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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1표' 협동조합 경제민주화 대안으로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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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12.11.05 06:49
수정2012.11.05 06:49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 협동조합이 이슈로 떠올랐다.

협동조합 현장을 찾거나 협동조합 활성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협동조합이 이 시대의 화두가 된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유력한 수단으로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조합원이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은 '1%' 특권층이 아닌 '99%' 다수를 위한 경제를 지향한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협동조합을 경제민주화의 한 요소로 꼽은 이유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지난 7월 인천 부개동의 평화의료생활협동조합을 방문해 생활협동조합 운동이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차기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사회적경제위원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자신이 제시한 4대 성장 전략 가운데 공동체 경제를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의미하는 '협력적 성장 모델'을 협동조합이 잘 구현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 후보는 "사회적 경제는 정부나 공공이 제대로 못 하는 복지는 물론 고용으로 사회적 일자리까지 만들고 있다"며 "사회적 경제의 바탕을 이루는 것이 협동조합"이라고 호평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지난달 자신의 선거캠프에서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새 가게 운동'을 제안하면서 "협동조합운동이 약자의 힘을 키우는 경제민주화의 결승점"이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상생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을 육성해 풀뿌리 경제를 활성화겠다는 공약을 밝히기도 했다.

대선 후보들이 여야 의원의 공동 발의로 법제화한 협동조합에 주목하는 것은 경제민주화 해법이 담겨 있다는 판단에서다.

투자자 이윤창출을 목표로 하는 사기업과 달리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에게 혜택을 주려고 존재하고 조합원들의 '1인 1표' 의결로 운영된다.

민주주의 방식이 태생적 특징이다.

장하준 교수는 경제민주화를 '1원 1표'라는 시장주의 원리를 민주주의의 원리인 '1인 1표'로 견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동조합의 운영원리와 맥이 맞닿은 논리다.

장 교수는 협동조합과 노조 등 작은 경제주체들의 '민주적 담합'을 경제민주화의 한 요소라는 주장도 했다.

협동조합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스테파노 자마니 이탈리아 볼로냐대 교수도 최근 방한해 협동조합이 한국의 경제체제를 민주적으로 전환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협동조합은 서구에서 19세기 중후반 생필품 소매시장에서 지역독과점에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로치데일이 협동조합의 효시다.

1848년 영국 맨체스터 공단에서 일하던 직공 28명이 기업주들이 밀가루에 횟가루를 섞어 팔거나 생필품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내놓는 횡포를 견디다 못해 만든 것이 로치데일이다.

이들은 각자 1파운드씩 내서 작은 가게를 열고 이곳에서 버터, 설탕, 밀가루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팔기 시작했다.

'1인 1표를 유지하고 양성평등을 추구한다', '정직한 상품만 공급한다', '이득은 조합원 개개인의 구매량에 비례하여 분배한다' 등의 로치데일 원칙은 후일 소비자협동조합의 운영원리가 된다.

현재도 협동조합은 경제민주화를 위한 대안이 된다.

이탈리아 코나드(CONAD)가 대표적인 사례다.

중소 슈퍼마켓 상인들이 모여 만든 코나드는 공동구매와 공동브랜드로 자신들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그 결과 지역 소매시장에서 점유율이 10%가 넘어선다.

우리나라에서는 중곡제일시장협동조합이 드문 사례이긴 하지만 경제적 약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협동조합이다.

2003년 설립된 중곡제일시장협동조합에는 143개 점포가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조합원들이 월 3만원 이상 적립해 상가건물을 사들이는 것이 목표다.

'아리청정'이란 공동브랜드를 만들어 참기름, 건어물, 떡 등 시장 상품도 판다.

최근 SK텔레콤과 업무협약을 맺은 덕에 아리청정 제품은 이 기업이 운영하는 온라인 시장에서도 팔린다.

30년 넘게 제일시장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박태신 중곡제일시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여럿이 출자해서 회사를 새로 하고 좋은 제품을 만드니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며 "공동의 꿈이 있으니 힘들어도 노력하게 되고 보람이 생긴다"며 협동조합 설립 후 변화된 상인들의 정서를 전했다.

구로구 서울디지털산업단지내 1만2천개 입주기업도 뭉치고 있다.

가칭 'G밸리 발전 주식회사'로 주식회사 형태를 띠고 있지만 협동조합의 운영원리를 빌렸다.

회원기업들이 같은 규모의 자금을 내 평등하게 힘을 모으겠다는 것이다.

공동 자금을 바탕으로 공동 사업을 벌이고, 거둔 수익의 ⅓은 지역사회에 기부할 뜻도 있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다양한 생활경제, 서비스산업은 부가가치를 많이 창출하지 않지만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곳"이라며 "이런 곳에 고용이 유지되도록 하고 자체적인 지속 가능한 역량을 만들어주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한 축"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160여년의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성공사례가 있는 게 협동조합이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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