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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여야, 재정절벽·세금 협상 기싸움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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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12.11.08 17:32
수정2012.11.08 17:32

명암이 하루 저녁에 엇갈린, 짧고 뜨거운 선거전은 끝났지만 승패를 따지기 힘든 길고 차가운 싸움이 남아 있다.

임박한 현안인 '재정절벽(fiscal cliff)' 해결과 세금제도 개혁 등을 둘러싼 제2기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의 협상이 그것이다.



재정절벽은 대규모 세금 인상 및 정부지출 삭감 프로그램이 내년초 시작되는 데 따른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일컫는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부유층 증세도 결국 재정절벽 해결 문제와 긴밀히 연계돼 있다.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는 길은 오바마의 민주당과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정치력을 발휘, 의회에서 타협안을 마련하는 방법뿐이다.

그러나 경제위기의 해법을 둘러싸고 '큰 정부론(민주)'과 '작은 정부론(공화)'의 대립이 전례없이 심각한 지금 양당의 입장은 냉전시기 이념대립을 방불케 할만큼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선거 직후부터 양측은 기싸움을 시작했다.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승리의 기쁨에 도취할 겨를도 없이 선거 다음날인 7일(현지시간)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 등 공화당 수뇌부에 전화를 걸어 당리당략을 떠나 미국인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협력하자고 당부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 대표도 "싸우는 것보단 춤추는게 낫다"며 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공화당 리더인 베이너 하원의장은 "투표자들은 (오바마 행정부에) 세금 인상의 권한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며 예상대로 강경한 '일성'을 내 놓았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2기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연소득 25만 달러(약 2억7천만원) 이상 가계에 대한 증세 방안에 언급, "1년전 합의(정부부채 상한선 확대)를 죽이는 시도"라며 미리 견제구를 던졌다.

그는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세수 확대안 자체는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지만 방법론에서는 부유층 세금인상 없이 경제의 활력을 살림으로써 세수를 확충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세금 문제와 관련한 양당의 공통분모는 세금 탈루를 철저히 막자는 것뿐인 셈이다.

베이너 의장은 "우리는 '연출'보다는 '내용'에 집중하는 심각한 협상 과정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캠프 데이비드(대통령 전용별장)의 모닥불 주위나 비밀공간, 골프장 등에서의 논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인 '빅딜' 시도를 견제하고, 원칙론에 충실할 것임을 선언한 것이었다.

양당 '원리주의자'들의 생각과 잇닿아 있는 주요 압력단체들은 자신들 지지정당에 '양보불가'를 압박하고 있다.

보수 이익단체 '세금 개혁을 위한 미국인'의 대표인 로비스트 그로버 노퀴스트는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유지한 이번 선거결과는 "증세에 대한 경고"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 최대 노조조직인 산별노조총연맹(AFL-CIO)의 데이먼 실버스 정책국장은 오바마의 승리는 고소득층 감세를 연장하지 말아야 한다는 오바마 메시지에 힘을 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측이 해법도출을 바라는 국민 여론에 못 이겨 합의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7일자 기사에서 전망했다.

이번 대선 출구 여론조사 결과 대다수 미국인이 경제가 취약하다고 판단한 상황에서 국가 경제를 뒤흔들 중대 현안을 놓고 정치게임을 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일 경우 양당 모두 큰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WP는 분석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오바마와 베이너가 정부부채를 통제하고,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이 쏟아져 나올 때에 대비한 제도개혁 등에 대해 공통분모가 있는 만큼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타협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양측 수장의 메시지에도 그런 기대를 할 여지가 없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 승리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연방 재정적자 감축과 세금제도 개혁을 주요 과제로 거론한 뒤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도전들에 직면해 양당 지도자들과 협력하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베이너 의장도 "우리는 민주당원이나 공화당원으로서가 아니라 미국인으로서 대통령이 우리를 이끌길 바란다"며 "우리는 당신의 성공을 원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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