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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똑기자] '고무줄 기준층' 분양가 착시 주의하세요

SBS Biz 김민현
입력2013.11.14 17:23
수정2013.11.14 17:23

민생경제 시시각각

앵커>


아파트를 사고 팔때나 새로 분양받을 때, "이 집은 남향이고, 기준층이다", "기준층은 저층보다 값이 더 비싸다" 는 얘기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 기준층이 정확히 몇층부터 몇층을 뜻하는 건지 아십니까?

오늘은 분양 단지마다 기준층이 고무줄처럼 제각각인 상황에 대해서 취재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민현 기자, 저도 얼마전 집을 보러 다닐 때 공인중개사에서 기준층 얘기를 하더라구요.



근데 막상 기준층이 정확하게 몇층부터 몇층까지 인지는 모르겠어요. 어떤 겁니까?

<기자>
네. 기준층은 사실 명확한 원칙이 없습니다. 영어로는 tyical floor인데요.

그러니까 여러개 층이 올라가는 건물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는 대표 평면을 갖는 층을 말합니다.

각 아파트 단지마다 설계가 다 다르니 '여기서 부터 여기까지가 기준층이다'고 딱 떨어지게 얘기 할 수 없는겁니다.

다만 통상적으로, 기존에 지어진 아파트를 거래 할때는 20층 기준으로 가장 중간층인 5~15층을 기준층이라 부릅니다.

이 가운데 10~15층은 거래도 활발하고 가격도 높아 별도로 로열층이라고 하구요.

<앵커>
아 그렇군요.

<기자>
그런데, 주택매매시장에서는 비교적 기준층이 통념상 정해져 있지만 분양시장은 점점 기준층의 의미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간단했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선호도가 현저히 낮은 1, 2층과 꼭대기층을 빼고 중간층은 모두 묶어 기준층이라 부르고 동일한 가격을 적용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나오는 입주자모집공고를 보시면 분양가가 층별로 세밀하게 쪼개져 있습니다.

보통 5개 구간에서 많게는 12개구간까지 나뉘어 차등적용 되는 추세입니다.

가격 차이가 어느정도 인가 하면요.

일례로 지난 6월 경기도 일산에서 공급된 한 단지의 경우, 최고 59층짜리 초고층 아파트인데 전용 59㎡는 같은 면적이라도 층과 향에 따라 분양가 차이가 6500만원, 전용 84㎡는 1억원까지 났습니다.

<앵커>
상당히 격차가 크네요. 왜 그런가요?

<기자>
요즘은 수요자들이 동, 향, 층별로 다 꼼꼼히 따집니다.

특히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 계약을 하기 때문에 가격에 상당히 민감합니다.

때문에 같은 단지라도 집의 가치가 다 다른데 왜 뭉터기로 값을 묶냐는 거죠.

그래서 선호가 높은 상품은 비싸게, 미분양이 예상되는 세대는 가격을 낮추는 거죠.

때문에 시행사들은 분양가를 책정할 때, 미리 설정한 수익률에 맞춰 대부분 세대별로 가격을 다르게 매기고 있는거죠.

그렇게 해서 사업성을 확보하는 겁니다.

<앵커>
일부 분양현장에서는 여전히 기준층이라는 말을 쓰던데요?

<기자>
네. 이 고무줄식 기준층을 잘만 활용하면 분양가 착시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층단지 사례가 많은데요.

대략 중저층을 묶어 기준층으로 정하고, 이 기준층 평균가만 공개하는 겁니다.

실제로 인천에서 지난달 공급된 한 대단지는 5~21층인 기준층으로만 분양가를 발표했습니다.

3.3㎡당 880만원 선이어서 인천지역 평균치인 1244만원에 비해 상당히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수요자들에게 설명했는데요, 이 아파트가 최고 40층으로 지어지는 걸 감안하면, 실제 평균가격은 훨씬 높은 거죠.

건설사는 아예 이런 가격은 공개를 안합니다.

특히 요즘은 고층을 원하는 수요가 많아 계약자들이 체감하는 분양가는 공개된 것보다 비쌀 수 밖에 없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속된 말로 낮은 가격으로 낚시를 하고 막상 찾아가서 보면 30층은 로얄층이라 더 비싸다, 이렇게 되는 거군요.

<기자>
네. 같은 단지라도 세대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내건 기준층 평균분양가에 현혹되지 말고 입주자공고문부터 살펴야 합니다.

매입할 층이냐, 향, 그리고 평면 타입을 정한 후 해당 세대의 분양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앵커>
네. 김 기자, 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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