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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볼라벤> 과일 우수수..농가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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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12.08.28 16:20
수정2012.08.28 16:20

 "강력한 태풍으로 사과와 복숭아가 우수수 떨어지는데,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28일 오후 충북 충주시 살미면 공이리 권윤상(53)씨의 복숭아 과수원(8천250㎡)에는 신문지에 쌓인 굵은 복숭아 수천 개가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전날까지 10여 년생 복숭아나무마다 500~600개 다렸던 복수아가 하루 만에 그루당 고작 50~70개만 남았다.

제15호 태풍 '볼라벤'이 권씨 과수원의 복숭아나무 130그루를 휩쓰는 상황이다.

추석을 한 달여 앞두고 출하 꿈에 부풀어 있던 권씨는 망연자실했다.

바닥에 떨어진 복숭아는 상품 가치가 떨어져 내다 팔 수 없다.

가지에 매달린 복숭아 역시 마찬가지다.

크기가 작고 가벼워 떨어지지 않았고 한번 꼭지가 흔들리면 더는 영양분 공급이 안 돼 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권씨는 "어제부터 복숭아 수확을 했다.

지금부터 2주일 정도가 상품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인데 올 농사는 끝났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웃에서 1만9천800㎡ 과수원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박준희(53)씨도 "복숭아가 나뭇잎처럼 떨어지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눈물만 흘렀다"며 허탈해했다.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에 지주목을 복숭아나무 가지마다 설치했지만 볼라벤의 괴력을 당해내지 못했다.

박씨는 올해 농사에 퇴비 값, 시설비, 인건비 등 4천만원을 투자했다.

추석 전까지 5㎏짜리 복숭아 4천 상자를 팔아 7천만원 가량의 수익을 예상했지만 불어닥친 강풍으로 올해 농사는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는 "올 초 우박피해와 한여름 불볕더위로 복숭아가 예년보다 많이 크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최상품을 만들려고 더 많은 정성을 들였다"며 "수확을 앞두고 땅바닥에 나뒹구는 복숭아를 보자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 사과나무 300그루를 키우는 구자성(76)씨의 과수원 상황도 권씨의 과수원과 판박이다.

추석을 앞두고 다음주 수확을 하려던 구씨는 "2천860㎡의 과수원의 낙과율이 80~90%에 이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구씨는 "원예조합의 재해보험에 가입도 못해 보상도 받을 수 없어 걱정"이라며 "생활비와 내년 농사 걱정에 막막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충주는 그동안 태풍이 비켜갔던 지역이었는데, 태풍이 너무도 원망스럽다"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충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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