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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한탄한 美총기실태 보니…'하루 1건씩 난사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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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15.08.03 10:03
수정2015.08.03 10:03

흑인교회에서부터 해군시설, 영화관에 이르기까지 요즘 미국에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끔찍한 총기 사건이 보도되고 있다.

심지어 지난달 30일(현지시간)에는 7살 어린이가 놀다가 권총을 발사해 3살 아이가 숨지는 비극이 벌어져 총기 논란에 더욱 불을 지폈다.

오죽하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총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우리의 상황 때문에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며 총기 규제 실패를 임기 중 가장 아쉬운 일로 꼽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에서 총기 문제는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2일(현지시간) 미국 웹사이트 '총기난사 추적자'(Mass Shootings Tracker)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총 212일 동안 210건의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하루 0.99건, 즉 평균적으로 매일 한 건씩 총기난사가 벌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워싱턴포스트(WP)가 이 사이트 통계를 날짜별로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총기난사 사건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주(週)는 아직 없었다.

매주 미국 내 어디선가 여러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는 것이다.

가장 오랫동안 총기난사가 발생하지 않았던 기간도 지난 4월8일(수요일)부터 4월15일(수요일)까지로 8일 연속에 불과하다.

하루 한 건 이상 복수의 총기난사가 벌어진 날은 무려 48일에 이르렀고, 심지어 5건이 발생한 날도 사흘이나 됐다.

이와 같은 통계는 총기난사를 '총격으로 3명 이상이 살해된 사건'으로 정의한 미 연방정부의 기준보다 '총격으로 4명 이상이 다친 사건'이라는 이 사이트의 기준이 더 낮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 기준을 적용하면 범인을 제외하고 2명이 숨진 지난달 23일 미 루이지애나 주 라파예트의 영화관 총격사건조차 총기난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사이트처럼 광범위한 사건을 두루 살펴보는 게 타당하다고 WP는 평가했다.

범위를 좁혀서 보더라도 미국의 총기범죄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WP가 미 연방수사국(FBI)의 2000∼2013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0∼2006년 사이 연평균 6.4건이었던 '적극적 총격' 사건은 이후 7년간(2007∼2013년) 16.4건으로 한해 평균 10건이나 급증했다.

'적극적 총격'이란 사람이 많은 좁은 곳에서 한 개인이 총격을 가해 다수를 살해하려는 시도를 뜻하는 범죄 수사 용어다.

더욱 심각한 실태는 미국에서 갈수록 더 많은 총이 제작·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총기 규제에 가장 적극적인 오바마 정부 들어서 아이러니하게도 총기 제조가 두 배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회전문지 더힐은 최근 미 재무부 산하 연방 알코올·담배·무기단속국(ATF) 자료를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 취임 전년도에 미국에서 만들어진 총기는 모두 450만정이었으나, 2013년에는 1천80만정이 제작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2년에 비해서도 140% 급증한 수치다.

총기 제조가 늘어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총기 구매와 거래에 관한 규제법안을 추진하면서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구입하려는 미국인들의 주문이 몰렸기 때문이라고 더힐은 분석했다.

이에 에릭 프랫 미국총기소유자협회(GOA)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10년간 가장 뛰어난 총기 판매상'(Gun Salesman of the Decade)이 될 자격이 있다"고 비꼬기도 했다.

끔찍한 총기 사건이 빈발할수록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나도 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이 많다는 점도 이런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지난해 11월 조사결과를 보면 '총을 소유할 권리가 있다'는 응답자가 52%로 '총기 소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응답자(46%)보다 많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총기가 자기방어보다는 살인과 폭력에 훨씬 더 많이 사용된다는 게 문제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폭력정책센터(VPC)가 지난달 발표한 총기사용 현황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정당방위 성격의 총기 살인은 1천108건에 그친 반면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은 일반 흉악범죄 성격의 총기 살인은 4만2천419건에 달했다.

또 미국 최대의 로비단체로 꼽히는 미국총기협회(NRA)의 강력한 로비력으로 번번이 총기 규제안이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게 미국을 오늘과 같은 '총의 나라'로 만든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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