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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강우 “윤여정-김효진 기에 눌려 좋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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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12.05.17 09:38
수정2012.05.17 09:38

김강우는 관객들을 긴장시키는 것과 동시에 한 번에 몰입시키는 힘이 있는 배우다.

그간 무게감 있는 영화들에서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를 맡았던 이유도 있지만 강한 에너지를 내뿜으며 연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기분 좋게 가슴이 뻐근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런 그가 영화 ‘돈의 맛’(임상수 감독, 17일 개봉) 에서는 코믹스러움을 가미한 약간 풀어진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김강우가 맡은 역할은 백씨 집안의 은밀한 뒷일을 도맡아 하며 돈의 맛을 알아가는 비서 주영작. 캐릭터 소개만 보면 ‘이번에도 또?’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 그의 능청스러움에 그만 웃음이 나온다.

“윤여정 선생님과 김효진 씨 모두 당당함에 있어서 최고에요. 연기를 하며 뿜어내는 아우라가 엄청나죠. 그래서 극중 주영작은 기가 죽어야 하니까 좋았어요. 두 사람과 맞서지 않고 그 포스를 받으면 돼요. 내가 이겨야 하는 타이밍에서는 이기죠. 그런데 내 딴에는 이긴다고 생각하지만 관객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어요.(웃음)”



◆ 김강우, 드디어 임상수 감독을 만나다.

일곱 번째 신작으로 ‘돈의 맛’을 만든 임상수 감독은 주영작 캐릭터를 연기해낼 배우 리스트 맨 위에 김강우를 올려놨다. 5년 전부터 호시탐탐 노린 김강우를 드디어 캐스팅 한 것.

“임상수 감독님 작품을 좋아해서 ‘그때 그사람들’, ‘바람난 가족들’ 등 다 봤죠. 정말 감독님의 팬이고 열렬한 지지자에요. 감독님이 왜 좋으냐면 당당함, 뚝심 그게 좋아요.”

임상수 감독은 ‘돈의 맛’을 통해 대한민국이 가장 궁금해 하고, 갖고 싶어 하는 돈, 섹스, 권력에 대한 모든 욕망과 집착이 고스란히 담긴 캐릭터들을 통해 특유의 도발적이고 냉소적인 연출력으로 감추고 싶은 인간 본연의 깊은 욕망을 과감하게 파헤친다.

사실 돈, 섹스, 권력 등의 소재를 통해 한국사회의 현 주소를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꼬집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김강우는 임상수 감독이 다양한 병폐들을 끄집어내는 그 용기와 당당함을 좋아한다.

“어려운 이야기죠. 우리나라에서 자신만의 주장을 가지고 풀어놓기가 쉽지 않아요. 공격도 많이 당하는데 그렇게 일곱 작품을 묵묵하게 만들죠. 누군가는 해야 될 일을 하는 거예요. 감독님이 흥행을 노리는 상업영화를 안하고 싶었겠어요? 할 수 있는데 그 마음, 당당함이 좋아요. 나는 귀찮아서 못할 것 같아요. 공격하고 딴지걸 텐데. 감독님은 ‘딴지걸어 봐라. 공격해봐라. 반박해주마’ 이렇게 하시죠.”

김강우는 분명하다는 표현마저 부족한 영화를 대하는 임상수 감독의 신념뿐만 아니라 ‘돈의 맛’에서 김효진이 맡은 윤나미가 영화 ‘하녀’의 어린 소녀 나미가 자란 캐릭터로 이어지는 그 디테일을 극찬했다.

“캐릭터들의 정서나 감정까지 디테일해요. 감춰져 있던 걸 까발리는데 디테일을 잃지 않죠. 주제의식이 있으면서 개성 있는 캐릭터. 그거는 자신감이에요. 자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인물에 넣어서 표현하고 나미처럼 다른 영화에서 또 그 이름으로 캐릭터를 만든다는 건 다른 느낌이 아니라 연결고리가 있다는 거예요. 정말 대단하죠.”



◆ 김강우, 또 다른 김강우를 만나다.

김강우는 ‘돈의 맛’에서 돈에 물들어가다 혼란스러워하는 주영작을 연기하며 영화의 주제의식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주영작도 돈을 지배하고 싶어 하지만 모욕을 당하고 어느 순간 내가 봤던 롤모델이 행복해보이지 않는 걸 보고 ‘내가 가야될 이 길이 맞는가’라는 생각을 해요. 주영작은 정말 완벽한 스펙을 가진 인물이에요. 그런데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어요. 내가 보고자 한 건 더 높은 곳에 있는데 인간성을 상실하는 것에서 부딪히는 거죠.”

돈의 맛에 빠져가며 돈 앞에 무릎 꿇은 주영작은 결국 어머니뻘 되는 백금옥(윤여정 분)과 잠자리를 가진다. 이 베드신은 김강우, 윤여정 두 사람에게 결코 쉽지 않았던 장면이다. 하지만 김강우는 “관객을 끌기 위한 눈속임이었다면 출연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그 신도 타당성이 있다고 출연하겠다고 했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초반에는 막막했지만 작품을 결정한 순간 계산하고 들어가야 해요. 촬영에 들어갔을 때는 내가 아니고 영화 속에 나오는 주영작 인거죠. 윤여정 선생님으로 대하면 당연히 부담스럽다. 하지만 주영작 대 백금옥으로 보면 부담스럽지 않아요. 자꾸 나로 생각하니까 힘든 거죠. 오히려 베드신을 찍는 당일 날은 편했어요. 선택한 건 나이기 때문에 더 이상 혼란스러워 할 필요가 없어요.”

실제 31살 차이가 나는 여배우와의 농도 짙은 베드신 또한 힘들었지만 대사가 거의 없는 주영작을 표현하는데 상당히 어려웠다. 대사를 내뱉으면 캐릭터의 감정을 알 수 있으나 눈빛이나 표정으로 그것을 표현하는 건 쉽지 않은 작업이다.

“말을 하면 표현이 되니까 편한데 말을 안하니까 눈빛이나 표정으로만 해야 했죠. 눈빛과 표정을 항상 똑같이 할 수 없는 점이 힘들었어요.”

‘돈의 맛’에서 임상수 감독의 시선을 대변하며 그의 새로운 페르소나로 주목받고 있는 김강우, 그가 다음 작품에서 어떤 연기로 자신을 까발려줄지 기대된다.

<사진> 민경훈 기자

(OSE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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