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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조사委, 인력 급감축…'내부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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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13.01.02 06:47
수정2013.01.02 06:47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진상조사와 피해자 지원을 담당하는 정부 위원회가 최근 조사 인력을 절반 가까이 줄이면서 `조사 업무를 사실상 포기한 것 아니냐'는 내부 반발에 직면했다.

2일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위원회는 지난해 12월28일 조사 1과와 2과에서 조사관 4명씩 모두 8명을 지원부서로 발령했다.

조사과 소속 조사관들은 지역별 강제동원 피해 실태를 연구·조사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 보고서를 발간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이전까지 조사1·2과에는 과장을 포함해 9명씩 근무했으나 이번 인사로 조직이 반토막났다.

지원부서는 강제동원 피해자나 유족으로부터 피해 신고를 받고 이들이 실제 피해자인지 심사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민원 부서여서 업무 성격이 다르다.

위원회는 이들 조사과에 소속한 박사급 전문계약직 2명의 재계약 여부도 지난해 마지막 날에야 통보했다.

위원회는 관련 특별법에 따라 작년 말 업무가 종료돼야 했지만 남은 업무가 많아 6개월간 업무를 연장했다.

특별법상 두 차례 연장할 수 있으나 담당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6월 말 이후 추가 연장은 없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이에 위원회 내부에서는 "아직 업무기간이 반년이나 남았고 진행 중인 조사 업무도 많은데 활동 자체를 포기하겠다는 뜻"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조사 1과는 지난해부터 러시아 사할린에 강제동원됐다 현지에서 사망한 피해자들의 묘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유골 봉환사업도 추진 중이다.

국내외 강제동원 실태조사 보고서를 꾸준히 발간해 온 2과는 최근에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업무를 확대하라는 지침까지 받았다.

위원회의 한 직원은 "조사업무 확대를 지시해 놓고 인력을 지원부서로 보내면 결국 지원업무만 빨리 마무리짓고 위원회 문을 닫겠다는 얘기 아닌가"라며 "이래서야 직원들이 어떻게 힘을 내 일을 하겠나"라고 반발했다.

또 다른 직원은 "사실상 유골 봉환이나 진상조사 업무에서 손을 떼겠다는 뜻"이라며 "일본에 우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우경화가 우려되는 판에 위원회 문 닫을 준비나 하고 있으니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인환 위원장은 "업무를 연장하면서 인원 30% 감축을 조건으로 국회 동의를 얻었고 행안부가 조사 1·2과 폐지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라 조직 형태라도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 한시적 조직인 위원회의 정규기관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 의원 11명이 발의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 진상조사와 유해봉환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돼 있어 법안 통과 여부에 따라 위원회의 운명이 갈릴 전망이다.

이 법안은 활동 기간이 제한된 현 위원회의 위상을 '일제 강제동원 피해 진상조사·지원위원회'라는 이름의 정규기관으로 격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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