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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기자 취재파일] '마약청정국' 옛말…한국, 마약 밀반입 역대 최대

SBS Biz 조슬기
입력2015.01.21 13:32
수정2015.01.21 14:05

■ 김선경의 민생경제 시시각각

<앵커>
마약이라고 하면 일반인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분들 많을텐데요,

오랜기간 우리나라는 '마약청정국' 지위를 누리면서, 마약거래는 딴 나라 이야기 정도로 치부돼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들어 사정이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최근 몇 년간 마약 밀반입이 크게 늘면서, 이 마약청정국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고 하는데, 지난해 세관당국에 적발된 마약 밀반입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자세한 소식, 취재기자 연결해 들어보겠습니다.

조슬기 기자.

<기자>
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에 나와 있습니다.

<앵커>
마약은 정말 뭐 딴나라 얘기였는데, 지난해 국내 밀반입 규모가 크게 늘었다니 놀랍습니다.

혹시 우리 주변에 깊숙이 파고 든게 아닌지 걱정되는데, 얼마나 규모가 늘었습니까?

<기자>
네, 밀반입 적발규모가 꽤 커서,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관세청 국제조사팀은 지난해 마약류 밀반입 적발 자료를 최근 내놨는데요.

지난해 관세청에 적발된 마약은 총 71.7킬로그램, 시가 1504억원 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같은 수치, 최근 10년 사이 최대치였던 2013년 적발량, 46킬로그램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앵커>
마약 밀반입, 영화에서나 봤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거죠?

<기자>
네, 관세청은 지난해 총 308건의 마약류 밀반입을 적발했는데요.

비행기나 배편을 이용해 여행객이 직접 밀반입을 시도하거나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을 이용해 밀반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흔히 필로폰이라 부르는 메트암페타민이 50.8킬로그램으로 가장 많았고요.

대마, 합성대마, 코카인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또 엑스터시로 잘 알려진 MDMA와 로라제팜, 러시 등과 같은 신종마약 밀반입도 급증했습니다.

<앵커>
결론적으로 보면, 최근 2~3년 사이에 마약 밀반입이 급증하게 됐다고 볼 수 있겠어요.

그렇다면 그렇게 된 배경은 어디에 있는 겁니까?

<기자>
관세청은 무엇보다 한국을 중개지로 이용한 중개밀수가 늘어난 데서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마약청정국으로 잘 알려진 나라를 경유하는 선박이나 항공의 경우 세관의 감시가 느슨하다는 점을 범죄 조직들이 악용한다는 겁니다.

<앵커>
또 궁금한 게, 해외 직접구매, 이른바 직구 시장이 커진 것도 최근 마약 밀반입 급증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맞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해외직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국제 우편물을 통한 마약류 밀반입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해외직구를 장려하기 위해 통관 절차를 간소화하면서 반입 물품에 대한 목록 제출만으로도 통관이 가능하다는 점을 노린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제우편과 해외특송을 통한 마약류 밀수 적발액 규모가 전체 적발액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개인 소비 목적의 마약 밀수가 크게 늘었습니다.

<앵커>
놀랍습니다. 개인 소비 목적의 마약 밀수가 3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는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우리나라가 마약청정국이라는 말도 옛말이 되어간다고 봐야겠네요?

<기자>
네, 그런 것 같습니다.

통상 인구 10만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이하일 경우 마약청정국이라고 UN에서 부르는데요.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명이니까 마약류 사범이 만명 이하여야 마약청정국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적발된 마약관련 사범이 약 9700여명 정도 되는데 경계선에 걸쳐있는 꼴이죠.

지난 2007년과 2009년의 경우 마약 사범이 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던 만큼 우리나라도 더는 마약 안전지대로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앵커>
해외직구 시장을 활성화하려고 통관 규제를 완화했는데, 이게 되려 마약 밀수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는 거네요.

그렇다면 관세청이 좀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관세청도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선 상황입니다.

앞서 지적해드렸던 최근 급증세를 보이는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을 통한 마약 밀반입을 적극 차단하기 위해서 이달 초 인천국제공항 내 세관 검사장에 국제소포화물 마약조사관실을 만들었습니다.

쉽게 말해 공항세관 화물청사 내 전담 마약조사조직을 신설했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관세청은 앞으로 이 곳을 통해 주요 밀반입 경로로 구상하고 있는 특송 화물과 국제 우편물에 대해 Xray 감시 및 탐지견을 활용한 검색, 또 우범화물 집중 개장검사 등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하지만 지금처럼 통관 규제를 풀어버린 상황에서 한정된 인력과 장비로 마약류 밀반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지는 좀 의문이 듭니다.

관세청의 고민이 좀 깊을 것 같아 보이네요.

조슬기 기자,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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