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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라인' 약진…군 원로들 2선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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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12.04.12 13:36
수정2012.04.12 13:39

11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의 제4차 노동당 대표자회가 `김정은 시대'를 이끌 북한 권부의 지형을 일부 드러냈다.

당대표자회를 전후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측근들이 요직을 차지한 것으로 파악돼 주목되고 있다.

반면에 지난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결식 당시 김 위원장의 영구차를 호위했던 7인(김정은 1비서 제외) 중 김영춘 전 인민무력부장과 우동측 국가보위부 1부부장은 실세의 반열에서 밀려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또 당대표자회를 전후로 김정일 시대 군부 원로들이 핵심권력에서 밀려나 세대교체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장성택 라인'의 약진 = 장성택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함께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랐으며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일약 승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최룡해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으로 보선하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거했다"며 "(최룡해는) 2012년 4월부터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으로 사업했다"고 전했다.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차남인 최룡해는 좌천과 복귀를 거듭하다가 장성택의 재기와 함께 부활, 2006년께부터 고속승진을 거듭해왔다.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를 거쳐 2010년 3차 당대표자회에서 당 정치국 후보위원, 당 근로단체비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에 임명됐고 그해 김 1비서, 김경희 등과 함께 인민군 대장 칭호도 받았다.

지난 7일에는 인민군 차수 승진과 동시에 군부 내 최고직책으로 꼽히는 인민군 총정치국장직을 차지했다.

장성택 자신도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당 정치국 위원에 이름을 올려 김 1비서의 `후견인'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했다.

또 `장성택 라인'으로 알려진 김원홍 전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은 당대표자회 직전 국가안전보위부장(우리의 국정원장에 해당)에 임명된 것으로 확인돼 역시 장성택의 측근인 리명수 인민보안부장(우리의 경찰청장에 해당)을 능가하는 북한 공안권력의 핵심인물로 부상했다.

국가보위부장 자리는 1987년 8월 리진수 사망 이후 20년 넘게 공석으로 남아있었으며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관장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원홍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인민군 보위사령관(우리의 기무사령관에 해당)으로 오랫동안 정보업무에 종사했다.

2010년 2월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에 임명된 뒤에는 김 1비서의 군부대 시찰을 수행해왔다.

공안기관을 직접 통제하는 장성택으로부터 직접적인 `당적 지시'를 받는 김원홍과 리명수는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노동당 정치국 위원에 올랐으며, 리명수는 당 중앙군사위 위원에도 이름을 새로 올렸다.

경제분야의 `장성택 맨'으로 통하는 박봉주 전 내각 총리는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노동당 부장으로 승진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장성택 중심의 김정은 후견그룹 체제가 뿌리내린 것으로 봐야 한다"며 "장성택이 최측근인 최룡해를 통해 그동안 비대해졌던 군부를 통제하고 김원홍, 리명수 등 측근들을 통해 북한의 공안권력을 장악함으로써 김정은의 후견인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사라진 우동측…밀려난 김영춘 = 김원홍이 국가보위부장에 임명됨에 따라 그동안 국가보위부의 실질적 책임자였던 우동측 보위부 1부부장의 위상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9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김 위원장 추대 19돌 기념 중앙보고대회 참가자 명단에는 김창섭 국가보위부 정치국장의 이름은 있었지만 우동측의 이름은 없었다.

최근 북한의 중요 행사장에서 우동측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경질설이 나돌기도 했다.

또 김정일 시대 군부 핵심인사 중 한명이었던 김영춘은 최근 김정각 전 총정치국 1부국장에게 인민무력부장 자리를 넘겨줬다.

군부 핵심에서 밀려난 김영춘은 11일 열린 당대표자회에서 당 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동측과 김영춘은 지난해 12월 김 위원장 영결식에서 영구차를 호위한 8인에 속했던 이들로, 김정은 시대를 이끌 핵심으로 지목됐던 인물들이다.

하지만 장성택을 견제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진 두 사람은 `장성택 맨'의 부상과 대조적으로 이번 당대표자회를 전후로 권력핵심부에서 멀어졌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우동측과 김영춘이 밀려난 배경에는 장성택의 입김이 있었을 것"이라며 "장성택 라인의 약진과 반대세력의 몰락은 장성택과 김정은의 권력공유가 공고화됐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군부에도 세대교체 = 이번 당대표자회를 전후로 군부 원로들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2007년 이후 부상한 신세대 인물들이 핵심권력에 진입하는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백승주 센터장은 "김정각, 김원홍 등이 김정은의 군부 측근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오극렬의 사람들인 리영호와 김영춘은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퇴조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은 최근 북한 매체가 소개하는 인물 순위에서 최룡해 다음으로 호명되고 있으며, 김정일 시대 핵심 군부 원로였던 김영춘은 당대표자회 직전 인민무력부장에서 밀려났다.

오랫동안 인민군 총정치국에서 인민군 고위간부들의 인사권을 쥐고 있었으며 최근까지 국방위 정치부장을 역임했던 현철해는 당대표자회를 전후로 인민군 차수, 당 정치국 위원, 당 중앙군사위 위원 등 명예직만 차지하고 행정직인 인민무력부 후방총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0년 9월 3차 당대표자회에서 당중앙위 위원에만 이름을 올렸던 오극렬은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올랐지만 김정각, 김원홍 등 신군부에 비해 아무런 실권도 갖지 못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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