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츠학의 슬픔과 꿈도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SBS Biz
입력2012.07.27 08:33
수정2012.07.27 08:33
2005년 초연 이후 매년 무대에 오르며 마니아 관객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뮤지컬 '헤드윅'이 다음 달 일곱 번째 시즌을 맞는다.
초연 멤버인 오만석이 7년 만에 헤드윅으로 돌아온다는 것만큼이나 관심의 대상은 새로운 연출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으로 연극과 무용 작업을 했고 뮤지컬로는 '씨왓아이워너씨'(2008) '스프링 어웨이크닝'(2009) 등 파격적인 작품의 초연을 선보인 김민정(42) 씨다.
'재공연의 새 연출은 잘해봐야 본전'이라는데 하물며 그 작품이 '헤드윅'임에랴.
김 연출은 "작품을 결정할 때 보통 열흘에서 2주 정도는 고민하고 길게는 3주가 걸리기도 하는데 '헤드윅'은 일주일도 안 걸렸다"고 했다.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날 밤에도 혼자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했어요. 굉장히 힘든 작업일 텐데, 고통스러울 텐데, 많이 아플 텐데 그래도 괜찮겠니? 답은 '내동댕이쳐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할래'였죠." 큰 부담에도 그를 사로잡은 건 음악이었고, 헤드윅 슈미트였다고 했다.
"처음 음악을 들었을 때 미치는 줄 알았어요.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흔들리는 느낌이었어요. 밤 11시 반부터 한 곡 한 곡 음악을 들었는데 짜릿했고, 새벽 3시부터 스크립트를 읽기 시작했는데…, 좋았어요." 그리고 "내가 헤드윅이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제가 최초로 외로움을 느낀 게 다섯 살 때였어요. 언니랑 놀다가 언니가 다쳐서 피를 흘리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이 어떻게 저런 표정으로 지나갈 수 있지? 하면서 인간이, 세상이 굉장히 차갑고 난 혼자인 느낌이 들었거든요. 헤드윅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데 그 허무함과 공허함, 근원에 대한 궁금증을 정확히 알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헤드윅'은 싸구려 수술로 일 인치의 살덩이를 갖게 된 동독 출신의 트렌스젠더 록가수 헤드윅의 모노드라마다.
김 연출은 "그 밀도가 너무 진하다"며 "웃음과 고통, 슬픔이 수채화가 아니라 굉장히 진한 유화"라고 표현했다.
"모노 형식은 배우에게 어마어마한 도전이에요. 한 배우의 모든 걸 파괴하기도 하고 만들기도 하잖아요.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또 그래서 그만큼의 희열과 영광이 있는 거겠죠." 연출과 배우, 누가 먼저냐가 아니라 두 사람이 끊임없이 같이 가야 하는 작업이기에 똑같이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라고 했다.
김 연출은 "작품 안에 베를린 장벽과 발칸 전쟁 등 역사적 사건이 많다"며 "배우들과 그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에게 근원을 자꾸 묻잖아요. 태초의 시간에 대한 질문들, 인간의 역사가 꽉 물려 터질 것 같은 시간들이 어떤 미장센으로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시각적으로든, 철학적으로든, 음악적으로든 안에 담고 있는 게 너무 많아 미칠 지경이에요." 엄살을 부리는 듯했지만 어느 정도 찾은 답은 '콜라주'다.
여러 조각을 오려붙이기 한 콜라주처럼 파편이 된 헤드윅과 이츠학의 영혼과 역사를 하나의 판으로 보여주겠다는 것.
특히 헤드윅의 남편인 여장남자 이츠학의 이야기에 힘을 실었다.
그는 "물리적으로 분량이 늘어나는 건 아니지만 이츠학의 작은 조각들을 심으려 했다"며 "관객이 그걸 발견하고 이츠학의 슬픔과 그리움, 꿈을 많이 따라가 주셨으면 좋겠다"는 연출로서의 개인적인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대학에서 동양사학과 심리학을 공부한 그는 졸업하고 5개월 동안 배낭여행을 다녀와 한예종 연극원에 들어갔다.
공연이나 음악을 좋아하긴 했지만 직업으로 해야겠단 생각은 없었고 시험 봐서 되면 해보자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들어가서는 어느 때보다 공부를 열심히 했고 재밌었다고 했다.
연출로서 그가 지키려는 것은 '박수받으려 하지 말 것'과 '관객에 대한 존중과 애정을 차갑게 떨어뜨리지 말 것'이다.
"공연은 배우의 예술이고 관객은 공연의 또 다른 요소잖아요. 연출가로서 배우가 무대 위에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꽃으로 피어나게 하는 게 제 몫이고 그 세계는 누군가와 공유하려고 만드는 거니까요. 관객은 낯선 것이라도 보고 싶어하고 받아들여 줄 것이란 생각이 있어요. 그게 달걀 세례를 받더라도 견딜 수 있게 하는 힘이고요." 오만석과 박건형, 이영미, 안유진이 출연하는 '헤드윅'은 다음 달 11일 KT&G 상상아트홀에서 막을 올린다.
(서울=연합뉴스)
초연 멤버인 오만석이 7년 만에 헤드윅으로 돌아온다는 것만큼이나 관심의 대상은 새로운 연출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으로 연극과 무용 작업을 했고 뮤지컬로는 '씨왓아이워너씨'(2008) '스프링 어웨이크닝'(2009) 등 파격적인 작품의 초연을 선보인 김민정(42) 씨다.
'재공연의 새 연출은 잘해봐야 본전'이라는데 하물며 그 작품이 '헤드윅'임에랴.
김 연출은 "작품을 결정할 때 보통 열흘에서 2주 정도는 고민하고 길게는 3주가 걸리기도 하는데 '헤드윅'은 일주일도 안 걸렸다"고 했다.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날 밤에도 혼자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했어요. 굉장히 힘든 작업일 텐데, 고통스러울 텐데, 많이 아플 텐데 그래도 괜찮겠니? 답은 '내동댕이쳐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할래'였죠." 큰 부담에도 그를 사로잡은 건 음악이었고, 헤드윅 슈미트였다고 했다.
"처음 음악을 들었을 때 미치는 줄 알았어요.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흔들리는 느낌이었어요. 밤 11시 반부터 한 곡 한 곡 음악을 들었는데 짜릿했고, 새벽 3시부터 스크립트를 읽기 시작했는데…, 좋았어요." 그리고 "내가 헤드윅이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제가 최초로 외로움을 느낀 게 다섯 살 때였어요. 언니랑 놀다가 언니가 다쳐서 피를 흘리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이 어떻게 저런 표정으로 지나갈 수 있지? 하면서 인간이, 세상이 굉장히 차갑고 난 혼자인 느낌이 들었거든요. 헤드윅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데 그 허무함과 공허함, 근원에 대한 궁금증을 정확히 알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헤드윅'은 싸구려 수술로 일 인치의 살덩이를 갖게 된 동독 출신의 트렌스젠더 록가수 헤드윅의 모노드라마다.
김 연출은 "그 밀도가 너무 진하다"며 "웃음과 고통, 슬픔이 수채화가 아니라 굉장히 진한 유화"라고 표현했다.
"모노 형식은 배우에게 어마어마한 도전이에요. 한 배우의 모든 걸 파괴하기도 하고 만들기도 하잖아요.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또 그래서 그만큼의 희열과 영광이 있는 거겠죠." 연출과 배우, 누가 먼저냐가 아니라 두 사람이 끊임없이 같이 가야 하는 작업이기에 똑같이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라고 했다.
김 연출은 "작품 안에 베를린 장벽과 발칸 전쟁 등 역사적 사건이 많다"며 "배우들과 그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에게 근원을 자꾸 묻잖아요. 태초의 시간에 대한 질문들, 인간의 역사가 꽉 물려 터질 것 같은 시간들이 어떤 미장센으로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시각적으로든, 철학적으로든, 음악적으로든 안에 담고 있는 게 너무 많아 미칠 지경이에요." 엄살을 부리는 듯했지만 어느 정도 찾은 답은 '콜라주'다.
여러 조각을 오려붙이기 한 콜라주처럼 파편이 된 헤드윅과 이츠학의 영혼과 역사를 하나의 판으로 보여주겠다는 것.
특히 헤드윅의 남편인 여장남자 이츠학의 이야기에 힘을 실었다.
그는 "물리적으로 분량이 늘어나는 건 아니지만 이츠학의 작은 조각들을 심으려 했다"며 "관객이 그걸 발견하고 이츠학의 슬픔과 그리움, 꿈을 많이 따라가 주셨으면 좋겠다"는 연출로서의 개인적인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대학에서 동양사학과 심리학을 공부한 그는 졸업하고 5개월 동안 배낭여행을 다녀와 한예종 연극원에 들어갔다.
공연이나 음악을 좋아하긴 했지만 직업으로 해야겠단 생각은 없었고 시험 봐서 되면 해보자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들어가서는 어느 때보다 공부를 열심히 했고 재밌었다고 했다.
연출로서 그가 지키려는 것은 '박수받으려 하지 말 것'과 '관객에 대한 존중과 애정을 차갑게 떨어뜨리지 말 것'이다.
"공연은 배우의 예술이고 관객은 공연의 또 다른 요소잖아요. 연출가로서 배우가 무대 위에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꽃으로 피어나게 하는 게 제 몫이고 그 세계는 누군가와 공유하려고 만드는 거니까요. 관객은 낯선 것이라도 보고 싶어하고 받아들여 줄 것이란 생각이 있어요. 그게 달걀 세례를 받더라도 견딜 수 있게 하는 힘이고요." 오만석과 박건형, 이영미, 안유진이 출연하는 '헤드윅'은 다음 달 11일 KT&G 상상아트홀에서 막을 올린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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