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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와진실] 진화하는 주총꾼에 상장기업 '끙끙'

SBS Biz 신현상
입력2014.03.06 11:21
수정2014.03.07 10:14

■ 이형진의 백브리핑 시시각각

<앵커>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입니다. 12월 결산법인의 정기 주주총회가 한창 열리고 있는데요.

그런데 혹시 주총꾼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소액주주의 정당한 권리 요구를 넘어, 개인적인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해 기업을 괴롭히는 투자자를 지칭하는 말이라는데요.

오늘 <루머와진실> 시간에는 속칭, 주총꾼 문제에 대해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신현상 기자,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요즘도 주총꾼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기업들이 많다면서요?



취재를 좀 해봤을 텐데 주총꾼의 실상, 좀 어떻습니까?

<기자>
수치상으로 얼마나 줄었다고는 확인되지는 않지만요. 상장기업 IR 담당자들을 만나 본 결과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러다보니 회사마다 관리하는 주총꾼들이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일부는 이들의 등급을 매겨서 사례를 하기도 한다는데요.

정기적으로 술을 접대하거나 주주총회에 앞서 회사를 찾아오면 돈봉투를 주기도 한답니다.

특히 일부는 자신이 잘 아는 사업체에서 만드는 물건을 사라고 강요하는가 하면 정기적으로 납품을 하게 해달라고 하는 등의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앵커>
지금 얘기한 내용들이 납득이 좀 안가네요. (그렇죠! 하지만 기업 현장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들입니다.)

그럼 회사들이 좀 황당하기까지 한 주총꾼의 요구를 다 들어준다는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회사 이미지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주총꾼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합니다.

일부 회사들은 금융감독원에 신고할까 고민하다 가도 다음 주총 때 악의적인 비방으로 훼방을 놓을까봐 속앓이만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일부 회사들이긴 하지만 이런 악성 주총꾼들을 대응하는 전담 인력은 물론 매뉴얼까지 갖춰놓고 있기도 하고, 심할 경우엔 이런 주총꾼을 대처하는 전문업체에 의뢰를 하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주총꾼도 진화하면서 대응방식을 바꾸고 있기도 합니다.

<앵커>
주총꾼이 진화한다니요? 이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기자>
통상적인 주총꾼들은 주주총회장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난처한 질문을 하는 등 대부분 진행을 방해하는데요.

최근엔 주주총회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자청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기업 측에다 주주총회가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분위기를 만들테니 대신 그에 상응하는 답례를 해 달라라는 식으로 요구를 해온다는 겁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시끄러운 것보다는 조용히 진행되는 것이 나으니까 결국엔 이런 요구들을 대부분 들어준다고 합니다.

<앵커>
그럼 상장사 입장에서 이런 악성 주총꾼을 정리하거나 대처할 방법은 아예 없습니까?

<기자>
그래서 등장한 것이 소위 몰빵주총이라는 겁니다.

상장사들이 주총꾼들의 참석을 제한하기 위해  한날 한시에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건데요.

동시다발적으로 주총을 개최해 악질적인 주총꾼의 참석을 근본적으로 막겠다는 것이죠.

오늘까지 집계된 1100개 상장사의 주총일자를 알아봤는데요.

무려 절반에 가까운 540개사가 오는 21일에 주총을 개최합니다.

28일과 14일에도 각각 185개사와 115개사가 몰려 있고요.

물론 모든 상장기업들이 주총꾼 때문에 한날한시에 주총을 개최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총꾼의 영향도 상당히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기업들이 주총꾼 피한답시고 이런 몰빵주총을 하게 되면 소액투자자의 정당한 주주권 행사도 제한받는 것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당연히 약간의 주식이라도 보유한 기업이 같은날 비슷한 시간에 주총을 열면 권리 행사에 제한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지난 2010년 전자투표제가 도입됐는데요, 겉으로는 비용 대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지만 소액주주들의 참여가 많아지면 주요 사항 결정에 애를 먹는다는 기업들의 속내 때문에 도입실적은 전무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전자투표제 도입 의무화를 담은 법률안을 내놨지만 기업들의 반발에 부딪쳐 국회에서 계류중에 있습니다.

<앵커>
주총꾼 때문에 골머리를 썩는 기업들의 입장도 이해되지만,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막는다는 건 벌레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쩌면, 일부 기업들은 주총꾼한테 오히려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신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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