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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내수기업 `변화' 물결…韓기업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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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12.11.20 06:47
수정2012.11.20 06:47

'워덩카(Worldcape)'라는 브랜드로 스포츠 의류와 신발을 생산하던 중국기업 차이나그레이트의 푸젠성 취안저우시 본사 쇼룸.

매년 세 차례 제품 박람회를 열어 신상품을 선보이던 이곳에 예년과는 다른 제품이 진열됐다.

10여년간 유지됐던 스포츠웨어의 자리를 캐주얼 의류가 대신했다.

스포츠웨어 브랜드로 굳혀온 기업 정체성을 순식간에 캐주얼로 바꾼 것이다.

2009년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차이나그레이트가 지난 9월에 단행한 변신이다.

그동안 저렴한 제품을 생산하는 데 집중했던 회사는 제품가를 5만원~8만원 수준으로 높인 의류 라인도 따로 출시했다.

우쿤량(吳坤良) 대표는 "100여명의 전속 디자이너가 있지만 더 세련된 의류를 내놓기 위해 일본, 한국에 디자인 외주를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취향도 세련되게 바뀌면서 중국 내수기업들의 대대적 변신이 줄을 잇고 있다.

소비자의 기호에 맞춘 고급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는 기업이 늘었다.

특히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동부해안의 1선 도시보다 낮은 2, 3선 도시 거주자들을 겨냥한 기업들의 변화가 눈에 띈다.

지금까지는 1선 도시가 중국 소비를 견인했으나 중서부의 2, 3선 도시가 개발되면서 해당 도시들에 소비력을 갖춘 중산층이 늘어난 탓이다.

차이나그레이트와 같은 업종의 이스트아시아홀딩스도 저가 신발 생산에 주력해오다 지난해 남성 캐주얼 의류 브랜드 '치우즈(求質)'를 출시하며 변신에 나섰다.

기존 신발은 한 켤레에 단 돈 몇천 원이지만 '치우즈' 브랜드 신발은 10만~20만원으로 가격대가 높다.

3선 도시인 취안저우의 '치우즈' 매장은 세련된 인테리어를 갖췄다.

제품 디자인은 홍콩 의류 브랜드와 유사한 모습이다.

매장 종업원은 "디자인만 좋다면 20만원대 신발도 주저 없이 구입하는 고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런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에 따라 내수 기업들이 디자인력과 브랜드 마케팅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정소영(丁少英) 이스트아시아홀딩스 대표는 "중국 시장에서는 게스, 캘빈 클라인 등 외국 캐주얼 브랜드들이 경쟁하고 있을 뿐 시장을 통일한 토종 브랜드가 없다"며 "내년까지 캐주얼 의류의 매출 비중을 10%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인들의 소비 트렌드 변화는 의류 뿐 아니라 건강식품 부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동충하초를 기반으로 한 건강식품을 생산하는 코스닥 상장사 차이나킹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차(茶) 사업에 뛰어들었다.

차이나킹은 '스타벅스'가 대표적 커피 매장으로 자리 잡았듯이 차 제품 대표 브랜드로 '영생 활력'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중국 내에서 지역별로 다양한 차가 생산되지만 소비자들이 고품질의 차를 찾고 있다는 데 착안했다.

중국이 초대형 '내수 시장'으로 변모하면서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 기업들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빠르게 변화하면, 이 나라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자리를 수년 내에 위협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 시장에서 탄탄한 지위를 차지한 한국 기업들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트레이드증권 오두균 연구원은 "중국 기업들이 예상보다 빨리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의 캐주얼 의류 브랜드가 고속으로 성장하면 베이직하우스, 이랜드 등과 시장이 겹칠 수 있다"고 말했다.

(푸젠성=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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