까, 애인과 이별했대요. 내용은 몰라요, 남의 내용을 알아서 뭐하겠어. 그 이별 하고 오면서요, 그 시를 읊은 거예요.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이 노래 2절에 ‘한낮이 지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그게 2절이에요. 3절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 두고 홀로 울리라’ 이게 가을의 노래입니다. 처량해요, 가을이. 그런데 1절 부르고 2절 부르고 3절 부르고, 매번 되풀이 해야하는 후렴은 긴긴 탄식으로 시작합니다. ‘아아 아아’, 탄식 아니에요? 한 번으로 끝나요? 또 한 번 ‘아아’ 그러고 나서 결론은 짧은 한마디,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가을이에요, 가을인생, 가을. 그게요, 사십에 시작됩니다, 가을이.
오십지천명, 무슨 뜻이에요. 공자님이 ‘야, 너희 인생에 가을이 왔는데 정신 차려’ 그런 거예요. 사십이 불혹인 인생이 십 년을 마음을 가다듬어서 오십이지천명, 오십이 되었으니 이제는 하늘의 명령을 헤아려라. 하늘의 명령이 아무에게나 들립니까? 생각이 있어서 귀를 기울여야 들리지요. 그 하늘의 명령이 간단하게 한마디예요. 오십의 언덕에 가을철에 접어든 사람을 향해서 하늘이 ‘내가 너를 불러갈 날이 얼마 멀지 않았으니 준비하도록 하여라’ 끝. 설명도 없어요. 그걸 내가 겪어서 아는 거예요.
육십이면 이제 겨울철에 접어들어요. 육십이면 겨울입니다. 육십이이순(六十而耳順) . 난 나이 육십이 되어서는 이 耳는 '귀 이'자예요. 順은 '순정 할 순'자예요.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도 알고 남의 뜻에 순종할 줄도 아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이런 그런 시대를 바라봐야 될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 공자님이 영향이 큰 거예요, 여러분들에게. 그런 걸 알려 주신 거예요.
그러면 마지막 한 구절이 뭐냐 하면요, 공자님은 칠십이종심소욕(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불유구예요. 나이 칠십이 되어서는 종심소욕, 마음이 원하는 대로 행동해도 불유구,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일이 없다. 공자님 멋있어요. 칠십 2~3세까지 사셨어요. 칠십이 되니까 그게 무슨 뜻인지 아세요? '칠십이 되어서는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라는 뜻의 배후에는 젊어서는 이렇게 하고 싶은데 마음에는 자꾸 하고 싶은데 ‘그래선 안 되지’, 그래서 안 한 일이 많단 말이에요.
여러분도 이제 살면서 반성해보세요. 제대로 우리의 인생길을 간 사람은 무슨 유혹이 있거나 그런 걸 다 물리치고 하고 싶은 일 있어도 참고 견디는 거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 이 자리에 없어요. 사람이 그런 겁니다. 절제할 줄도 알고 이래야 되는데 칠십이 되니까 공자님 말씀이 법의 어긋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한다, 그거 아주 속이 시원해져요. 그렇구나, 공자님도 그렇구나. 얼마나 우리에게 많은 위로가 됩니까? 세월이요, 빨리 가요. 그러니까 뭐 봄만 좋은 거 아니잖아요.
봄에는 얼어붙은 대지를 헤치고 꽃이 피어나요, 좋은 계절이지요. 죽었던 것 같은 나뭇가지에 새싹이 움터요, 좋은 계절이죠. 여름도 좋아요. 옛날 노래에 ‘녹음방초(綠陰芳草)가 승화시(勝花時)라. '녹음이 우거지고 풀의 향긋한 냄새가 감도는 여름 한철이 어쩌면 꽃피는 계절보다 못하지 않다' 여름도 좋아요. 근데 이 봄, 여름은 시간이 더디 갑니다. 내가 경험을 여러분에게 말씀드리는 거예요. 그거 어떻게 더디 가냐하면요. 음악의 용어라 하자면 인생의 봄, 여름은 아다지오(adagio) 로 갑니다, 천천히 가요.
그러다가 사십이 되면 달라져요. 그때부터는 갑자기 속도가 붙어. 사십 그러면, 내가 느낀 대로 말씀 드릴게. 마흔, 그러고 목욕탕에서 노인들이 마흔, 마흔 하나, 그렇게 세월이 가는 거 아닙니다. 잘 들어 보세요. 마흔! 그러면요, 그때부터 마흔? 만하나만둘만셋(빠르게) 이렇게 가요. 그렇게 가서 오십이에요. 경험을 얘기하는, 딱 공자님한테 배운 거예요, 이게. 그렇게 세월이 빨리 가요. 그러다 오십이에요. 50에서 60 사이도 내가 살아봤을 것 아닙니까? 순서대로 안가요. 빨리 가거나 순서대로 아니에요. 50! 이듬해 55! 이듬해 55, 6, 7, 8이 어디 있어요, 50, 55, 60! 회갑 됐어요. 그걸 겪으면서 깨달은 거예요. 그러게 내가 여러분에게 한마디 해줄 자격은 있어요.
여러분, 손기정 선수는요. 베를린 마라톤에서 우승했잖아요. 근데 말년에 연세가 많이 들어서, 아마 90 다 됐을 땐가? 우리 집에 한 번 오셨어요, 저녁에. 근데 이층 계단으로 못 올라가시더라고요. 힘들어 하시더라고요. 마라톤을 42km 195m를 뭐 두 시간 이십 몇 분인가(손기정 선수 기록 : 2시간 29분 19초 2) 달린 그 다리가 말이에요, 나이 드니까 어쩔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괜히 ‘아이고, 왜 이렇게 됐어?’, ‘뭐 이렇게 돼요, 그런 거지 인생이’ 그걸 알고 지내자는 말이예요.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 김동길 교수 <세계사를 통해 본 한국인> 풀영상 보기
CHAPTER 2. 공자가 말하는 인생이란?
공자님이 가르친 것이 우리에게 지대한 영향이 있습니다. 옛날에 우리 조상, 선비들이요. 산동성(山東省) 공자님이 태어나신 곡부가 있는 그 쪽을 향해서 발을 뻗지 않고 잤다잖아요. 그건 실례라 그 말이에요. 그런 어른이 태어나신데 발을 뻗고 자면 그게 실례 아니냐, 그런 사람들이 우리 조상들이었어요. 거기에 잘못도 있었다. 그렇지만 잘못만이 아니에요. 중국을 존중하는 것이 중국에 공자님이 태어났기 때문이에요. 공자님이 얼마나 훌륭한 분이에요. 여러분도 인생을 살면서 인생의 계단, 그런 게 있잖아요. 나이에 따라서 뭐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공자님이 우리한테 가르쳤어요.
당신을 놓고 십오이지우학(十五而志于學), '나 열하고 다섯에 배우는 일에 뜻을 두었고' 이게 무슨 말인가, 제자들이 물었어요. '선생님 너무 공부를 늦게 시작한 거 아닙니까, 열 다섯이 뭡니까?' 초등학교 들어가는 나이가 7살 8살인데, 제자가 물었더라고요. '선생님 왜 이렇게 늦으셨습니까?' 공자님 대답이 '내가 집이 너무 가난해서 공부할 틈이 없어서, 내가 이일 저 일 하면서 사는데 보탬이 되는 일을 했다. 그래서 내가 잔재주가 많아' 그러니까 손재주도 좋으셨나봐요. 그러나 그이는 열하고 다섯이 돼서야, 십오이지우학, 열하고 다섯이 돼서 배우는 일에 뜻을 두었다. 그 공자님이에요.
그리고서 15년 동안이라는 긴 세월 수양의 길을 정진해서 삼십이 됐어요. 삼십이립(三十而立) , 공자님이 우리 가르쳐주신 말씀이에요. 나이 삼십이 돼서는 立, '설 입'자예요. 내 입장이 뚜렷한 사람이 됐느니라. 의견이 있어야 돼요. 한국인의 약점이 어디에 있는가 하면요. 생각이 없기 때문에 의견이 없어요. 옥스퍼드 대학을 여러 해 전에 구경갔던 적이 있어요. 갔더니 그 안내하는 사람이 방을 가리키면서 이 방은 '이 강의실은 이게 토론장입니다.
영국의 유명한 옥스퍼드 출신의 정치인들이 여기서 토론하는 걸 배웠습니다'하는거예요. 왜 토론을 합니까? 자기 의견이 있어야 토론이 되죠. 의견도 없는 사람이 무슨 토론을 합니까? 그러니까 생각이 있어야 돼요. 그 영향이, 공자님 영향이 크다는 거예요. 다 그래도 30되면 ‘야 이제 사람 구실해야지?’ 이렇게 말하잖아요. 삼십이 그런 나이예요.
공자님이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 ,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사십이 되어서는 불혹, 혹은 유혹, 그런 말이니까 유혹에 빠지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훌륭하시잖아요. 사십이 되어서 벌써 어떤 경지에 가신 어른이 공자님이에요. 사십이불혹. 젊어서는, 20대, 30대에 더러 허랑방탕한 삶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마흔이 되어서 마음을 바로 잡으면 올바른 인생을 살 수 있다, 그게 공자님의 가르침이에요. 젊어서 좀 허랑방탕한 일이 있었어도 한 마흔이 되면은 자리를 잡고 마음을 가다듬고 살아야지요, 중요한 가르침이예요.
한국인이 그 영향을 많이 받았죠. 사십이불혹. 사십이 되면은 젊어서 좀 안 좋게 살던 사람도 딱 정신을 차려야 한다, 사람구실 해야한다, 그런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사십이라는 나이는 중요한 거죠. 미국의 유명한 대통령인 링컨이 ‘사람이 사십이 넘으면 제 얼굴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돼’ 그게 링컨이 한 유명한 말이에요. 여러분 사십 되고 거울보세요. 이 얼굴이면 되겠는가.
공자님이 순서를 얘기 하시다가 오십, 오십이지천명(五十而知天命) . 물론 뭐 요새는 오래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나 같은 사람도요, 지팡이 짚고 다니기는 하지만 여든여덟이에요. 그렇게 놀랄 건 없어요, 다 살다보면 그렇게 되는 거니까. 여든 여덟이에요. 나도요 예전에 머리도 까맣고요, 괜찮았어요. 층계를 두 개 세 개 껑충껑충 뛰어가고요, 내려올 때도 껑충껑충 몇 계단씩 뛰어서 내려오고 그랬죠. 지금처럼 지팡이 짚고 조심스럽게 하나씩, 하나씩, 그런 세상 산지 얼마 안됐어요. 사람이 그렇게 되는 거예요. 슬슬 끝내겠지만, 아니 강의는 이제 시간대로 하지만 내 인생의 무대에서 슬슬 사라질 거예요. 그렇지만 젊은 사람이 다 그렇게 되는 거예요, 젊음이 늘 갈 줄 아세요? 공자님의 이 시간, 나이 나누는 걸 가만 생각하면서 거기서 지혜를 얻으세요.
세월이 가는 것도 내가 또 일러 줄 필요가 있어요. 인생에 도요, 사계절이 있어요. 봄도 있고 여름도 있고 가을도 있고 겨울도 있고, 그런 게 인생이에요. 지금 겨울이 왔죠? 전에는 가을이었어요, 가을. 좀 쓸쓸했지 않아요? 쓸쓸한 사람 없었어요? 가을에는 쓸쓸하죠, 시인만이 쓸쓸합니까? 다 쓸쓸하죠. 농경사회는 추수 때라 기다리는지 모르지만은 이게 지금 산업사회는요, 가을에 처량합니다. 박목월이 저 내가 어느 시인한테 들은 말인데 제주도에서 옛날에, 세상 떠난 지도 오래 됐으니까, 애인과 이별했대요. 내용은 몰라요, 남의 내용을 알아서 뭐하겠어. 그 이별 하고 오면서요, 그 시를 읊은 거예요.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이 노래 2절에 ‘한낮이 지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그게 2절이에요. 3절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 두고 홀로 울리라’ 이게 가을의 노래입니다. 처량해요, 가을이. 그런데 1절 부르고 2절 부르고 3절 부르고, 매번 되풀이 해야하는 후렴은 긴긴 탄식으로 시작합니다. ‘아아 아아’, 탄식 아니에요? 한 번으로 끝나요? 또 한 번 ‘아아’ 그러고 나서 결론은 짧은 한마디,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가을이에요, 가을인생, 가을. 그게요, 사십에 시작됩니다, 가을이.
오십지천명, 무슨 뜻이에요. 공자님이 ‘야, 너희 인생에 가을이 왔는데 정신 차려’ 그런 거예요. 사십이 불혹인 인생이 십 년을 마음을 가다듬어서 오십이지천명, 오십이 되었으니 이제는 하늘의 명령을 헤아려라. 하늘의 명령이 아무에게나 들립니까? 생각이 있어서 귀를 기울여야 들리지요. 그 하늘의 명령이 간단하게 한마디예요. 오십의 언덕에 가을철에 접어든 사람을 향해서 하늘이 ‘내가 너를 불러갈 날이 얼마 멀지 않았으니 준비하도록 하여라’ 끝. 설명도 없어요. 그걸 내가 겪어서 아는 거예요.
육십이면 이제 겨울철에 접어들어요. 육십이면 겨울입니다. 육십이이순(六十而耳順) . 난 나이 육십이 되어서는 이 耳는 '귀 이'자예요. 順은 '순정 할 순'자예요.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도 알고 남의 뜻에 순종할 줄도 아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이런 그런 시대를 바라봐야 될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 공자님이 영향이 큰 거예요, 여러분들에게. 그런 걸 알려 주신 거예요.
그러면 마지막 한 구절이 뭐냐 하면요, 공자님은 칠십이종심소욕(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불유구예요. 나이 칠십이 되어서는 종심소욕, 마음이 원하는 대로 행동해도 불유구,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일이 없다. 공자님 멋있어요. 칠십 2~3세까지 사셨어요. 칠십이 되니까 그게 무슨 뜻인지 아세요? '칠십이 되어서는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라는 뜻의 배후에는 젊어서는 이렇게 하고 싶은데 마음에는 자꾸 하고 싶은데 ‘그래선 안 되지’, 그래서 안 한 일이 많단 말이에요.
여러분도 이제 살면서 반성해보세요. 제대로 우리의 인생길을 간 사람은 무슨 유혹이 있거나 그런 걸 다 물리치고 하고 싶은 일 있어도 참고 견디는 거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 이 자리에 없어요. 사람이 그런 겁니다. 절제할 줄도 알고 이래야 되는데 칠십이 되니까 공자님 말씀이 법의 어긋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한다, 그거 아주 속이 시원해져요. 그렇구나, 공자님도 그렇구나. 얼마나 우리에게 많은 위로가 됩니까? 세월이요, 빨리 가요. 그러니까 뭐 봄만 좋은 거 아니잖아요.
봄에는 얼어붙은 대지를 헤치고 꽃이 피어나요, 좋은 계절이지요. 죽었던 것 같은 나뭇가지에 새싹이 움터요, 좋은 계절이죠. 여름도 좋아요. 옛날 노래에 ‘녹음방초(綠陰芳草)가 승화시(勝花時)라. '녹음이 우거지고 풀의 향긋한 냄새가 감도는 여름 한철이 어쩌면 꽃피는 계절보다 못하지 않다' 여름도 좋아요. 근데 이 봄, 여름은 시간이 더디 갑니다. 내가 경험을 여러분에게 말씀드리는 거예요. 그거 어떻게 더디 가냐하면요. 음악의 용어라 하자면 인생의 봄, 여름은 아다지오(adagio) 로 갑니다, 천천히 가요.
그러다가 사십이 되면 달라져요. 그때부터는 갑자기 속도가 붙어. 사십 그러면, 내가 느낀 대로 말씀 드릴게. 마흔, 그러고 목욕탕에서 노인들이 마흔, 마흔 하나, 그렇게 세월이 가는 거 아닙니다. 잘 들어 보세요. 마흔! 그러면요, 그때부터 마흔? 만하나만둘만셋(빠르게) 이렇게 가요. 그렇게 가서 오십이에요. 경험을 얘기하는, 딱 공자님한테 배운 거예요, 이게. 그렇게 세월이 빨리 가요. 그러다 오십이에요. 50에서 60 사이도 내가 살아봤을 것 아닙니까? 순서대로 안가요. 빨리 가거나 순서대로 아니에요. 50! 이듬해 55! 이듬해 55, 6, 7, 8이 어디 있어요, 50, 55, 60! 회갑 됐어요. 그걸 겪으면서 깨달은 거예요. 그러게 내가 여러분에게 한마디 해줄 자격은 있어요.
여러분, 손기정 선수는요. 베를린 마라톤에서 우승했잖아요. 근데 말년에 연세가 많이 들어서, 아마 90 다 됐을 땐가? 우리 집에 한 번 오셨어요, 저녁에. 근데 이층 계단으로 못 올라가시더라고요. 힘들어 하시더라고요. 마라톤을 42km 195m를 뭐 두 시간 이십 몇 분인가(손기정 선수 기록 : 2시간 29분 19초 2) 달린 그 다리가 말이에요, 나이 드니까 어쩔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괜히 ‘아이고, 왜 이렇게 됐어?’, ‘뭐 이렇게 돼요, 그런 거지 인생이’ 그걸 알고 지내자는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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