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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코미디 약한 '5백만불의 사나이'

SBS Biz
입력2012.07.12 08:59
수정2012.07.12 08:59

정치와 언론을 쥐고 흔드는 대기업의 부장 최영인(박진영 분)은 회사와 관련한 잡음을 돈으로 무마하는 로비스트 역할을 맡고 있다.

직속 상사인 한상무(조성하)의 지시를 받아 여러 사람에게 돈을 배달한다.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으로 댈 돈 500만 달러를 건네라는 지시를 받은 영인은 돈을 차에 실어 배달하던 중 불량배들의 습격을 받아 차를 뺏긴다.

돈 배달이 되지 않았음을 알게 된 한상무는 조직폭력배 조사장(조희봉)과 함께 영인의 뒤를 쫓는다.

한편, 불량소녀 미리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깡패 필수(오정세)를 유혹해 돈과 소지품을 훔치는데, 그중에는 깡패 두목이 아끼는 다이아몬드가 들어 있다.

필수 일당은 다이아몬드를 되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미리를 찾기 시작한다.

우여곡절 끝에 차를 되찾은 영인은 한상무에게 쫓기던 중 미리를 차로 치게 되고, 역시 깡패들에게 쫓기던 미리는 영인의 차에 타고 함께 도망을 다닌다.

영화 '5백만불의 사나이'는 가수이자 작곡가, 프로듀서, 연예기획사 대표로 가요계의 거물이라 할 수 있는 박진영이 영화배우로 변신,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작품이어서 일찍부터 관심을 모았다.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연예인 만큼, 이번 영화에서 얼마나 끼를 발산해 보여줄지가 관심거리였다.

그러나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이 영화에서 박진영은 예상보다는 훨씬 진중한 캐릭터를 보여줬다.

박진영이 그간 지녀온 전복적이고 도발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이 영화에서 그는 간도 쓸개도 버리고 조직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온순한 직장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니가 정의롭게 살진 못해도 자유롭게 살자고 했잖아"라며 따지는 친구에게 "자유가 뭔데?"라며 뭉개버린다.

그렇게 무뎌진 현실적인 인물이 자신을 이용하고 버리려 했던 상사의 음모를 알게 되면서 잃어버린 양심을 찾아간다.

일반적으로 영화가 재미있다면, 절반은 캐릭터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코미디 장르는 더욱 그렇다.

'5백만불의 사나이'에서 박진영이 보여준 캐릭터는 대중에게 보인 그의 기존 이미지와는 많이 달라 색다른 재미가 있다.

하지만, 코미디 영화를 이끌어가는 핵심 캐릭터로는 힘있게 시선을 잡아끌지 않는다.

웃기는 장면들이 여럿 있지만, 대부분 영화 속 인물들이 그의 외모를 보고 동남아나 남미에서 온 외국인으로 착각하는 상황에서 터지는 웃음이다.

정의나 자유를 운운하는 대사를 듣노라면 이 인물의 숨겨진 과거나 사연에 궁금증이 생기는데, '내가 전에 가수였다'는 대사가 등장해 잠깐 웃음을 유발할 뿐 캐릭터의 특별한 매력을 드러내 주는 장면이 많지 않다.

많은 상황이 우연의 반복으로 꼬이고 주인공들이 쉽게 위기를 모면하는 장면들은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여러 세력이 어쩌다가 한꺼번에 주인공을 쫓게 되는 추격·소동극도 기시감이 많이 든다.

흥행 영화 '7급 공무원'과 인기 드라마 '추노'를 썼던 천성일 작가가 시나리오를 맡았고 신인 김익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7월 19일. 상영시간 107분. 15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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