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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기자 취재파일] 육아휴직 업무공백 못 메우는 공공기관 속사정은?

SBS Biz 조슬기
입력2015.12.24 12:00
수정2015.12.24 12:00

■ 김선경의 민생경제 시시각각

<앵커>


육아휴직 한 번 쓰려면 이런저런 눈치를 봐야 하는 민간 기업들과 달리, 공공기관의 육아휴직 제도는 비교적 잘 정착된 편입니다.

보통 육아휴직으로 생긴 빈자리는 대체인력으로 채우게 되어 있는데요.

그런데 이 대체인력 채용에 소극적인 공공기관들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취재기자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조슬기 기자?

<기자>
네, 조슬기입니다.

<앵커>
육아휴직으로 발생한 업무 공백을 메울 대체인력을 뽑는데, 공공기관들이 특히 소극적인 모습이라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공기관 144곳의 대체인력 채용 현황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는데요.

대체인력 채용비율이 0%, 단 1명도 뽑지 않은 공공기관이 55곳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대체인력 채용비율이 25% 미만인 공공기관은 35곳, 50% 미만인 공공기관도 23곳에 달했습니다.

육아 휴직자 전원을 대체인력으로 채용한 기관은 단 4곳에 불과했습니다.

<앵커>
말씀대로라면, 공공기관 3곳 중 1곳은 육아휴직 대체인력을 아예 뽑지 않은 거네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겁니까?

<기자>
바로 대체인력 채용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대체인력 채용과 관련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지표가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지 직접 찾아봤는데요.

육아휴직에 따른 대체인력을 채용하면 노동생산성과 업무효율이 낮아지도록 설계되어 있어 대체인력 채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그 말씀은 육아 휴직자들을 대신할 대체인력 확보를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 이런 얘기인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대체인력을 채용하면 공공기관 총원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와 주요경영평가지표인 노동생산성과 사업수행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대체인력이 공공기관 임직원 수에 포함돼 1인당 영업수익을 저하시킨다는 설명입니다.

공공기관들은 이런 이유로 별도의 인력 충원 없이 부서 내에서 일을 해결하거나 배치전환 등을 통해 업무 공백을 메우고 있는 실정입니다.

<앵커>
대체인력, 뽑고 싶어도 뽑지 못하는 이런 속사정이 있었군요.

그런데, 막상 뽑힌 대체인력들이 역할 수행에 한계를 보이는 점도 채용 부진의 이유라고요?

<기자>
네, 맞습니다.

임시인력으로 뽑은 대체인력이 휴직한 기존 직원만큼 전문성을 발휘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무엇보다 근로계약 기간이 육아휴직 기간 이내일 수밖에 없어 업무 공백을 메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또, 공공기관 인력 운영이 장기적인 인력운영계획하에 종합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육아휴직 대체인력 채용 문제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현재의 미비한 규정들도 대체인력 채용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라던데, 이건 무슨 얘기죠?

<기자>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에 따른 대체인력 선발과 채용 절차 등의 지침조차 마련하지 않은 공공기관이 태반이기 때문입니다.

대체인력제도와 관련한 정부 지침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보충 규정을 만들지 않았거나 지침에 위배된 규정을 넣어 놓은 공공기관이 상당수 확인됐는데요.

이번 조사대상 공공기관의 절반가량인 65곳이 휴직자 결원에 따른 보충 규정을 아예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휴직자 발생에 따른 결원보충 규정을 명시해 대체인력 확보 근거를 명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결국 이렇게 되면 남은 사람들의 업무만 더 늘어가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육아휴직으로 결원이 발생해도 업무 공백을 메울 수 없다 보니 직원들의 업무량이 늘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상당수 공공기관들이 미비한 대체인력 관련 규정으로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일선 직원들이 육아휴직에 따른 대체인력 수급을 요청해도 불리한 경영평가를 감수하면서까지 인력 충원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게 공공기관 인사담당자들의 반응입니다.

<앵커>
정부가 이런 상황을 모를 리는 없을 것 같은데요.

특별한 대책은 없는 건가요?

<기자>
네, 여성이 많은 공공기관은 육아휴직에 따른 대체인력을 뽑아야 하는 수요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력 충원은 여전히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기획재정부 조사 결과, 공공기관 직원 중 육아 휴직자는 지난해 5,183명이었지만 이 중 58.8%인 3,048명만 대체인력이 채용됐습니다.

육아 휴직자의 빈 자리를 대체 인력으로 채웠을 때 해당 공공기관은 인건비 초과로 기관 평가에서 감점을 받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육아휴직 대체인력 충원으로 인건비가 일시적으로 늘어나도 경영평가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경영평가지표를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육아휴직 사전예고제 등을 통해 예측가능한 인사운영 지침을 마련하고요.

대체인력 채용 관련 규정을 명확히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앵커>
육아휴직 제도, 불이익을 우려해서 주저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뒤늦게나마 바로잡은 건 분명 잘한 일입니다.

하지만 매년 정부에서 정하는 총 인건비 한도에 맞춰 인력을 뽑고, 예산을 초과하면 자체 예산으로 충원해야 하는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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