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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와진실] 수상한 가스안전공사, 7년째 中企제품 '딴지'

SBS Biz 신욱
입력2014.05.09 10:55
수정2014.07.02 19:51

■ 이형진의 백브리핑 시시각각

<앵커>
선임기자를 통해서 산업계 소문과 진실에 대해서 알아보는 루머와 진실 시간입니다.

오늘은 산업팀 신욱 기자와 연결해 보겠습니다.

신욱 기자,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6개 나라에서 특허받은 제품이 7년째 출시를 못하다고 있다고요?

무슨 얘기입니까?

<기자>
네, 독자기술에 특허까지 받았지만 7년째 국내에서 출시를 못하고 있는 가스안전밸브 얘기입니다.

한 중소업체가 가스 누출을 차단하는 신개념 LP가스 차단 밸브를 발명했는데요.

일정 기준 이상을 넘어 연결 호스에 가스량이 과도하게 흐르면 자동으로 차단하는 이른바 '과류차단형 밸브'입니다.

기존 시장에 있는 제품은 호스 연결이 끊어졌을 때만 가스 누출을 차단합니다.

이 제품은 LPG통이 넘어지거나 일부만 가스가 새더라도 차단하도록 안전기능이 강화됐습니다.

가스 누출 양에 따라 차단기능이 작동하는 원리입니다.

기존 차단기능형밸브에서는 없는 이 기능으로 지난 2007년 국내는 물론 일본과 중국, 베트남 등 6개국에서 특허를 받았습니다.

제품 원가도 기존 제품보다 10% 정도 쌉니다.

하지만 개발된 지 7년이 지나도록 국내에서 제품을 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 얘기만 들어보면 괜찮은 기술인 것 같은데, 왜 제품화가 안되는 겁니까?

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겁니까?

<기자>
네,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정밀검사와 제품검사에 합격했지만 현장적용시험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현장적용시험이 석연치 않게 이뤄졌다는 게 문제입니다.

가스안전공사는 업체를 배제한 채 시험을 진행한 뒤 불합격 통보했습니다.

현장적용시험에는 반드시 업체가 참관하도록 돼 있습니다.

업체에서 항의하는 뒷모습을 찍은 뒤 뒤늦게 현장적용시험 결과 서류에 증거로 첨부했다는 게 업체의 주장입니다.

실제로 해당 서류를 확인보니 현장시험 실시 날짜와 현장 참관 사진 날짜가 다르게 돼 있어 이런 업체의 주장을 뒷받침했습니다.

<앵커>
이해하기 힘드네요.

그럼 얘기나 좀 들어보죠.

가스안전공사에서 불합격을 통보했다면 이유가 있을 거 아닙니까? 그 이유가 뭐라고 합니까?

<기자>
LP가스통은 호스와 몸통을 압력조정기와 가스 차단 밸브가 연결해 주는 구조입니다.

가스 안전 밸브는 압력조정기를 연결할 때 차단기구가 열리고, 분리하면 차단하는 기능이 있어야 합니다.

가스안전공사는 세 가지 문제를 지적했는데요.

우선 밸브가 열린 상태에서 압력조정기를 체결할 때 가스 공급을 차단하는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밸브가 닫힌 상태에서는 압력조정기 연결 여부와 관계없이 차단기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제시했습니다.

이와 함께 밸브를 완전히 여는 게 아니라 한 바퀴 이하, 즉 일부만 열린 상태에서는 압력조정기를 분리할 때 차단기구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아니, 신 기자.

안전상 문제 때문이라는 건데, 지적에 승복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기자>
하지만 가스안전공사가 지적했던 세 가지 문제 중 앞서 두 가지는 이미 산업통상자원부의 유권해석을 통해 문제 없음이 드러났습니다.

첫 번째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은 항상 밸브가 닫힌 상태에서 압력조정기를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밸브를 열어 두고 압력조정기를 체결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또 두 번째로 밸브가 닫힌 상태에서는 차단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도 밸브를 닫아 놓으면 가스가 나오지 않아 테스트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게 산업통상부 해석입니다.

결국 마지막 남은 한가지, 밸브를 일부만 열어놓은 상태에서 차단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문제만 남았는데요.

기존 제품에 없는 이 기능은 LP가스통을 설치할 때 잔 가스를 내보내기 위한 기능으로, 오히려 인건비도 줄일 수 있어 뛰어난 성능이라는게 개발업체 주장입니다.

이 기능은 과류차단밸브에서 요구되는 필수적인 기능으로, 기존 시장에 있는 차단기능형밸브가 못 가진 성능입니다.

<앵커>
일단 부처에선 문제없다는 해석이 나왔고, 오히려 더 좋은 기능인데, 이게 오히려 승인을 못받는 이유가 되고 있다. 뭐 이런 얘기죠? 

왜 그런 상황이 벌어진 겁니까?

<기자>
과류차단형 밸브가 나오기 전에는 시장에 차단기능형 밸브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때 LP가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자 과류차단형 밸브를 개발하도록 법이 제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과류차단형 밸브와 차단기능형 밸브를 관할하는 두 가지 법률이 각각 존재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기술력 부족으로 계속해서 개발에 실패했고, 현실에서는 제품 출시가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져왔는데, 결국 지난 2007년에 개발된 겁니다.

업체는 처음에 과류차단형 밸브로 불합격시킨 가스안전공사가 차단기능형 밸브로 다시 검사를 받게 해 주겠다며 제안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소송을 무마하기 위해서라는 건데요.

과류차단형 밸브에 대해서는 이 잔 가스 제거 기능 때문에 가스안전공사는 검사 대상이 안된다며 검사 자체를 받아주지 않고 있습니다.

차단기능형 밸브 검사 기준에는 이런 기능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두 가지 법률이 같은 기능을 놓고 하나는 효율성을 요구하고, 다른 법률은 안전성에 대한 위험요소로 판단하고 있는 건데요.

이 때문에 민간이 따라갈 수 없는 규제를 위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 손톱 밑에 가시였군요.

아무리 그렇다 해도, 상황을 듣자하니 검사를 해 주면 될 거 같은데요? 그렇죠?

그런데 신 기자, 저는 왜 가스안전공사가 해당제품의 시장 출시를 막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요?

<기자>
네, 이 때문에 의혹이 제기되기도 하는데요.

국내에서는 현재 1300만개의 LPG통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가스안전밸브 시장 규모는 약 400억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그런데 기존에 존재하는 차단기능형밸브의 특허는 가스안전공사가 갖고 있습니다.

또 이를 4개 업체에서 나눠서 생산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번 제품이 시장에 나오면 기능은 개선되면서도 원가는 더 싸기 때문에 기존 시장 카르텔이 붕괴될 수 있는 겁니다.

<앵커>
결국 가스안전공사의 자기 밥그릇 지키기였다? 그런 겁니까?

<기자>
네, 이런 지적에 대해 가스안전공사는 기존 제품에 대한 특허료를 한 푼도 안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실제로는 이런 문제 때문에 해당 제품 출시가 안돼야 한다며 속내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특정 업체가 특허를 가진 제품이 시장에 나오면 특허료를 내야 해서 업체들의 제품 단가가 올라갈 수 있다는 게 가스안전공사의 우려인데요.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기업이 그런 문제까지 걱정해서 제품 출시를 막는 건 좀 오바인거 같습니다.

혁신적인 제품이 시장에 나오면 경쟁력 없는 제품이 퇴출되는 게 시장원리에 맞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현재 해당 제품은 지진 때문에 안전문제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일본으로 수출을 앞두고 총판계약이 진행 중입니다.

<앵커>
공공기관 정상화, 이래서 필요한 것 아닐까 싶네요.

이 방송을 보시는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분들, 백브리핑 시시각각은 언제든지 여러분의 반론을 들을 준비가 돼 있습니다.

연락주십시오.

신욱 기자. 수고했습니다.

[가스안전공사, 특허중기제품'딴지' 관련 반론보도]

지난 5월9일 10시 <백브리핑 시시각각> 프로그램과 같은 날 저녁 7시 <SBS CNBC 뉴스> 프로그램에서 한 업체가 지난 2007년 과류차단형밸브를 개발했음에도 가스안전공사가 이 밸브의 실용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취지로 보도한 것과 관련해 가스안전공사는 개발업체가 제기한 실용화반려처분 취소소송이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가 확정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공사는 "개발업체의 제품이 시장에 나올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법정 검사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관련 정부부처에서도 이미 법정기준에 부적합함을 개발업체에 통보하였다"고 밝혀왔습니다.

◆ 경제가 쉬워집니다! SBSCNBC 시시각각

[백브리핑 시시각각] 경제 핫이슈, 낱낱이 파헤쳐드립니다 (월-금 10시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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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경제 시시각각] 똑소리 나는 소비 생활 지침서 (월-금 16시30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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