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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외환시장 이상 기류에도 `靜中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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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12.10.30 07:06
수정2012.10.30 07:06

정부는 최근 환율의 움직임을 우려하면서도 구체적인 행동을 선택하는 데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정부는 환율 수준보다 변동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일희일비'하는 환율시장에 직접 개입하지 않으려는 이유다.

이른바 '거시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는 자본의 급작스러운 유출입에 따른 변동성을 완화하는 장치다.

그럼에도, 정부는 외환시장에서 종합 점검을 준비하고 있으며 거시건전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자본 유출입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시장에서 이상 기류가 감지돼 자칫 내버려두면 대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 정부, 외환시장 쏠림현상에 구두 개입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적으로 환율의 수준보다는 변동성 등 속도에 유의한다"며 특정 환율 수준을 지지하려고 외환시장에 개입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환율 수준에 대한 시각도 시장과 차이가 있었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선을 위협하던 지난 19일 원화가 지나치게 강세이지 않으냐는 질문에 박 장관은 "지난해 9월 올해 예산안을 제출할 때 기준환율이 얼마였는지 되돌아 보라"고 반문했다.

당시 정부는 기준환율을 1천70원으로 제시했다.

시장에선 1,100원 선을 일종의 심리적 지지선으로 인식했지만 정부로선 크게 떨어졌다고 볼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 총재는 지난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나라들이 2% 정도 절상됐지만, 원화는 2.8%가량 절상됐다"며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절상폭이 높지만, 싱가포르나 대만 등과 앞자리 숫자는 큰 차이가 없고 뒷자리서만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환율 시장의 '쏠림 현상'엔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내리자 지난 26일 기재부는 "최근 외환시장의 흐름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나 국내 펀더멘털과 달리 한쪽으로 쏠리는 것 같다.

다소 우려스럽다"며 구두개입을 했다.

◇정부,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검토 정부는 최근 환율 움직임이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자본 유입 기대와 연관된 것으로 보고 거시건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다음달 주요 외국환은행에 대한 특별 외환 공동검사에 들어가기로 계획을 잡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조치다.

이번 검사에서 선물환 포지션 제도의 운용 실태를 점검하고 신종 파생상품인 외화 구조화 예금을 살피는 방안을 정부와 금융당국이 협의하고 있다 정부는 상황이 나빠지면 선물환포지션 한도 등 거시건전성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자본 유출입 규모가 많지 않지만 변동성이 커지면 안 되기에 거시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외은지점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종전 250%에서 200%로, 국내은행은 50%에서 40%로 각각 축소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가 당장 규제 강화 카드를 꺼내 들지는 미지수다.

박재완 장관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거시건전성 강화 조치들의 성과와 보완방안을 검토ㆍ연구하고 있다"면서도 "조만간 실행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거시건전성 강화조치의 도입에 대해선 "당분간은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의 파급효과(spill-over effect)를 국제 차원에서 검토하는 방안을 다음달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서 제안할 방침이다.

선진국에서 풀린 돈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거나 성장 가능성이 큰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으로 유입돼 현지 통화 가치가 치솟아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토빈세 도입에도 정부는 반대한다.

토빈세 효과가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데다가 자칫 자본통제국이란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토빈세는 우리나라 단독으로 하기보다는 국제적인 논의 동향을 봐가면서 도입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맞불 작전' 금리 인하는 실행가능성ㆍ효과 크지 않아 선진국의 양적 완화에 '맞불 작전'으로 기준금리를 내리는 방법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

환율만을 보고 기준금리를 내릴 순 없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은 "실물경제에 대한 고려 없이 금리를 내리면 가계부채 악화, 물가급등 등 악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령 맞불을 놓아도 실효성이 의문이다.

'체급 차이'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보면 미국은 우리의 15배나 된다.

우리의 경제규모에서 기준금리를 얼마만큼 내려도 그 파급력은 미국, 유럽 등 선진경제의 완화 수준엔 미치지 못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김선빈 수석연구원은 "미국, 일본 등 경제 대국들도 벌써 제로금리로 내린 상태다"며 "우리나라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2.75%)에서 대폭 낮춰도 환율 방어엔 이미 역부족이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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