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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떠나는 PD들…"고정관념 탈피·중국시장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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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15.06.18 09:24
수정2015.06.18 09:24

지상파 방송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

시청률 하락에다 광고가 줄어드는데 이어, 이제는 전문 인력까지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수십 년 언론계 최고의 직장으로 꼽혀온 KBS, MBC, SBS에서 PD들이 잇따라 떠나고 있다.

TV PD들도 의사, 판사, 변호사처럼 전문직이고, 그중에서도 지상파 3사 PD는 되기도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는 제목의 드라마 '프로듀사'가 등장할 정도로 언론계에서는 방송 3사 PD가 선망의 직업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들어간 방송사에 사표를 던지고 나와 케이블 채널이나 연예 기획사로 이직하거나 아예 프리랜서를 선언하는 PD들이 줄을 잇고 있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현상이다.

◇ 중국 시장을 노린다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SM C&C는 17일 KBS 예능국 출신 이예지 PD를 영입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SM C&C는 그러면서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콘텐츠 비즈니스를 확대 전개한다"고 밝혔다.

이예지 PD는 KBS에서 '안녕하세요' '달빛프린스' '우리동네 예체능' '두근두근 인도' 등을 연출했다.

SM C&C는 "많은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기획능력과 역량을 인정받은 바 있는 이예지 PD를 중심으로 콘텐츠 기획실을 신설해 글로벌, 뉴미디어 시대에 발맞춰 중국 및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장르와 포맷의 영상 콘텐츠 콘텐츠를 개발 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 치 앞을 알 수도 없는 중국 시장이지만, 어디와도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시장이자 무궁한 잠재력을 평가받는 중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포부다.

SM C&C의 정창환 대표는 "콘텐츠 기획실에서는 중국 및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 방송용 콘텐츠는 물론, 다양한 형태의 뉴미디어 콘텐츠까지 포괄적으로 기획할 예정"이라며 "올 하반기부터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 및 드라마 등의 영상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에는 MBC 예능국 간판 PD이자 '쌀집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대중에도 친숙한 김영희 PD가 MBC를 떠났다.

그 역시 중국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1986년 MBC에 입사해 '이경규의 몰래 카메라'와 '양심 냉장고', '칭찬합시다', '느낌표'에 이어 '나는 가수다'까지 히트작을 잇달아 내놓았던 김 PD는 "중국으로 건너가 프로그램을 제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PD는 "중국은 규모가 크고 매력적인 요소가 많아서 도전하고픈 시장"이라면서 "중국에서 여러 제안이 왔고, 무엇보다 중국에서는 제작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등을 연출했던 이병혁 PD, 김남호 PD 등도 MBC에 사표를 냈다.

이들은 김영희 PD와 함께 회사를 세워 중국 프로그램을 제작할 예정이다.

'위대한 탄생' 등을 기획했던 이민호 PD도 중국 프로덕션으로 옮기기 위해 MBC를 퇴사했다.

◇ 고정관념 탈피·새로운 도전 그에 앞서 케이블채널과 종편채널이 개국하면서 지상파 PD들이 한차례 대거 이직을 했다.

올해 백상예술대상 방송부문 대상을 거머쥔 CJ E&M 나영석 PD는 KBS에서 '1박2일'을 성공했던 주인공이다.

이명한 CJ E&M 국장도, '응답하라 1997'을 만든 신원호 PD도 모두 KBS 예능국 간판 PD였다.

또 JTBC '비정상회담'을 성공시킨 임정아 PD와 JTBC 여운혁 CP는 MBC 예능국 간판 PD였다.

SBS에서는 주로 드라마국 PD들이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나섰다.

'외과의사 봉달희' '싸인' '유령'의 김형식 PD, '타짜' '상속자들'의 강신효 PD, '샐러리맨 초한지' '돈의 화신'의 유인식 PD, '추적자' '황금의 제국'의 조남국 PD 등이 모두 프리를 선언했다.

'별에서 온 그대' '바람의 화원' '뿌리깊은 나무'의 장태유 PD는 사표를 썼다가 SBS가 휴직으로 처리해 현재 중국에서 영화 작업 중이고, '찬란한 유산' '닥터 이방인'의 진혁 PD도 아직 SBS에 적을 둔채 중국 드라마 '남인방'을 연출했다.

지난해 tvN '미생'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김원석 PD는 KBS에서 '성균관 스캔들'로 대박을 쳤던 연출자다.

이들은 모두 안정된 보금자리를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기본적으로 이직할 때 많은 '이적료'를 받은 데다, 지상파 특유의 규제와 고정관념을 탈피해 새로운 매체와 환경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해보겠다는 계획으로 지상파를 등졌다.

실제로 예능 PD의 경우는 지상파에서는 편성 등 이런저런 제약과 고정관념 탓에 시도하기 힘든 참신한 기획들을 tvN을 중심으로 한 케이블채널에서 구현해내며 많은 성공작을 냈다.

환경의 변화가 콘텐츠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 더 많은 비전과 더 높은 대우 지상파가 과거 '신의 직장'으로 평가받은 데는 타 매체에 비해 압도적으로 좋은 대우와 많은 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디어 환경 급변에 따라 시청률과 광고가 지상파에서 이탈하고, 반대로 케이블채널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PD들은 능력이 되면 케이블이나 연예기획사에서 지상파에 비해 더 높은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MBC의 경우는 파업 등을 거치면서 과거의 MBC와는 근무 환경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이 PD들의 엑소더스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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