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의 27년 `경제정책 과천시대' 저문다
SBS Biz
입력2012.12.02 09:38
수정2012.12.02 09:38
보름 남짓 지나면 경제정책의 중심이 과천에서 세종시로 옮겨간다.
경제 사령탑인 기획재정부로 따지면 27년, 과천청사에 처음 입주한 경제부처인 건설부 기준으로는 근 30년의 과천시대를 마감하는 것이다.
2일 각 부처에 따르면 이달 중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4개 경제부처가 세종시로 옮긴다.
총리실과 환경부까지 합치면 총 6개 부처 5천500명이 대이동을 한다.
기재부는 오는 7일부터 18일까지로 이사 일정을 잡았다.
선임 부처인 기재부의 이전은 경제정책의 산실이 과천에서 세종시로 이동하는 의미를 지닌다.
경제정책의 과천시대는 건설부와 농수산부가 입주한 1983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어 과천청사 2개 동이 추가 완공되면서 1986년 1월 재무부, 상공부, 동력자원부 등에 이어 2월에 경제기획원(당시 공정거래위원회 포함)이 입주하는 것을 끝으로 광화문시대가 가고 과천시대가 본격화됐다.
거시경제를 총괄하고 개발연대를 주도한 기획원과 재무부 일부 기능은 지금의 기획재정부, 상공부와 동자부는 실물경제 부처인 지식경제부로 합쳐졌다.
날고 긴다는 경제관료들이 집합한 과천은 `경제행정중심지'나 `경제수도'라고 불리기도 했다.
당시 수장들을 보면 김만제 경제부총리, 정인용 재무장관, 금진호 상공장관 등이 포진했다.
기획원 간부들의 면면도 진념 차관보, 이진설 예산실장, 홍재형 대외경제조정실장, 강봉균 기획국장, 김인호 물가정책국장 등 훗날 부총리나 장관에 이름을 올렸던 파워엘리트들이 즐비했다.
현재 장관급들인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김석동 금융위원장, 임종룡 총리실장,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 등도 당시엔 20대 중후반이나 3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사무관이었다.
과천시대가 열린 1986년은 우리 경제엔 뜻깊은 해였다.
이사 직후부터 한국경제가 순풍에 돛을 달았다.
환율, 국제금리, 유가에 걸친 `3저(低) 현상' 덕이다.
성장률이 1985년 7.5%에서 1986년엔 12.2%로 뛰는 등 1988년까지 3년간 연평균 12% 안팎 성장한다.
그야말로 고도성장이다.
1986년엔 첫 경상수지 흑자를 냈고 국내총생산도 100조원을 돌파했다.
시장개방 압력에 직면하고 민주화 바람이 불었고 복지의 싹이 텄다.
의료보험 확대, 국민연금ㆍ최저임금제 도입은 물론 경제력 집중을 줄이려는 출자총액제한제도, 계열상호출자규제도 과천 초기의 작품이다.
1990년대 들어서는 경쟁력 위기론이 팽배해지고 1997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치욕을 겪었다.
하지만 늘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는 위기 극복의 모델로 꼽히기도 했다.
광화문시대의 마지막 해인 1985년과 작년의 주요 지표의 변화를 보면 국내총생산은 85조7천억원에서 1천237조1천억원으로 14.4배, 1인당 총소득은 205만원에서 2천492만원으로 12.2배가 됐다.
경제정책의 과천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책 생산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내년 경제정책방향도 예년이면 12월 중순 이전에 발표했지만 올해는 대선 이후로 미뤘다.
지난 9월말 나온 2013년도 예산안이 과천판(版) 마지막 중요 발표라고 할 수 있다.
과천 입주 초기에는 주변 편의시설 부족으로 구내식당을 2부제로 돌리는 진풍경도 있었지만, 정든 과천을 떠나며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관악산 밑에서 사계를 만끽할 수 있었던 근무환경은 이젠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안타까움은 청사만 덩그러니 있는 세종시로 가야 하는 서글픔 때문에 더해지는 분위기다.
더구나 주중에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거나 왕복 3시간이 넘는 출퇴근 강행군을 결정한 공무원도 적지 않다.
대선 이후 정부조직개편 가능성은 과천청사의 마지막 보름을 더 흉흉하게 할 전망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과천시대 초기처럼 세종청사 입주 이후에도 한국경제에 순풍이 불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경제 사령탑인 기획재정부로 따지면 27년, 과천청사에 처음 입주한 경제부처인 건설부 기준으로는 근 30년의 과천시대를 마감하는 것이다.
2일 각 부처에 따르면 이달 중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4개 경제부처가 세종시로 옮긴다.
총리실과 환경부까지 합치면 총 6개 부처 5천500명이 대이동을 한다.
기재부는 오는 7일부터 18일까지로 이사 일정을 잡았다.
선임 부처인 기재부의 이전은 경제정책의 산실이 과천에서 세종시로 이동하는 의미를 지닌다.
경제정책의 과천시대는 건설부와 농수산부가 입주한 1983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어 과천청사 2개 동이 추가 완공되면서 1986년 1월 재무부, 상공부, 동력자원부 등에 이어 2월에 경제기획원(당시 공정거래위원회 포함)이 입주하는 것을 끝으로 광화문시대가 가고 과천시대가 본격화됐다.
거시경제를 총괄하고 개발연대를 주도한 기획원과 재무부 일부 기능은 지금의 기획재정부, 상공부와 동자부는 실물경제 부처인 지식경제부로 합쳐졌다.
날고 긴다는 경제관료들이 집합한 과천은 `경제행정중심지'나 `경제수도'라고 불리기도 했다.
당시 수장들을 보면 김만제 경제부총리, 정인용 재무장관, 금진호 상공장관 등이 포진했다.
기획원 간부들의 면면도 진념 차관보, 이진설 예산실장, 홍재형 대외경제조정실장, 강봉균 기획국장, 김인호 물가정책국장 등 훗날 부총리나 장관에 이름을 올렸던 파워엘리트들이 즐비했다.
현재 장관급들인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김석동 금융위원장, 임종룡 총리실장,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 등도 당시엔 20대 중후반이나 3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사무관이었다.
과천시대가 열린 1986년은 우리 경제엔 뜻깊은 해였다.
이사 직후부터 한국경제가 순풍에 돛을 달았다.
환율, 국제금리, 유가에 걸친 `3저(低) 현상' 덕이다.
성장률이 1985년 7.5%에서 1986년엔 12.2%로 뛰는 등 1988년까지 3년간 연평균 12% 안팎 성장한다.
그야말로 고도성장이다.
1986년엔 첫 경상수지 흑자를 냈고 국내총생산도 100조원을 돌파했다.
시장개방 압력에 직면하고 민주화 바람이 불었고 복지의 싹이 텄다.
의료보험 확대, 국민연금ㆍ최저임금제 도입은 물론 경제력 집중을 줄이려는 출자총액제한제도, 계열상호출자규제도 과천 초기의 작품이다.
1990년대 들어서는 경쟁력 위기론이 팽배해지고 1997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치욕을 겪었다.
하지만 늘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는 위기 극복의 모델로 꼽히기도 했다.
광화문시대의 마지막 해인 1985년과 작년의 주요 지표의 변화를 보면 국내총생산은 85조7천억원에서 1천237조1천억원으로 14.4배, 1인당 총소득은 205만원에서 2천492만원으로 12.2배가 됐다.
경제정책의 과천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책 생산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내년 경제정책방향도 예년이면 12월 중순 이전에 발표했지만 올해는 대선 이후로 미뤘다.
지난 9월말 나온 2013년도 예산안이 과천판(版) 마지막 중요 발표라고 할 수 있다.
과천 입주 초기에는 주변 편의시설 부족으로 구내식당을 2부제로 돌리는 진풍경도 있었지만, 정든 과천을 떠나며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관악산 밑에서 사계를 만끽할 수 있었던 근무환경은 이젠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안타까움은 청사만 덩그러니 있는 세종시로 가야 하는 서글픔 때문에 더해지는 분위기다.
더구나 주중에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거나 왕복 3시간이 넘는 출퇴근 강행군을 결정한 공무원도 적지 않다.
대선 이후 정부조직개편 가능성은 과천청사의 마지막 보름을 더 흉흉하게 할 전망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과천시대 초기처럼 세종청사 입주 이후에도 한국경제에 순풍이 불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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